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4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100일이 지난 시점에 전남 진도 팽목항에 하늘나라 우체통’(높이 160)이 설치되었었다. 유가족들은 슬픔과 아픔을 담은 편지들, 유가족의 아픔에 동참하는 방문객의 편지들이 우체통에 차곡차곡 쌓였다. 아무도 받아볼 이 없을 편지가 결국 수신인이 우리 국민이 되어 전시되는 것이다.

▲ 팽목항에 설치된 하늘나라 우체통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는 아직도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며 기도하고 더불어 이미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하늘나라 우체통을 설치하였다. 우체통은 노아의 방주 형태로 새생명과 새나라를 향한 열망을 나타냈다. 기억()과 눈물()을 집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두 개의 밧줄은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소통의 끈으로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자 하나됨에 대한 다짐을 의미한다.

이렇게 모여든 편지는 어느덧 5000통을 넘어섰다. 편지들에 담긴 많은 사연들과 마음들이 빛과 생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 중 두 통을 소개해 본다.

▲ 편지1 사랑하는 아들 호연아 하나님 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지? 무척 그립고 보고 싶다. 늘 생각하고 마음속에 그려보며 이들을 그리워한다... 참 많이 보고 싶지만 참고 생각하며 울기도하고... 호연아 아직도 바다에서 나오지 않은 친구들 형철이 영인이 다인이 은하 지현이 그리고 선생님 고창석 쌤 양승진 쌤 그리고 일반인 가족 아저씨 동생 모두 어서 나올 수 있게 도와줘 호연아 우리 만나는 그날까지 아빠 엄마 형 바르게 잘 지내고 만날 땐 행복한 얼굴로 보자. 사랑하고 사랑해.... 편지 2 아빠 추석 날 그곳에서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편안하소서... 아빠가 없는 명절 아빠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지 오늘에서야 깨닫습니다. 가족들이 애타게 아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발 부디 하루 속히 돌아와 주세요.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 2014년 9월 8일 -슬픈 추석날 딸 올림 -

세월호 침몰 1주년을 맞이하면서 종로구 인사동에 자리한 아라아트센터에서 팽목항의 하늘나라 우체통이 빛과 생명으로전시를 시작했다. 331일 오후 6시에 있었던 오프닝행사에서 전시회를 주관하는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목사는 상처가 있는 곳이 성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팽목항의 상처 입은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한 몸부림의 일환으로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 하늘나라 우체통의 편지가 희생자 대표 양동진씨에게 전달되었다.

세월호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온유아빠 양동진씨는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특별히 세월호 진실을 위한 특별법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사단법인 한국편지 가족 권미령 회장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편지를 낭독했다. 하늘나라 우체통의 편지가 희생자 대표 양동진씨에게 전달되었고 이 편지들은 한 시대의 아픔을 위한 기록문으로 남게 되었다.

이러한 취지에 감동해서 자신들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할 수 있도록 10명의 작가들과 2명의 특별 초대 작가들이 참여했다. 10명의 참여 작가는 김병종 김선형 김세중 김현숙 박정환 서 용 유영호 임영길 정성윤 하동철이고 특별 초대 작가로는 이영렬, Pica Song이 참여한다. 특별히 Pica Song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출품한 송길원 목사는 세월호 참사가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들이라도 우리는 이 아픔을 눈을 뜨고 대면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세월호의 아픔을 “haven and heaven”(항구와 천국) 그리고 덫과 닻 그리고 돛이라는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 대표 양동진씨는 세월호의 아픔을 회피하면 세월호가 주는 역사적 교훈도 잊어버리게 됨을 강조하면서 꽃다운 청춘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세월호의 아픔을 눈을 뜨고 똑 바라보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세월호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하늘나라 우체통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만약 우리가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을 잊어버린다면 대한민국 호는 또 다른 참사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 편지를 읽고 있는 관람객들의 표정이 참으로 진지하다.

오프닝 행사가 끝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일련의 행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감사한 일이 무엇이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송길원 목사는 세월호의 아픔을 직시하면서 죽음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감사했고 또한 긍휼히 여기는 예수님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답하면서 미국의 유명한 정신 의학자 스콧 팩의 말을 인용했다. 모든 신경증은 정당한 고통을 회피한 대가라고 주장한 칼 융의 말이 있는데 그 책 끝나지 않은 길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고통을 회피한 대가는 회피하고자 했던 고통보다 결국에는 더 고통스러운 것이 되고 맙니다. 정당한 고통을 회피할 때, 우리는 그 문제를 통해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성장도 회피하는 것이 됩니다. 만성적인 정신 질환을 겪을 때 우리가 성장을 멈추고 정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며, 이것을 치료하지 않으면 인간의 영혼은 시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우리 국민은 세월호 상처를 보듬고 함께 치료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331일에 오픈된 이번 전시회는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아라아트센터(Tel. 02-733-1981)에서 47일 오후 2시까지 계속된다. 눈을 똑바로 뜨고 대한민국의 아픔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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