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만 받은 이명박 장로 정부

▲ 이성구 목사 시온성교회담임

장로 대통령으로 불렸으나 별로 장로 같지 않던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 한국기독교계는 마치 이대통령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간주되어 자주 비난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이대통령이나 기독교회가 정치세력을 업고 기독교 편향적인 무슨 일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천만의 말씀이었습니다. 기업가로 성공했으나 아무래도 설익은(?) 정치인이었던 이대통령은 마음으로 장로로서 열심히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주변에 둘러싼 사람들이 정치인이나 불신자들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기독교를 위하여 뚜렷하게 한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대통령이 행한 실체가 없는 말들(서울시 봉헌운운) 때문에 교회는 공연히 비난만 받았고 지금도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알고 보니 이런 공격을 주도한 사람들은 종자연(종교자유정책연구원)’을 만들어 기독교를 공격한 불교세력이었습니다. 그들은 연등행사가 일제하에서 만들어진 것임이 밝혀져 전통문화로 인정받지 못한 것을, 기독교편파라는 공격을 통해, 편향성 논란을 부담스러워하던 이명박정부의 말년에 마침내 전통문화로 승인을 받아내기에 성공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리만 챙기는 봉은사를 등에 업은 세력

이런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지금 웃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음달 28일 개통되는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929정거장 명칭이 봉은사(奉恩寺)으로 확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가 929정거장에서 훨씬 가깝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코엑스 대신 특정 종교시설 이름으로 역사명을 정한 이 일이야말로 명백한 종교편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위 봉은사역이 들어서는 곳은 왕복 12차선 도로가 나 있는 서울 코엑스 사거리. 코엑스와는 바로 연결되나 불교 봉은사와는 120m 떨어져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청은 201312월과 지난해 1월 두 차례 설문조사 후 서울시지명위원회에 봉은사역(코엑스역)’ ‘코엑스역(봉은사역)’을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 지명위는 지난해 4월 코엑스를 괄호 안에 넣는 것도 거부하고 봉은사역이라는 단독명칭으로 결정했습니다. 서울시는 봉은사의 역사성을 이유로 역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지명위는 봉은사가 강남을 대표하는 전통사찰이기 때문에 역사성이 있는 봉은사가 역명으로 적정하며 병기(倂記)는 불허한다고 결정했고 당시 종교적 논란은 없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서울시의 지하철 역명제정 기준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며 해당 지역과의 연관성이 뚜렷하고 지역 실정에 부합하는 옛 지명 또는 법정동명, 가로명 등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역명제정 시 배제 기준에는 특정단체의 홍보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명칭이나 향후 분쟁 또는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배제하라고 돼 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봉은사는 불국사처럼 고적이나 사적,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코엑스 관계자는 코엑스는 매일 10만명이 찾고 국제회의·콘퍼런스만 해도 연간 3,000건이 넘게 열리는 주요 사회기반시설인데도 역명에 병기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201312월 강남구청이 수행한 1차 선호도 조사까지만 해도 1위 코엑스, 2위 봉은사, 3위 아셈으로 나온 것. 이에 불교계는 조계종 봉은사 역명 제정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지하철 9호선 929역은 봉은사역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투표 방법이 적힌 전단까지 만들어 배포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 결과 2차 인터넷 설문 조사 응답자 1,440명 중 봉은사가 찬성률 60.5%로 코엑스(35%)를 앞섰다는 것입니다. 누가 종교편향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현상 앞에서 우리는 티격 거리기보다 세상의 가치를 넘어서는 성숙한 교회됨을 보여줄 수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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