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박은조 목사가 시무하는 샘물교회는 그야말로 큰 위기를 만났다. 단기선교봉사 활동을 떠난 23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창졸지간에 가장 지독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중의 하나인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 의해 납치되고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되니 가족들은 물론 지인들과 교회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위험은 또 다른 위험을 부르는 법. 피랍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교회 바깥의 세상 사람들은 선량한 보통 시민들로 구성된 봉사단원들을 향하여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다. ‘정부도 가지 말라는 위험한 곳에는 왜 갔느냐?’, '비행기를 보내도 왜 오지 않았느냐?', ‘유서를 쓰고 갔다니 죽어도 좋은 것 아니냐?’는 등 어디서 들은 풍문을 조합하여 전혀 맞지도 않은, 그러면서 매정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와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안겼다.

 

그러는 중에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형제가 살해당한 소식이 잇달아 날아들었다. 두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잦아지는 듯 했으나 정부 대표단이 대면 협상에 나서자 ‘정부가 왜 나서냐?’, ‘내가 낸 세금으로 왜 그들을 살리려느냐?’는 살의가 느껴질 정도의 극단적인 소리를 하는 자들이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 알고 보니 이들은 ‘반기독교시민운동’이니 ‘한국반종교클럽’이니 하는 역사가 제법 오래된 4개의 반기독단체들이 그들의 ID로 집중적인 공세를 펴고 있었다. 그들은 호시탐탐 교회에 대한 공격의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샘물교회는 98년 11월 교회를 설립한지 채 10년도 되지 않은 형편에서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 쏟아지는 관심과 간섭, 참견을 받아낸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언론사의 기자, 카메라가 상주하기 시작하고 절반 이상 불신자들인 피랍자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을 돌아보는 일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샘물교회는 이 위기의 때에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담임 박은조 목사 자신도 교회의 잠재력에 놀랐다고 말한다. ‘교회는 그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다는 확신을 다시 갖게 되었노라’고도 했다. 그래서 혼자 감당하기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도 너끈히 견뎌내고 있었다.


매일 새벽, 오전 11시, 밤 8시, 그리고 밤 11시에 사람들은 교회로 모여들었다. 새벽을 깨우는 사람, 밤을 깨우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줄을 이었다. 분당에 자리 잡은 샘물교회는 그렇게 기도하는 체질(?)이 아니었다. 그러나 교회가 지역따라 무슨 특별한 체질을 갖는 것이 아님이 입증되었다.

 

한 달이나 지속되면서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저녁 8시만 되면 7~800명의 성도들이 그냥 교회로 나온다. 지난 수요일 기도회, 찬양과 기도가 어우러지고 성도들은 말씀에 잠겨든다. 기도의 통곡소리가 예배당을 울린다. 수요기도회가 마친 후 양미희 사모는 철야파들과 함께 밤을 교회에서 지내고 새벽에 고3 아들이 잠들어 있는 집으로 향한다.

 

박은조 목사는 밤 11시면 당회를 열어 하루하루의 상황을 나누고 집으로 들어가 새벽에 나온다. 아내조차 남편의 얼굴을 볼 시간이 제대로 없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초교파적으로 관심 있는 이웃교회의 목사들이 교인들과 함께 기도회에 참여한다.

 

그러다가 아예 뜻을 함께 하는 목사들을 설교자로 초빙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뜻을 찾는 메시지가 들려지고 기도에 몰입하면서 성도들은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매일 피랍자 가족을 비롯해 1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하루 두 끼씩 식사를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일을 권사들이 앞장서 즐겁게 감당하고 있다. 김경자, 김지나 두 사람의 돌아오는 경비에 정부 동행자의 비행기 삯까지 교회가 감당해야 했지만 각지에서 사랑의 물질이 답지하여 감사가 넘친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이제 아프간에 선교사 파송하기 어렵게 되었으니 일본인 당신들이 나서주어야 할 것 같다.’ 이동원 목사가 최근 일본의 한 집회에서 그렇게 말했더니 200명의 일본 그리스도인들이 아프간으로 가겠다고 헌신을 약속했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미국의 한국교포사이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복음을 위하여 흘린 피는 결코 헛되지 않는다. 헛되이 버려질 수가 없다. 무례한 사람들 앞에서 참 사랑이 무엇인지를 그리스도인들만이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원한을 품지 않는 법이다.

 

어떤 이들은 23명의 인질이 피랍된 것은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회개하지 않았기에 보여주신 하나님의 경고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무지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바울이 예루살렘에 가서 체포되어지는 것이 교회가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그것을 바라보면서 교회들이 회개의 기도를 했던가 아니면 복음이 승리하기를 기도했던가? 도대체 아프가니스탄의 사람들이 불쌍해서 도움의 손실을 들고 봉사를 갔던 저들이 하나님 앞에 무슨 죄를 지었으며 샘물교회가 그 일로 회개하여야 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차라리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했음을 회개하여야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니겠는가?

 

‘719 샘물교회 봉사단 사건’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모습을 보인 한국교회로 하여금 헌신과 섬김, 사랑과 봉사, 선교와 교회의 본질을 차분히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샘물교회가 보여주고 있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교회의 참된 본질을 회복하는 일이 진정 기독교 부흥운동이 아니겠는가?

 

 

 

박은조목사 다섯번째 기도부탁

 

 

 

한국인 피랍사태가 25일로 38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전원 석방의 뉴스가 간간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한국정부와 탈레반의 대면협상이 예견되고 있는 시점에서 박은조 목사는 지난 토요일 막바지에 이른 인질 석방을 위해 한국 교회를 향해 어쩌면 마지막이 될 기도를 부탁하였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지금은 어디 계시는지요?" 라고 묻는 이들이 있음으로 인해 가슴이 아프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숨어 계시는 것 같아 보이는 하나님과의 교제가 온전히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숨어계시는 하나님이 아니고 우리와 함께 아파하고 함께 일하시는 하나님, 그 분을 경험하는 축복을 누리도록 함께 기도하기를 원합니다."고 하면서 계속 기도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기도편지 전문

한국 교회 앞에 다섯 번째 기도의 부탁을 올립니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지금은 어디 계시는지요?" 라고 묻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불꽃같은 눈으로 우리를 살피고 계신다는 것을 고백하는 분도 이렇게 묻는 것을 보면서 저 자신의 연약함과 이 사태의 심각성으로 인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생각하면 할수록 ‘스스로 숨어 계시는 하나님’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이사야 선지자가 떠올랐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 모두에게 숨어 계시는 것 같아 보이는 하나님과의 교제가 온전히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숨어계시는 하나님이 아니고 우리와 함께 아파하고 함께 일하시는 하나님, 그 분을 경험하는 축복을 누리도록 함께 기도하기를 원합니다.

뉴스에 보도되었듯이, 먼저 풀려난 두 자매를 통해 전해진 이지영 자매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녀는 장기 사역자로 헌신해서 지난 해에 아프간으로 갔습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려놓은 것은 부활의 믿음을 가진 그리스도인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라 사료됩니다. 지난 10년간 수십만의 성도를 교회 밖으로 내보낸 한국교회가 부활의 믿음을 갖게 되길 소망합니다. 진정으로 부활의 믿음, 희생의 믿음으로 죽은 자를 살리는 역사를 새롭게 이루어가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함께 기도하기를 원합니다.

믿음의 선배들이 질곡의 터널을 지날 때 왜 침묵해야만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침묵이야말로 절규를 훨씬 넘어서는 고통의 자리라는 것도 발견하게 됩니다.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고자 마음을 다시 다잡아 봅니다. 언젠가는 생환하게 될 그들을 만날 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랍자들의 안전을 위해 많은 이야기를 드릴 수 없음을 널리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피랍자들이 가까운 시일 안에 속히 건강하게 돌아오는 것만이 지금 저희 모두의 간절한 소원입니다.

그리고 피랍사태 후 한국교회의 사역에 장애가 되는 일을 주께서 제거해 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울러 형제자매들이 돌아온 이후에도 함께 기도해야할 일이 계속 있을 듯 하오니 변치 않는 마음으로 계속 살펴보아주시기 바랍니다. 바쁘시지만 부족한 저와 저희 교회를 위해 계속 기도해주실 것을 감히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마지막 한 명이 풀려나 돌아올 때까지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기도편지를 읽는 모든 동역자들께서도 계속해서 한 마음으로 기도해주시옵기를 엎드려 부탁드립니다.

아프간 봉사단 피랍사태 38일째
2007년 8월 25일(토)
여러분들의 귀한 기도와 사랑에 빚진 자 박은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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