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우들의 합창' 아버지(도예가 서타원)가 만든 작품을 아들이 설명을 하고 있다. (촬영 김경근 장로)

 

 

 

‘3천 토우(土偶)’들은 귀가 없다 /김경근 장로

 

- 불에 홀려 불꽃처럼 살다간 인생 -

부산시 기장군 대변리 아담한 대변항구를 품은 나지막한 봉대산 자락에 도자기 공원을 만들어

수천 명의 화동(火童)을 거느리고 꿈을 이룬 도예가 土岩 故서타원 선생의 동산이 있다.

일찍이 이곳에서 그는 남들이 외면한 개척 정신의 길을 걸었다.

 

선생은 흙이 좋아서 흙을 주무르고 불이 좋아서 30여 년을 불가마와 씨름을 하면서 불이

보여주는 신비한 마력에 사로잡혀 오늘의 ‘토우(土偶)들의 합창’을 부르게 되었다.

토우 하나하나에 그의 마음이 담겨있다. 

여기에 혼신의 정열을 쏟다 보니 육신의 흙집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절정기를 눈앞에 두고 맞이한 암(癌)이라는 결코 반갑잖은 손님이 찾아왔다. 

이곳에 있는 토우들은 투병생활을 하면서 만들었다.

 

기쁠 때는 기쁨이, 슬플 때는 슬픔이, 괴로울 때는 괴로움, 그대로 녹아나는 토우들을 보면서

힘을 얻어 토우들의 작품이 그의 삶,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와병 후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문래를 돌려 그렇게 태어난 화동(火童)토우들이 3천여 점이나 되었다. 

화동들의 열굴을 보면, 밝고 어둡기도 하고 웃고 울고 찌그리는 표정이 마치 현세를 읽게 한다. 

선생은 불에 홀린 인생으로 불꽃처럼 잠시 살다가 한 줌의 재를 남겨놓고 향년 61세로 아쉽지만,

생을 마감했다.

 

선생의 작품(토우)을 자세히 살펴보면, 머리에 윗부분 뚜껑이 열려있는 것은? 그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라, 마음에 담아두는 것 없이 여생을 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귀가 없는 것은? 가장 힘들어할 때, 누가 이런저런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세상 부질없는

소리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귀가 엷어 세상 소리에 귀 기울이고 오히려 귀를 열어야 할 말씀엔 귀를 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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