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無償, 인생 무상(無常)

▲ 이성구 목사 시온성교회담임

우리 정치권에 불이 붙었습니다. 그 불은 곧 국민들에게로 옮겨 붙게 될 것입니다. 무상 복지 논쟁의 불이 활활 타 오를 조짐입니다. 이미 공무원 연금 조정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기 시작하는데, 복지 논쟁까지 가세하면서 2015년 겨울 대한민국은 조용하기 틀렸습니다. 지난 해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한차례 어마어마한 소용돌이가 몰아쳤는데, 이제 겨우 그 일이 수습되니 또 다른 불길이 솟구쳐 오릅니다. 확실히 대한민국은 역동적인 나라입니다. 한시도 조용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지난 2010년 지방 선거 때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무상급식을 들고 나와 당선 되면서부터 대한민국의 아젠더가 복지로 설정되었습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 소위 진보진영의 무상공세에 보수진영도 덩달아 비슷한 무상공세를 벌여 결국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무상을 내세우는 결과를 빚었고, 그 결과 오늘의 보수정부가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위 보편적 복지가 득세하게 되었고, 모든 노년층에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현 정부의 약속에 갑자기 대한민국이 무척 넉넉한 나라가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불거져 나옵니다. 경상남도 도지사를 필두로 여당지역은 초 중등학교의 무상급식 예산 지급 불가를, 야당지역은 0~5세의 무상보육비 예산 지급 불가를 외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 문제를 두고 어른들이 본격적인 싸움을 벌입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처할만한 능력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권력만 노리는 정치인들이 별 준비도 없이 복지를 외쳐대면서 너무 빨리 복지의 폭을 확대하다보니 우리 경제력이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시행할 수단이 없으니 별도리가 없는 일입니다.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견을 해 왔는데, 그 충돌이 예상보다 빨리 일어난 것뿐입니다. 세수입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으니 누가 정권을 잡은들 방안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국가 경제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든지 아니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로 가든지 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입니다. 곳간이 비었는데 빚내어 탕진하고 후손들에게 그 빚을 떠넘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솔직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무상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누군가가 돈을 벌고 내 놓아야 먹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정권을 잡고 싶어도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하거나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부풀리면 곤란합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정직하지 못한 것입니다. 정치인 관료 교육자 검찰 경찰 군인 등 중요한 사회의 지킴이들이 너무 정직하지 못합니다. 복지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돈을 빼먹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지하경제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는 우중충한 소리가 들립니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인간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습니다. 인생무상(人生無常)입니다. ‘세금 많이 내도록 제도를 바꾸어 모든 것을 공짜로 나누도록 하겠다그렇게 말하는 정치인들이 나와야 합니다. ‘세금 많이 내도록 하여 나누며 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시민이 많아져야 합니다.

 

무상의 은혜

교회가 맡아야 할 자리가 바로 여기입니다. 세상이 그 어떤 방법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 교회의 몫입니다. 무상의 은혜를 알아야 정직해집니다. 오늘의 교회가, 목사와 성도들이 그런 모습을 세상에 보여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주님이 원하시던 빛과 소금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한국교회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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