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은 우리 안에서 우리와 함께 역사하시며, 우리 없이 우리를 거슬려 역사하시지 않는다.

45회 기독교학술원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가 존 오웬의 영성이라는 주제로 한국교회 백주년기념관에서 지난 43일 열렸다. 예상을 뛰어넘는 참석자들의 숫자 때문에 더 넓은 강의실로 자리를 옮겨서 열린 1부 기도회에서 이영엽 목사(반도중앙교회)의 인도로 김경원 목사(서현교회, 한목협 대표회장)가 설교하고 한국교회를 위한 합심기도가 있었다. 연이어 열린 2부 순서로 김영한 박사의 사회로 김남준 목사(열린교회)가 주제발표를 시작했다. 김남준 목사는 신자 안에 내재하는 죄(Indwelling sin)”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죄 죽이기(mortification of sin)”의 중요성과 성화의 관계를 강조했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김남준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존 오웬의 영성 / 김남준 목사

존 오웬의 인격과 사상: 17세기 청교도 신학의 거장 존 오웬(John Owen, 1616-1683)은 영국 청교도 신학자와 설교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물로 청교도의 황태자또는 영국의 칼빈이라고 불리며, 아우구스티누스, 루터, 칼빈, 조나단 에드워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교회사 최고의 영적 거인중의 한 사람이다.

오웬은 80권의 책을 저술했다. 1647년 가장 훌륭한 작품인그리스도의 죽음에 있어서 죽음의 죽음을 간행하였으며, 이것은 속죄에 대한 고전적이고 개혁주의적인 진술로 인정받았다. 1677-8년에성령론의 전반 두 부분을, 1681년에는그리스도론, 신령한 마음의 은혜와 직무, 그리스도의 영광에 관한 묵상과 강화라는 3편의 고전적인 논문을 썼고, 1656년에신자에 있어서 죄의 억제에 관하여라는 저서를 출간하였다.

특히 오웬의 저작 중에서 인간의 죄를 다루는 대표적인 세 가지 저작 있는데 죄와 은혜의 지배에 관하여(On the Dominion of Sin and Grace)와 시편130편을 강해한 내재하는 죄에 관하여(On Indwelling Sin)라는 책과 로마서813절의 말씀을 주해하고 적용한 죄 죽이기에 관하여(On the Mortification of Sin)라는 책들이다. 이러한 그의 저술들은 성경의 통찰과 신학을 영성과 종교적 경험으로 심오하게 결합시킨 작품이었다. 김남준 목사는 죄에 대한 이 세 권의 책을 중심으로 발표 했다.

▲ 좌로 부터 논평자 김홍만 박사, 발표자 김남준목사, 좌장 김영한 박사, 논평자 이은선박사

오웬의 구원과 성화: 존 오웬의 인간론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본래의 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참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자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하셨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탁월한 영혼은 하나님을 닮은 것인데, 이는 하나님을 닮지 아니하고는 하나님을 닮은 통치로써 이 세계를 가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락과 함께 인간의 영혼은 파괴되었고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을 위해 살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파괴된 영혼의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그의 마음과 전 삶이 하나님의 창조 목적을 향하도록 하기 위해서 하나님은 구속 역사를 이루신다. 그 일을 위한 객관적인 역사는 그리스도의 구속 사건이고, 주관적인 적용은 중생과 성화이다. 이처럼 인간의 구속은 인간을 창조의 목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방법이다.

신자는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말미암아 죄책에서 용서받을 뿐 아니라 그의 영혼 안에 심오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것은 존재론적인 변화와 인식론적인 변화이다. 존재론적인 변화란 하나님과 원수 되었던 인간의 영혼 안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경향성이 생긴 것이다. 즉 자기 사랑의 경향성을 가지고 육욕으로 살던 사람이 하나님 사랑의 경향성을 가지고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인식론적인 변화란 중생하기 전 육신의 감각을 통해서 사물을 인식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이 영적인 감각으로 사물을 인식하게 된 것을 말한다. 이러한 영적인 것에 대한 감각은 중생과 함께 신자의 영혼 안에 도입된 이래로 결코 완전히 소멸 될 수 없다. 그러나 신자가 불순종하고 은혜의 원리를 따르지 않는 삶을 살아갈 때 죄의 영향력으로 인해 이러한 신령한 것들에 대한 감각들을 무디게 만든다.

존 오웬은 중생과 성화가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즉 중생 안에 성화의 경향이 있고 성화의 실행 안에 중생의 씨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구원받은 신자라 할지라도 여전히 잔존하는 죄가 경향성으로 내재하고 있기에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새로워지기까지는 끊임없는 죄와의 투쟁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님께서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신 것은 참으로 창조 당시의 인간의 목적에로 돌아가게 하시기 위함이다. 구원받은 인간은 여전히 잔존하는 죄의 영향을 받는다. 그는 끊임없는 성화를 통해 하나님의 형상으로 쇄신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참된 신자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죄란 무엇인가?: 존 오웬은 어느 신학자보다 더 명쾌하게 죄의 본질을 설명한 신학자이다. 그는 죄를 인간의 영혼 안에 있는 경향성으로 본다. 이러한 경향성은 사람의 마음 안에서 성향을 갖게 하며 이로써 마음 안에서 혹은 행동으로 작용한다. 죄의 경향성이 하나님에 대한 적의라는 마음의 성향으로 나타난다. 하나님에 대한 적의는 반감(aversion)과 대적(opposition)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죄는 인간의 영혼과 마음 안에서 속임(deceit)과 강압(force)라는 두 가지 수단을 가지고 역사한다. 이러한 죄는 이성의 판단을 뿌리치고 역사하는 광기(madness)와 자신의 정욕을 만족시키는 데 있어 드러나는 맹렬함(rage)과 무모하게 죄를 짓게 만드는 담대함(boldness)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죄의 경향성과 그로 인한 마음의 성향은 마음의 틀(the frame of heart)을 형성한다. 이러한 마음의 틀은 사물을 인식하고, 감정을 느끼고, 또 의지로써 행동하는 영혼의 모든 활동에 일관된 영향을 준다. 존 오웬에게 있어서 인간의 마음의 틀은 죄의 성향의 지배를 받으면 죄스러운 틀을 지니게 되고 은혜의 성향에 의해 지배를 받으면 은혜의 틀을 지니게 된다. 전자는 자기 사랑과 정욕을 통한 육욕의 만족을 지향하고 후자는 하나님 사랑과 거룩한 열심을 통한 하나님의 기쁨을 지향한다.

이와 같이 구원받은 신자라 할지라도 여전히 잔존하는 죄의 경향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므로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새로워지기까지는 끊임없는 죄와의 투쟁이 필요하다.

죄 죽이기(mortification of sin): 이러한 끊임없는 좌와의 투쟁을 통해 하나님의 형상으로 성화되는 것은 성령을 통해 신자 안에서 성취된다. 죄를 죽이고 은혜를 살려 하나님의 형상을 이루기 위한 주도권은 처음부터 끝가지 성령이 가지고 계신다. 신자 안에 내재하는 죄는 신자의 어떤 행실이나 공로, 종교적 의무의 실천 같은 것들로 죽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했던 오류가 로마카톨릭 교회 안에서 유행하였다. 그러나 오웬은 로마서 313절을 주해하면서 죄는 오직 성령에 의해서만 죽임을 당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한다.

죄 죽이기의 주체는 오직 성령뿐이시다. 오직 성령만이 그 은혜 작용으로써 하나님의 은혜 언약 안에서 죄 죽임을 선택하는 신자들을 위하여 그의 의지적 협력 안에서 죄 죽임을 실행하신다. 신자의 성화에 있어서 작용인(作用因)은 성령이시고, 신자의 의지는 도구인(道具因)일 뿐이다. 즉 성령이 주인이 되셔서 신자의 의지를 도구로 사용하신다는 것이다. 구원받은 신자일지라도 오직 그 안에서 역사하시는 성령의 은혜로서만 영적인 선을 행할 수 있다.

신자의 성화에 있어서 성령의 역할은 단지 죄를 죽이는 일에만 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죄를 발견하고 또 하나님의 용서를 확신하게 하며 죄와 싸울 수 있는 복음적인 동기를 제공하는 주체로 활동한다. 오웬은 죄 죽이기라는 영적 싸움에서 성령의 은혜와 인간 의지의 순종 사이의 언약 신학적인 긴장을 다음과 같이 피력한다. “(성화에 있어서) 성령은 우리 안에서 우리와 함께 역사하시며, 우리 없이 우리를 거슬려 역사하시지 않는다(He works in us and with us, not without us and against us).”

죄는 영혼 안에 있는 경향성으로서 신자의 마음 안에서 성향으로 역사한다. 반복되는 죄의 역사와 실천은 신자의 마음에 일정한 틀을 형성하고 이것을 통해서 신자를 굴복시켜 의의 열매를 맺는 대신 불의의 삶을 살아가게 한다. 신자 안에 내재하는 죄를 완전히 소멸시키시는 것은 지상에서 기대할 수 없는 일이지만 끊임없이 부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로서 죄가 신자의 마음 안에서 우세해지는 것을 막고 오히려 은혜의 지배 아래 사는 일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 한편으로는 부지런히 은혜의 수단에 참여하는 경건의 실천이 필요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지혜로서의 성경적이고 통합적인 기독교 사상을 함양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오늘날 종교개혁의 대의인 이신칭의의 교리가 안일한 구원의 개념을 양산하고 성화에 대한 태만으로 오용되는 질병적 상황에 대한 치유책을 오웬의 성화론에서 발견할 수 있다.이런 점에서 우리는 오웬의 신학을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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