2014년도도 저물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모두 일 년 내내 슬픔과 고통을 짊어져야 했던 참으로 우울했던 한해였다. 세월호 참사는 누구에게 핑계 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세월이 흘러도 마음이 밝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젠 이 해도 거의 저물었다. 무엇이든 마지막은 대개 더 어둡다. 종말이란 쇠퇴와 절망을 함의한다. 이것은 우리가 연말이 다가올 때마다 느끼는 서글픈 감정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영 버리지 않으시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보라 어둠이 땅을 덮을 것이며 캄캄함이 만민을 가리려니와 오직 여호와께서 네 위에 임하실 것이며 그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니”(60:2)라는 말씀처럼 밤이 짙으면 새벽의 광명이 가까오듯 절망의 자리에 하나님이 찾아오시기 때문이다.

성탄절은 연말에 다가오는 기쁜 절기이다. 어둡고 침울한 마음과 분위기를 떨쳐버리라고 주어진 듯 연말에 오는 절기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캄캄한 밤에 탄생하셨다. 시간적으로 그랬을 뿐 아니라 영적으로도 그랬던 때였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있었고 교회의 지도자들은 이미 다른 종교의 사제들이 되어 있었던 때였다. 어두움은 캄캄함으로 변해 있었는데 놀랍게도 거기에 주의 영광이 두루 비추었다.

한국교회는 짙은 어둠에 휩싸여있다. 그러나 희망이 있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영 버리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캄캄한 곳에 빛을 비추시고 우리가 깨닫고 회개하며 돌아오기를 기다리시기 때문이다. 은혜 중의 은혜는 회개하면 용서하시는 은혜이다. 용서는 은혜의 출발점이고 은혜의 보좌로 들어가는 대문(大門)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남은 자들을 돌아오게 하시고 그들을 통하여 일하신다. 엘리야가 이스라엘의 타락상을 목도하며 차라리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라며 절망할 때 하나님은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 칠천 명을 남기리니 다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바알에게 입맞추지 아니한 자니라고 말씀하셨다.

한국교회에도 분명히 하나님께서 남기신 자들이 있을 것이다. 세속주의물량주의명예주의와 돈과 음란에 무릎 꿇지 않은 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조용한 가운데 묵묵히 말씀을 따라 행하는 신실한 자들이 있다. 그리고 때론 바리새인처럼 교만하다는 비난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예언자들처럼 나서서 교회갱신을 외치며 회개를 촉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위해 설립된 단체들도 많다. 비록 이들의 지적과 비판을 경청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의인 열 사람만 있어도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던 하나님의 긍휼이 있으므로 희망이 있다.

특히 우리는 고신교회가 남은 자들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며 희망을 갖는다. 고신교회라고 한국교회의 타락에서 예외인 것은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고신에는 순교신앙의 유산이 있고 신앙과 생활의 순결이라는 모토와 그 정신이 아직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교적 작은 규모의 교단이라 교권이나 정치적인 권위주의가 약하기 때문에 신앙의 원리가 보다 강하게 작용할 수 있기에 희망이 있다.

우리 코닷이 고신교회에 대해 더욱 예리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우리가 다 고신교회에 속해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더 큰 이유는 그래도 고신이라면 회개와 함께 영적인 부흥운동에 복무할 수 있겠다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