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문화로 말미암아 오늘날의 설교자들은 설교 거리를 찾아내는 정보 검색자로 전락할 수 있다. 정보 검색자로서의 설교자라는 설교자의 정체성은 신학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정보 검색자로서의 설교자들에게 인터넷 설교는 현실적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해 주는 대안으로 등장했고 오늘날의 몇몇 설교자들은 인터넷 설교를 통해서 설교를 준비한다. 이런 현상들이 가지고 있는 신학적 위험성은 무엇인가?

1. 인터넷 설교와 설교 표절

sermon66이라는 인터넷 설교 사이트는 설교 준비에 대한 나름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설교는 창작이 아닙니다. 논문은 자기의 사상을 밝히는 주장과 창의성이 있어야 하지만 설교는 목사의 창의적이고 주관적인 자신의 사상이나 입장을 펼치면 안 됩니다. ... 목회자는 하루에도 몇 편씩 설교를 준비해야 하는데 바쁜 목회 일선에서 매번 영감을 받아 창작하는 마음으로 설교를 준비하기란 참 어려운 것입니다. 자신의 잠재의식에 불완전하게 저장된 내용을 억지로 떠올려 설교를 창작으로 생각하고 작성하는 사람과 인터넷에 완벽하게 저장된 수많은 자료들의 도움을 받아 설교를 작성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엄청난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발표한 목회 자료에 도움이 없이 혼자서 머리를 짜내어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저장된 내용들로만 설교를 작성하는 것은 한두 번도 아니고 무지하고 무식한 목회자입니다. 그래서 결국 성도들을 지루하고 따분하게 만든다면 그런 목회자는 쫓겨나기 전에 얼른 단상에서 내려와야 할 것입니다.

설교를 스스로 준비한다고 무지한 목회자라고 정죄하면서 “인터넷에 완벽하게 저장된 수많은 자료들의 도움을 받아 설교”하라고 확신에 차서 이야기 하고 있다. 논문을 발표하면서 질문을 받고 토론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설교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런 생각들이 오늘날의 설교자들을 인터넷 관계망 속의 정보 검색자로 변질 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가 단순히 극소수 설교자들의 문제만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신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설교 준비 혹은 설교 작성법을 따라 설교하는 목회자를 교회에서 쫓겨날 수 있는 무지한 목회자라고 주장한다. 수많은 자료들의 도움을 받아 설교를 작성하라는 말은 사실 타인의 설교를 도용하고 짜깁기해서 표절 설교를 하라는 의미이다. 충격적이게도 그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인터넷 설교 작성법을 다음과 같이 자랑스럽게 공개하고 있다. 실천신학자로서 오늘날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분석해야 할 책임이 있기에 좀 길지만 국내 1위 24만 편 설교를 보유했다고 광고하는 유료 인터넷 설교 사이트가 주장하는 인터넷 설교 작성법의 핵심부분을 소개해 본다.

설교신문 회원 중 여러분이 인터넷 설교 작성법에 대하여 문의를 해옴으로 본인(000목사)의 인터넷 설교 작성방법을 공개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컴퓨터 모니터는 화면이 큰 27인치 모니터를 사용하여 "아래한글"과 "설교신문"을 동시에 띄워 놓고 필요한 설교 자료를 불록 씌워서 바로 "아래한글"에 붙혀넣기 한다.

두번째) 틀(뼈대)을 세우고 장,절별 설교찾기,

A) 뼈대(아웃라인) 설교 틀 세우기

a) 본 설교신문에 있는 설교(틀)구성하기(800개 항목 모아놓음) 에서 설교 틀을 세운다.

b) 본문을 "설교검색"에서 약자로 앞 절만 (요3:16 )입력하여 절별로 설교를 찾아낸다. (요3:16 경우 약 230편의 설교가 있으며, 살전5:16 경우 200편의 설교가 있습니다) 찾아낸 설교를 하나씩 읽어가면서 아래한글에 서론, 본론(1대지,2대지,3대지) 결론의 뼈대를 세운다.

c) 검색 중 서론, 본론, 결론의 틀이 잘된 모범적인 설교가 있으면 전체를 복사하여 아래한글에 붙여넣고 뼈대를 제외한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삭제하면서 틀을 세운다.(유용한 방법이다)

B) (아래한글)서론, 본론, 결론 뼈대에 빨강색칠하기

아래한글에 서론, 본론(1대지,2대지,3대지), 결론의 틀을 세웠으면 각 제목들을 20포인트 이상 큰글자 빨강색으로 바꿔서 눈에 잘 띄게 한다. (큰글자 빨강색으로 하는 이유는 모아 놓은 글들이 길어질 경우 아래한글 "미리보기"로 4개 정도 창을 한꺼번에 열어놓고 찾기 위함이다)

C) 검색한 내용 찾아 읽으며 "아래한글에 붙여넣기"

본문 앞절을 검색하여 검색된 모든 설교를 인내심을 갖고 가능한 전체를 다 읽도록한다. 하나씩 정성들여 읽어가면서 서론, 본론, 결론에 참고할 내용(예화)들을 찾아내 복사한 후 뼈대로 만들어놓은 빨강색 항목(서론,본론,결론)을 찾아 그 곳에 붙여넣기 한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소위 인터넷 설교 작성법이라 불리고 있는 설교 준비 방법은 사실은 다른 설교자의 설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자신의 설교로 표절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형식적인 말로라도 성경 본문을 연구하라는 말이 없고, 기도에 관한 언급이 없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언급하는 말은 인터넷 설교 작성법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마디도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 “홈에 ‘자주 사용하는 성경본문 (약1200개)’가 있음으로 매주 1편씩 20년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말하면서 설교 본문을 선택할 때도 자신들의 사이트에 나와 있는 본문 목록에서 선택하라고 부추긴다. 설교 준비를 함에 있어서 하나님의 자리를 마치 인터넷 설교가 차지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인터넷 설교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어느 영어권 목사의 웹사이트는 자신의 설교를 친절하게 한국어로 번역해서 한국의 설교자들도 가져다 쓸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추천하고 있다.

당신은 이 설교들을 웹 부라우저에서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그 설교들은 판권 소유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자유롭게 무료로 이 설교들을 복사하여 얼마든지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단지 각 설교를 복사하실 때에 맨 하단 부분에 www.rlhymersjr.com 이라는 웹 주소를 기록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인터넷 설교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오늘날의 설교자들은 설교 표절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 보인다. 정주채 목사는 “90%의 목사들이 표설 설교”를 한다는 생명언어설교연구원(대표 박 필 목사)의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목회자들의 설교 표절은 한국교회의 경우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많은 목사들이 예사로 다른 목사들의 설교를 베껴 설교하고 있고 또 이렇게 하다가 교인들에게 발각되어 교회에서 사면을 당한 목사들도 있고, 그런 문제로 교회가 분란에 휩싸인 경우들도 있다”고 밝힌다. 이와 같이 급변하는 소통 환경 속에서 한국 교회 설교현장은 설교 표절과 이를 부추기고 있는 인터넷 설교로 홍역을 치루고 있는 중이다.

2. 설교준비를 대체하는 온라인 종교로서의 인터넷 설교

그렇다면 인터넷 설교와 그 영향으로 인한 설교 표절과 같은 현상들은 단지 설교자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에 국한 된 것인가? 아니면 그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이러한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종교 온라인 (religion online)”과 “온라인 종교(online religion)”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살펴 본대로 오늘날의 급변하는 소통 환경은 종교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인터넷을 통해서 우리는 수많은 종교적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 인터넷 설교도 그 종교적 정보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Young에 의하면 “종교에 대한 정보(information about religion)”를 제공하는 인터넷을 “종교 온라인”이라고 한다. 즉 인터넷이 이미 세워진 전통적인 종교 기관이나 그 시스템 속에서 믿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종교 생활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는다.

그러나 급변하는 소통 환경은 인터넷을 단순히 정보 제공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는다. 도온(Dawn)은 사회적 소프트웨어의 발명이전에는 텔레비전 설교로부터 좋은 생각들을 배우는 정도의 소극적 정보획득 습관에 멈추어 있던 사람들이 인터넷과 사회적 소프트웨어와 발전으로 말미암아 소극적 정보 수집자들에서 적극적인 실행자들로 바뀌었다고 진단한다.

푹스(Fuchs)에 의하면 사회적 소프트웨어(social software)의 발전은 Web 1.0에서 Web 2.0으로 그리고 Web 3.0으로의 발전을 의미한다. 그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Web 1.0은 텍스트에 기초한 웹사이트 (text-based website)의 일종이다. Web 1.0 소프트웨어 시대의 인터넷은 모든 사람들이 이전 보다 훨씬 쉽게 자신들의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출판하고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Web 2.0 소프트웨어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텍스트를 인식하는 정도를 넘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 졌고, Web 3.0 소프트웨어의 등장으로 쌍방 소통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협동까지 가능해 졌다는 것이다. 인식 시스템이(a system of cognition) 주도적 역할을 한 소프트웨어를 Web 1.0이라 하고, 소통의 시스템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을 Web 2.0으로, 상호 협동의 시스템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을 Web 3.0이라 일컫는다. YouTube, Facebook, Wikipedia, Friendster, MySpace 등이 소통과 협동을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웹사이트들 이다.

그는 이런 사회적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일방적 소통 시스템 속에서 정보 제공만 받았던 인터넷 사용자들이 이제 인터넷에 직접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어떤 일을 함께 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인터넷 상에서 “실제 참여(real participation)”과 “즉각적 협조(instantaneous cooperation)”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이런 점과 관련해서 영(Young)은 인터넷이 종교적 차원의 참여와 협동을 위해 사용되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빈(Babin)의 말을 빌리자면 인터넷이 “공적 종교의 대체 종교(a substitution for official religion)”로서 사용되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종교적인 필요들을 채우고 신념들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헬렌드(Hellend)의 표현에 의하면, 종교 온라인이 기존 종교의 권위와 지위에 의해 다스림을 받는 수직적 개념에 기초한 것이라면 온라인 종교는 기존종교의 성직계급과 같은 수직적 개념에서 벗어나 비 권위적이며 열려있는 상호작용위에 세워진 것이다. 요약하면 온라인 종교란 공적 종교를 대체하는 인터넷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통 기술의 발전이 대체 종교로서의 인터넷 종교를 탄생 시킬 수 있었다.

헬렌드(Helland)는 온라인 종교의 실례로서 911 테러 직후 미국인들의 반응을 소개한다. 그에 의하면 911 테러 직후 미국인들은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기도를 포스팅하고, 인터넷 가상현실 속에서 추모의 촛불을 밝히고, 온라인상에서 비극을 당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등 기존의 종교를 대체하는 온라인 종교를 체험했다.

요약하면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사회적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종교를 향한 태도가 수직적 개념에서 상호작용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사람들의 소통방식도 일방적 소통 구조에서 쌍방향 소통 구조로 바뀌어 진다. 지각과 인식이 주도하던 구조는 소통과 상호 협동의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런 급변하는 소통 환경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기존종교에 관한 종교적 정보를 제공하던 종교 온라인은 종교 자체를 대체하는 온라인 종교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설교를 이용하는 설교자들도 이러한 온라인 종교 현상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온라인 종교의 긍정적인 측면들이 없지 않다 할지라도 인터넷 설교 자체가 대체 종교처럼 설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학적 위험성을 깨달아야 한다. 인터넷 설교가 하나님을 대체하는 우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가는 글

이와 같은 온라인 종교 현상은 인터넷 설교 이용자들에게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도와 말씀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야 할 설교자들이 하나님을 대신해서 인터넷 설교를 찾아가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어가야 할 설교자들이 설교 거리 찾기에 급급하여 인터넷을 헤매다 인터넷 설교라는 우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거기에는 거의 완벽하게 설교 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온갖 요소들이 다 존재한다. 이러한 온라인 종교로서의 인터넷 설교는 필연적으로 설교 표절로 이어지게 된다. 인터넷 설교가 설교자들의 성경연구와 묵상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설교자들의 설교준비를 인터넷 설교가 대신해 주고 있다. 이러다가는 인터넷 설교가 말씀 준비를 위한 설교자들의 기도를 비롯한 모든 준비 과정을 대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