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소통환경 가운데 정보 검색자로 살아가는 설교자

김대진 박사(설교학 Ph.D.)
김대진 박사(설교학 Ph.D.)

 

들어가는 글

지난 201492일 한목협 제27차 열린대화마당에서 설교 표절 왜 심각한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였다. 거기에 참석했던 필자는 설교 표절에 대한 신학적 기준과 대안에 대한 한국설교학회의 연구가 절실하다는 제안을 몇몇 발표자들로부터 들었다. 이런 연구의 동기를 가지고 필자는 20141122일 장로회 신학대학에서 소통환경의 변화와 설교라는 주제로 있었던 한국설교학회 가을정기학회에 온라인 종교 시대의 인터넷 설교와 설교 표절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설교학회 회원들과의 토론과 학회에 참석했던 목회자들의 소리를 참고해서 이 논문을 연속기획기사 형식으로 다시 정리하였음을 밝힌다. 자세한 각주는 한국설교학회지를 참조해 주시길 바란다.

소통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던 시대는 벌써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소통 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언제 어디서나 거의 시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아니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대가 되었다.

예를 들어 어느 교우가 설교를 듣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바로 그 자리에서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설교에서 언급된 정보를 자세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 폰을 들고 성경 봉독을 하는 교역자들의 모습이 해외의 몇몇 교회들에서는 이미 자연스럽게 된 것처럼 보인다. 한국교회의 많은 교인들도 스마트 폰으로 성경을 읽고 듣고 필요한 구절들을 검색하기도 한다. 정말 엄청난 속도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소통 기술의 발전이 소통 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고 소통 환경의 변화가 교인들의 신앙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여 유명 설교자들의 설교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설교자들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터넷 설교 영상과 자료들을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통상적으로 인터넷을 통해서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설교 동영상과 설교 원고 등을 인터넷 설교라고 지칭한다. 이러한 인터넷 설교들을 모아 놓은 전문적인 인터넷 설교 웹사이트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이 글에서는 특별히 급변하는 소통 환경가운데 이러한 인터넷 설교와 그에 관련된 문제점들과 대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터넷 설교가 과연 말씀 사역과 말씀 듣기에 유익한 도구인가?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가?

 

1. 소통환경과 사고방식의 변화

오늘날의 급변하는 소통환경으로 인해 생성된 문화를 2차 구술문화라고 부를 수 있다. 그 이유는 정보혁명 기술과 함께 도래한 새로운 소통문화는 문자인쇄 문화 보다는 오히려 제1차 구술문화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The New Era in religious Communication 이라는 중요한 책을 저술한 바빈(Babin) 의하면 이러한 소통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과거의 인쇄매체 기술의 발전은 다음과 같이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변화시켰다.

인쇄매체를 통해 교인들이 이미 배운 것들을 더욱 잘 설명하기 위해서 설교자들도 더욱 논리적인 해석자들(logical interpreters)”로 바뀌어야 했었다. 인쇄 매체는 교인들의 배우는 방식 즉 설교 듣는 방식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설교자들의 배우는 방식 혹은 듣는 방식도 바꾸었다. 인쇄매체로 인해서 설교자들의 사고방식은 구술(orality), 청취(hearing), 인격적 만남에서 오는 감각(feeling)과 같은 제1차 구술문화의 영향에서 벗어나 이론적 분석(rational analysis), 논리적 체계(logical systems), 획일적인 형식(formulas of great uniformity)을 중시하는 문자인쇄문화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문자인쇄문화의 이론적이며 논리적이고 획일적인 사고방식은 전자 소통 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다시 구술문화의 사고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구술문화의 사고방식에 대해 설교학자 이승진은 이렇게 말한다. “발화와 구술 행위가 단순한 의미의 전달 뿐만 아니라 그 소통의 상황에 개입한 소통 당사자 간에 하나의 사건으로서의 기능을 하며 의미를 전달받은 입장에서 그 의미가 지향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하였다.” 즉 설교자와 청중간의 인격적 관계가 소통의 방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술문화에 정보기술 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특징들이 덧붙여져서 다음과 같은 제2차 구술문화 시대의 사고방식을 가져왔다. 그것은 제1차 구술문화의 시청각적인 형식”(an audiovisual from)과 문자인쇄문화의 특징인 지식과 이성에 관련된 순수 이론적 형식”(a purely notional form)이 융합된 새로운 사고방식이다. 즉 인격적 관계 가운데 시청각 형식과 순수 이론적 형식이 결합된 이전의 문자인쇄문화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사고방식 혹은 소통방식이 생겨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우리의 사고방식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소통환경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 설교이다. 소통 환경으로서의 인터넷 설교는 설교자들의 사고방식과 소통방식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인터넷 설교와 설교자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문자인쇄문화 가운데 설교자들을 논리적인 해석자라고 한다면, 2차 구술문화시대의 설교자들은 관계망 속의 시청각적 정보 검색자라고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소통 환경의 요소가운데 하나인 인터넷 설교가 오늘날의 설교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인터넷 설교는 설교 정보의 과잉생산이라는 요소로 설교자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 설교로 말미암아 오늘날의 설교자들은 대량으로 유포되는 다른 설교자들의 설교를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의 홍수라는 말처럼 설교자들은 설교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설교정보의 홍수는 설교 정보의 왜곡 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과잉정보로 인한 정보 왜곡이라는 현상에 대해서 워커(Walker)문화적 난교( Cultural promiscuity)”, “조작”, “편집”, “가상현실과 같은 용어들을 동원하여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런 과잉정보로 인한 정보 왜곡의 위험성은 다음과 같이 설교자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설교자들도 성경이 말씀하는 본질에서 떠난 자료들을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사용하게 되는 위험성에 노출된다. 이니스(Innis)가 일찍이 현대 언론의 부정적 측면을 언급하면서 현대문명이 정보 전달의 공간적 확장성에만 집착하는 현재 중심적 사고 (present-mindedness)를 더욱 조성한다고 진단했다. 이런 현재 중심적 사고는 전자 미디어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 심화된다. 이런 사고방식은 현대의 설교자들로 하여금 시간을 초월하는 영원한 진리나 근본적인 가치에 집중하기보다, 당면한 작금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미봉적이고 단편적인 정보 수집에 집착하게 만드는데 일조 했다고 할 수 있다.

대량 생산되어 쉽고 빠르게 유포되는 설교 정보가 조작되고 편집되고 문란하게 섞여서 성경이 가르치는 본질적인 메시지와는 다른 어떤 것들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정보 기술의 문화적 경향은 오늘날의 설교자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미봉적이고 단편적인 정보 수집에 집착하는 오늘날의 설교자들에게 인터넷 설교는 하나의 대안이 된 것같이 보인다. 설교를 듣는 평신도의 입장에서 강영안은 한국교회 설교자들의 현재 중심적 설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치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듯이, 자신의 설교가 수도꼭지를 트는 것처럼, 생수를 받아먹는 것처럼 교인들이 문제 해결을 받고 가도록 설교를 준비하고 교인들도 그런 기대를 한다는 것이죠. 그 문제라는 것이 어떤 문제이겠어요? 하나님 나라의 문제나, 하나님의 구원이 실현되고 하나님이 주님이심을 인정받는 그런 문제이기 보다는 각자가 처해 있는 문제겠죠.

계속해서 그는 오늘날 교회에서 목회자가 설교 가운데 죄를 책망한다든가, 성도들의 삶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를 언급하면서 고객 만족의 차원에서 보면 목회자들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설교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 설교자가 고객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설교하지 않는다면 설교를 듣는 교인들이 곧장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가는 글

이런 이유로 고객 만족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봉착한 오늘날의 설교자들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아닌 인터넷 관계망 속의 시청각적 정보 검색자로 변질될 심각한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은 정보검색의 대상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에서 성경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설교자가 설교 거리를 찾아내는 정보 검색자로 변질 된다면 하나님의 말씀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이다. 급변하는 소통환경 가운데 설교자의 정체성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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