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우 목사 부민교회담임

국제시장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습니다. 이 영화는 질곡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대사로도 나옵니다만, 그들은 어려운 시대에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직 가족만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영화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해서 이만큼 살게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영화를 본 후 아주 기분이 좋았는데, 그 후 마음이 씁쓸해진 것은 이 영화로 인해 이념논쟁이 생겨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위 진보측에서는 이 영화가 독재시대를 미화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는 독재로 국민들이 고통 받았던 시대인데, 영화에는 그런 흔적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그런 비판은 모든 것을 이념의 잣대로 보는 편향된 시각에서 나온 것입니다. 주인공이 살았던 시대가 독재시대였던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시대를 이야기한다고 주제와도 상관없는 정치색을 영화에 집어넣을 이유가 없습니다. 영화는 주제를 가지고 그 주제에 필요한 이야기만 하면 됩니다.

소위 보수측에서 이 영화를 보수 영화라고 좋아하는 것도 아전인수 격입니다. 대통령이 영화의 내용 중에 주인공 부부가 부부싸움을 하다가 애국가가 울러 퍼지니 부부싸움을 중단하고 국기에 대한 주목을 하는 장면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나라 사랑을 해야 한다. 애국가에도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가사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대통령은 보수라는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영화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그 장면은 나라 사랑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아닙니다. 이런 시대도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웃기기 위한 장면입니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봐도 주인공이 나라를 사랑한다, 혹은 나라를 위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주인공이 사랑했던 것은 오직 가족이었습니다. 가족을 위한 주인공의 자기희생이 오늘의 우리 가족을 있게 했고, 나아가 오늘의 우리나라를 있게 했다는 것이 영화의 주제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의 세계관이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으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진보에 속한 사람은 진보는 무조건 옳고 보수에 속한 사람은 보수는 무조건 옳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이런 이념의 잣대로 봅니다. 조금이라도 내 이념과 다르다 싶으면 비판하기에 급급합니다.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을 미워하고 상대방이 망하기를 바랍니다. 무서운 흑백논리입니다. 이래서는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져야 합니다.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볼 때 진보도 맞는 것이 있고 틀린 것이 있습니다. 보수도 맞는 것이 있고 틀린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진보와 보수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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