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밍따오의 박해와 말년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는 것이 좋은 고양이다’(不管白猫黑猫，捉到老鼠就是好猫)는 말은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이 1962년 7월7일 언급한 ‘고양이 론’(猫論)에서 비롯된다.(1) 이 말은 중국의 실용주의를 잘 묘사한 말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말의 ‘꿩 잡는 것이 매’라는 말과 비교될 수 있을까.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합리화라고 이해할 수 있을까. 어쨌든 덩샤오핑의 ‘고양이 론’은 교조주의와 개인숭배 의식을 타파하고, 사회주의 중국 개혁과 개방 정책의 기조를 절묘하게 구사한 말로 이해된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고양이 론’대로 세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이는 미국이 자본주의의 가치관과 전통적 퓨리터니즘의 가치관을 융합한 실용주의(實用主義, Pragmatism) 를 실현한지 110여년 만에 체험한 성취다. 왕밍따오는 목표 달성을 위한 교회의 실용주의 노선을 지향하는 자유주의자들과는 원천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교회의 실용주의를 배격한 그의 인생 노정은 인간적인 고달픔의 십자가 고통의 댓가를 강요당했다.

1954년 11월, 왕밍따오는 시국이 심상치 않게 급변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영적 전쟁’(屬靈的戰爭) 이라는 제하의 문장을 발표했다. 이 문장은 왕밍따오가 공산당과 자유주의 신학과의 힘든 투쟁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영적 전장에 있어서는 오직 진격만 있을 뿐 후퇴는 없다. 오직 진지를 사수할 뿐 단연코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在這屬靈的戰場上，只能進，不能退，只能堅守陣地，絕不能作一丈)는 결연한 의지였다. 믿음을 지키기 위한 그의 마음 다잡음에는 ‘한 발자국, 한 치, 한 점도 양보할 수 없다’(一尺、一寸、一分的讓步) 는 각오였다.

붉은노래: 1949년 중국 대륙 공산화 이후 60년 동안 토지개혁을 비롯한 신중국(新中國) 건설 과정에서 3,000여만 명이 굶어 죽었고, 70여만 명의 지식인들이 체포되었거나 잔혹한 인권유린을 당했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劍中). 신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을 뜻한다. 중국 공산혁명가 ‘붉은 노래’(红色歌曲, 1943; 曺火星, 1924-1999) 에는 ‘신중국’을 강조하는 가사가 유독 눈에 띈다.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은 없다’(沒有共產黨就沒有新中國) 라는 노랫말은 신중국과 중국 공산당이 하나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50년 대 중국 공산당의 신중국 혁명기의 가치관은 ‘혁명’과 ‘반혁명’, ‘인민’과 ‘반인민’이라는 이원론적 사유(思維) 기준에서 생사(生死)가 엇갈렸다. 이원적 사유에서 왕밍따오는 기독교 내의 ‘반혁명분자’, ‘반인민’의 적으로 분류되었다. 왕밍따오는 공산당의 전체주의(Totalism)적 획일화에 반대하여 정교분리(政敎分離) 원칙을 고수하면서, 삼자회의 선(先) ‘애국’(愛國)에 반대하여 선(先) ‘애교’(愛敎)를 강조했다.(2) 왕밍따오의 정교분리 원칙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왕밍따오는 교회는 종교 조직이기 때문에 정권의 도구가 되는 것은 부당하며, 기독교인은 개인적으로 공민권 의무와 책임을 이행해야 하지만, 교회의 이름으로 정치 참여를 반대하며, 기독교 교인은 신앙의 원칙에 의하여 국가의 법률을 준수하고 권력자에게 순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반혁명 분자: 신중국의 공산당 혁명 과정은 잔혹하리 만큼 무고한 백성의 희생을 강요했다. 특히 신중국 건설은 중국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계에 박해 정국을 몰고 왔다. 1955년 7월부터 시작된 ‘반혁명분자’ 숙청운동은 중국 대륙을 긴장시켰다. 1955-1957년 사이 전국 규모의 반혁명분자 숙청투쟁 중 반혁명분자와 악질분자(壞分子) 10만여 명, 보통반혁명분자와 각종 반동분자, 형사범 65,000명, 반혁명, 반사회분자 37만 명이 각각 검속되었다.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반혁명분자로 내몰려 인권유린을 당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1980년 7월, 중국 최고인민법원, 최고인민검찰원, 공안당국이 당시 반혁명분자 색출 검거와 판결에 일부 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인정했다고 한다.(3) 그렇다면 ‘왕밍따오의 반혁명분자 죄목은 누가 벗겨줘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남는다. 왕밍따오는 그 죄명을 쓰고 세상을 떠났다.

신중국 건설은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中國基督敎三自愛國運動委員會, TSPM, National Committee of Three-Self Patriotic Movement of the Protestant Churches in China, 1950. 5) 가 한 몫을 담당했다. 삼자회는 중국 기독교를 공산당 체제로 관리하기 위해 조직된 중국 공산당 ‘외곽조직’ 이다. 삼자회는 당시 기독교내 ‘진보’ 파로 분류된 우야오쫑(吳耀宗, 1893-1979) 목사가 발기한 기독교 ‘혁신선언’(革新宣言)으로 시작되었는데,(4) 기독교 혁신은 삼자운동시기(1949-1966), 계급투쟁시기(1966-1976), 개혁개방시기(1979-현재)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이 혁신운동에 의하여 삼자회에 가입하지 않는 교회와 목사는 이른바 ‘콩수’(控訴) 운동, 즉 규탄과 고발을 통하여 교회당이 패쇠되거나 목회자들이 체포 구금당했다.

그 중 왕밍따오 부부 역시 삼자회를 반대· 저지한다는 이유로 1955년 8월8일 이른 새벽, 내국인 종교 인사로서는 첫 번째로 공안 당국에 체포되었다. 수형기간 동안 리우징원은 베이징시 서구 차오란즈후통(草嵐子胡同13號看守所) 간수소, 1959년 11월, 베이징 시 서청구 전범관리소 꽁더린감옥(功德林監獄), 1960년 2월, 베이징 시 간수소(自新路看守所), 베이징시의 빤부치아오 감옥(半步橋監獄), 최후로 허베이 성(河北省) 한딴노동교화소(邯鄲勞改營)로 이감,(5) 그곳에서 만기 출소했다.(6) 18년 간 형기 중 마지막 10년간의 수형생활은 견디기 힘들었지만 간신히 살아서 출소했다. 왕밍따오는 1966년 가을 산시성(山西省) 산서따통탄광교화소(山西大同勞改煤礦), 1968년 4월, 산시성(山西省) 양촨陽泉) 현에 있는 오지의 인잉(蔭營) 교화소 등지로 각각 이감되면서, 약23년 간 영어(囹圄)의 생활을 하다가 석방되었다.

반혁명분자: 1954년, 베이징에서 회집된 회의,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 기류에 짓눌렸다. 왕밍따오는 한 마디 말없이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왕밍따오는 회의에 참석한 동료 목사들로부터 거센 비판과 모욕을 당하면서 ‘콩수’(控訴) 되었다. 그리고 1955년 5월, 삼자회 협상 인사 6명이 마지막으로 왕밍따오를 만나 삼자회 가입과 협조를 부탁하려고 했다. 그러나 왕밍따오는 그들을 문전박대했다. 삼자회 협상인사들은 왕밍따오가 삼자회의 걸림돌이라고 판단했다.

1955년 8월7일, 그날은 주일, 왕밍따오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마음으로「인자가 죄인의 손에 팔리리라」(人子被賣在罪人手裏了) 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다음 날(8월8일) 새벽 왕밍따오와 리우징원 부부는 집에서 ‘반혁명분자’ 죄목으로 중국 공안원들에게 함께 체포되었고,(7) 같은 날 학생 18명도 체포되었으며, 기독도회당은 얼마 후 봉쇄되었다. 동시에 베이징, 샹산(香山), 창춘(長春), 광저우(廣州) 등지에서 반삼자(反三自) 기독교 인사들이 대거 체포되었다. 왕밍따오는 체포된 후 10여 차례의 심문 중 계속된 위협과 회유를 당했다. 체포된 날 왕밍따오는 베이징 시의 차오란즈 후통13호(草嵐子胡同13號看守所) 간수소에 입감당했다.

1956년 9월, 왕밍따오는 베이징의 한 집회에 끌려 나가 공안당국의 각본대로 자신은 많은 죄를 지은 ‘반혁명자 분자’라고 강제 자백당하고, 그 자백당한 죄목을 쓴 머리띠를 이마에 두르고 대중 앞에서 성토를 당했다. 중요한 죄목은 삼자회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었다.

오직 순결한 신앙을 지키려는 이유 때문에, 모진 박해 가운데서 왕밍따오는 순간적으로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에 대한 회의를 갖기도 했다. 게다가 리우징원의 고혈압 증상이 악화되면서 신앙의 갈등까지 느꼈다. 그 때 왕밍따오는 자신의 인간적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매일 가중되는 회유와 협박은 결국 왕밍따오의 인간적 연약성을 계속 흔들었다. 이에 견디지 못한 왕밍따오는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삼자회 가입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1956년 9월29일 간신히 석방, 공안 당국의 시나리오대로 베이징 청년회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왕밍따오는 괴롭다 못하여 기독도회당 담임을 사면하고, 1957년 4월 부부는 왕밍따오가 어릴 때 살았던 집으로 옮겼다.

무기징역: 석방된 후 왕밍따오는 한 때 정신공황 장애를 겪었다. 삼자회 가입 동의서에 서명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왕밍따오는 한 동안 자신을 가리켜 예수님을 부인한 베드로에 비유했다. 만나는 사람에게 건넨 첫 마디는 ‘나는 베드로입니다’ 라는 말이었다. 그 말이 인사였다. 그로부터 한 해가 지난 후, 1958년 4월29일, 왕밍따오 부부는 무신론 공산당과 타협한 것을 깊이 회개하고, 자원해서 공안 당국에 찾아갔다. 부부는 감옥에서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국의 협박과 회유를 견디지 못해 순간적으로 서명한 잘못을 통절한 마음으로 거듭 회개했다. 공안 당국은 왕밍따오 부부를 다시 감금시켰고, 그 후 부부는 5년 간 감옥에서 미결수(未決囚)로 방치되었다. 1961년 베이징 인민검찰원 분원은 왕밍따오를 ‘반혁명분자’ 죄로 기소했다.

맹자(孟子)가 말한 대장부(大丈夫) 란 모름지기 ‘부귀에 현혹되지 않고, 빈천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위세나 무력에도 굴하지 않는 사람’(富貴不能淫、貧賤不能移、威武不能屈) 이라 했던가.(8) 왕밍따오, 리우징원이야 말로 믿음의 ‘대장부’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963년 9월 왕밍따오는 베이징 인민법원 결심 공판에서 무기징역과 종신토록 공민권을 박탈당했고, 부인 리우징원은 15년 형에 각각 처해졌다. 그것은 절망이었다. 두 부부는 중국 땅에서 더 이상 희망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것은 세상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산시성 노동교화소: 1966년 가을, 왕밍따오는 화물열차에 실려 산시성(山西省) 따통탄광노동교화소(大同勞改煤礦所)로 다시 이감되어, 1980년 1월에 석방될 때까지 10여 년 동안 인잉(陰營) 노동교화소에 있었다. 감옥을 전전한 왕밍따오는 평소에 외워두었던 성경 구절이 기억에 떠올랐다.

미가7:7~9 “(7)오직 나는 여호와를 우러러보며 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나니 나의 하나님이 나에게 귀를 기울이시리로다, (8)나의 대적이여 나로 말미암아 기뻐하지 말지어다 나는 엎드러질지라도 일어날 것이요 어두운 데에 앉을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의 빛이 되실 것임이로다, (9)내가 여호와께 범죄하였으니 그의 진노를 당하려니와 마침내 주께서 나를 위하여 논쟁하시고 심판하시며 주께서 나를 인도하사 광명에 이르게 하시리니 내가 그의 공의를 보리로다.”

이 성경 구절은 왕밍따오가 21세 때 그의 가슴에 기록한 구절이라고 한다. 그 외 고후4:16~18; 마6:14~15; 롬12:19~21절을 즐겨 암송했다고 한다. 이런 성경 구절이 고난당하는 왕밍따오에게는 밝은 소망이 되었고, 다시는 무신론 공산당에게 굴복하지 않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옥중에서 받은 은혜 ‘용서’: 감옥에서 왕밍따오는 자신이 무신론자들의 협박과 회유에 연약한 모습을 보인 것을 통절히 회개하고 하나님에게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주실 것을 서원하며 기도했다. 그 후 왕밍따오는 마음의 위로와 정신적 안정을 되찾고 수형생활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왕밍따오는 수형생활 동안 찬송가 417장(통476장) ‘주 예수 넓은 품에 나 편히 안겨서’(安穩在主手里), 384장(통434장) ‘나의 갈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全路程我救主領我), 351장(통389장) ‘믿는 사람들은 군병 같으니’(基督精兵 齊向戰場走)를 즐겨 불렀다고 한다. 1971년 여름, 왕밍따오가 감옥에서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는 ‘나를 걱정하지 말라. 나는 많은 참새의 가치보다 더 소중하지 않느냐’라고 썼다고 한다.(9)

왕밍따오는 23년간의 수형생활을 하면서 주옥(珠玉) 보다 더 귀한 ‘용서’의 교훈을 배웠다. 자기를 신중국 사회주의 건설의 ‘반혁명분자’로 고발한 동료 목사들과 자기를 박해한 공안원들에 대한 증오심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다 씻어버릴 수 있었다. 그의 입술의 찬송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사죄의 은총과 ‘용서’ 에 대한 실천적 표현이었을 것이다.

반혁명분자 의인: 1979년 11월, 중국 정국(政局)에 일대 변화가 감지되었다. 국제적 압력이 중국 대륙을 긴장시켰다. 드디어 중국 당국이 왕밍따오를 석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왕밍따오는 ‘반혁명분자’의 오명을 벗겨주지 않으면 감옥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버티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는 죄인임을 인정했으나 국가의 법률 앞에서는 죄를 지은 적이 없다’(在上帝面前，我承認自己是個罪人。但在國家的法律面前，我從未犯過任何罪) 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왕밍따오는 예수사랑, 중국사랑 밖에 몰랐다. 중국 공산당은 신중국 건설 과정에 걸림돌인 왕밍따오를 끝내 ‘반혁명분자’ 죄명을 벗겨주지 않았다. 그러나 왕밍따오는 하나님 앞에서 “의인”(롬1:17; 잠4:18)이었다.

옥문이 열리던 날: 1979년 12월29일, 산시성(山西省) 감옥은 왕밍따오의 출감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1980년 1월 그의 아들(天鐸)이 왕밍따오를 맞아 상하이 핑장루 13호(上海平江路13號) 에 있는 집으로 안내했다. 1983년 가을, 왕밍따오 부부는 아들과 함께 상하이 우캉루 69호(上海武康路69號) 소재 새 집으로 다시 옮겼다. 장기간의 투옥에 얼굴은 초췌했으나 목소리는 카랑카랑했으며 눈빛은 힘이 있었다고 한다.

55세에 감옥에 투옥된 왕밍따오는 80고령이 되어 외아들 집으로 석방된 것이다. 가슴에 응어리진 인간적 억울함을 꿀꺽 삼켜야 했다. 부인 리우징원은 1973년 만기 출소했다. 만기 출소 후 리우징원은 오래지 않아 상하이에 사는 94세의 노모를 방문하고, 1975년에는 채포와 구금으로 원치 않게 서로 별거한 남편 왕밍따오를 17년 만에 처음 면회했다.(10) 리우징원은 백내장이 악화되어 안타깝게도 만년에 시력을 잃고 말았다.

빌리그레이엄의 방문: 80 고령의 왕밍따오는 출옥 후 아들 집에서 여생을 보냈다. 그의 두 눈은 실명 상태였고, 귀로도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내외 기독교계 인사들의 방문을 받아야 했다. 외부 인사들의 방문을 받을 때는 왕밍따오가 감옥에서 즐겨 불렀던 찬송가 ‘믿는 사람들은 군병 같으니’(基督精兵)를 함께 불러 서로 감동을 나누었다고한다. 1981년 봄, 외부 방문 인사들 중에는 영국 내지회의 중국 선교사 데이비드 하워드 애드니(艾德理, David Howard Adeney，1911－1994), 그의 부인 룻템플(德忠玉, Ruth Temple), 그리고 1988년 4월23일에는 홍콩선도회(香港宣道會)의 텅진휘(滕近輝) 목사가 미국의 빌리그레이엄(葛培理, William Franklin Graham, 1918) 목사를 대동하고 방문하기도 했다.

불로 연단한 믿음 : 왕밍따오는 정치범이 아니었다. 그는 형사범도 아니었다. 왕밍따오는 자신의 수형 생활을 ‘신앙범’이라고 회고 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놓칠 수 없어서 전 생애 25%의 인생을 감옥에서 보냈다. 부인 리우징원은 18년 간 옥살이를 했다. 감옥에서 보낸 23년간은 왕밍따오에게 그의 연약함을 강하게 하는 단련의 시기였다. 타이완 사회학자 웨이와이양(魏外揚) 교수가 왕밍따오를 가리켜 ‘첸췌이바이롄’(千錘百鍊)의 신앙위인, 그래서 ‘망치로 천 번을 두드리고 불로 백 번을 달군’ 연단의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 말을 다시 곱씹게 된다.

베드로전서1:7절의 “너희 믿음의 확실함은 불로 연단하여도 없어질 금보다 더 귀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칭찬과 영광과 존귀를 얻게 할 것이니라”는 성경 구절은 왕밍따오에게 적중한 말씀일지 모른다. 모진 박해 가운데서도 왕밍따오는 요한계시록2:10절의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는 말씀을 기억했을 것이다. 그는 시편66:12절 “사람들이 우리 머리를 타고 가게 하셨나이다 우리가 불과 물을 통과하였더니 주께서 우리를 끌어내서 풍부한 곳에 들이셨나이다.”라는 성경에 소망을 두었을 것이다.

1991년 7월21일 새벽, 왕밍따오는 91세를 일기로 그렇게도 그리워하며 소망하던 ‘주 예수의 넓은 품’에 안겼다. 왕밍따오의 사인(死因)은 뇌혈전(腦血栓)(11)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글을 마치면서

1978년 3월5일 제5차 중국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차 회의는 그동안 수정 보완된 ‘의용군행진곡’(義勇軍進行曲)을 중화인민공화국 국가로 통과시켰다. 이 국가는 톈한(田漢, 1898-1968) 작사(1935), 녜얼(聶耳, 1912-1935)의 작곡으로 되어있다. 곡은 경쾌하면서도 결의에 찬 느낌을 준다.

일어나라! 노예 되기 싫은 자들이여!(起来! 不愿做奴隶的人们!)

우리의 피와 살로 우리의 새로운 장성을 쌓자!(把我们的血肉, 筑成我们新的长城!)

중화민족이 가장 위험한 때에 쳐했을때(中华民族到了 最危险的时候)

사람마다 하나 되어 소리치며 싸워야한다!(每个人被迫着 发出最後的吼声!)

일어나라! 일어나라! 일어나라!(起来! 起来! 起来!)

우리는 한마음(我们万众一心)

적의 포화에 맞서 싸워, 전진!(冒着敌人的炮火 前进)

적의 포화에 맞서 싸워 전진! 전진! 전진!(冒着敌人的炮火 前进! 前进! 前进!进!)

이 노래는 중국 공산당의 혁명투쟁을 독려하는 내용인 것 같다. ‘우리의 피와살로 우리의 새로운 장성을 쌓자!’는 대목은 만리장성을 염두에 둔 ‘신중국’ 건설의 의지를 다지는 듯 하다. 중국 역사의 진로가 자뭇 주목된다. 공산당 치하에서 신앙을 위한 투쟁은 이념적 결의보다 더 강하고 굳세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런 면에서 왕밍따오는 승리자였다.

출옥 후 왕밍따오는 23년간의 감옥 생활과 관련하여 ‘나는 비록 어두운 감옥에서 지냈지만, 하나님이 오히려 나의 빛이 되셨다. 내가 하나님의 분노를 참아야 했던 것은 내가 하나님에게 죄인 이었기 때문이었다.’(我雖住在黑暗裏，耶和華却作我的光。我要忍受耶和華的惱怒，因為我得罪了祂。) 라고 간증했다고 한다.

왕밍따오가 중국 교회에 남긴 교훈이 무엇일까? 아마도 히브리서13:7~8절의 성경이 그 해답일 것 같기도 하다. “하나님의 말씀을 너희에게 일러주고 너희를 인도하던 자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행실의 결말을 주의하여 보고 그들의 믿음을 본받으라, (8)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

왕밍따오는 중국 ‘혁명시대’의 ‘반혁명분자’ 신분으로서 고백적인 삶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