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25성탄절을 한 달 앞두고 나는 또 하나의 미니 성탄절을 맞았다시집간 큰 딸이 하루도 모자라지 않은 만 9년 만에 첫 손녀를 출산한 것이다양가 가족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것도 없었거니와 9년 동안이나 출산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셨던 성도들도 너무나 기뻐하며 축하해주었다날마다 계속되는 축하 전화와 보내오는 선물들을 받으며 나는 올해는 성탄절을 두 번 맞는 것 같다.”며 하나님께 감사하였다.

어린이를 좋아하지 않는 어른들이 어디 있을까그 귀엽고 앙증스러운 모습 앞에 몸을 낮추지 않을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나는 평소에도 어린 아이들을 보면 눈이 반짝 빛난다아이들이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눈이 휙휙 돌아간다만지고 싶고안아주고 싶고뽀뽀하고 싶다젊은 엄마들은 낯선 사람이 씻지 않은 손으로 아기를 만지면 겉으로 내색은 못 하면서도 속으로는 질겁을 할는지 모른다.그래도 애기가 좋은 걸 어떡하나요?

딸이 노산(老産)에다 몸도 약한 바람에 출산조리가 싶지 않았다그래서 친정인 우리집에 두 달이나 머물러야 했었다그러나 이 두 달이 우리 부부에겐 그야말로 영혼의 힐링 기간이었다아침마다 일어나 새아기를 보는 기쁨은 어찌 봄에 솟아오르는 새싹을 보며 받은 생기에 비교할 수 있을까바깥에 돌아다니다 피곤해진 몸도 돌아와 아기를 품에 안는 순간 가벼운 전율을 동반한 에너지의 충전을 경험한다.

아기가 엄마 아빠와 함께 저희들 집으로 돌아가던 날 집사람은 울었다나도 아침부터 괜히 마음이 부산하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아기는 자기 집으로 돌아간 날 나는 외출에서 돌아와 새삼 아기가 보고 싶어 가슴이 먹먹했다. “이건 주착이야.” 속으로 별나다며 스스로 나무라 보았지만 그게 그런 걸 어찌하랴.

몇 해 전 지방의 어느 교회에서 목회자세미나에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내려갔다담임목사의 서재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는데 나이가 서너 살 먹은 귀여운 아이가 거기 있었다담임목사님의 손자라고 했다그 목사님이 나와 인사를 하고 차를 한 잔 권한 후부터는 나에겐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손자에게만 모든 관심이 쏠려있었다내가 아이에게 안아보고 싶다며 팔을 벌리고 오라했더니 오히려 할아버지에게로 달려가서 안겼다그 목사 할아버지는 아이를 안으며 부르르 떨었다.

나는 부러워하며 그렇게 좋으세요?”라고 했더니 목사님은 아직 손자녀가 없는 것 같은데… 아이의 살이 저의 살에 닿으면 제 살이 톡톡 튄답니다.”라고 답했다이젠 그 목사님의 말이 나에게도 실감이 난다하나님은 사람들에게 때를 따라 적당한 즐거움을 주시는 것 같다늙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라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이렇게 손자녀를 주셔서 노년에 생명이 주는 기쁨을 누리게 하신다.

모파상은 그의 작품여자의 일생에서 남편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자식에게 쏟은 사랑마저 배신당한 불행한 여자 잔의 일생을 그렸다그러면서도 손녀를 품에 안은 잔이 조용히 스며드는 아기의 온기를 느끼며 인생은 그렇게 불행한 것만도 아니라는 말을 읊조리게 하면서 피날레에 이른다.

나는 손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면서 불현 듯 하나님께서도 손자녀를 이렇게 좋아하실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예수님은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이 없는 아흔아홉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는 것보다 더하리라” 하셨고 또 이어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면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 기쁨이 되느니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은 사람을 사랑하신다사람이 하나님의 기쁨이다우리 사람들에게는 농업상업공업서비스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있다그러나 하나님의 기업은 사람이다.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시 127:3) 그러므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일이야 말로 하나님의 기업에 가장 직접적으로 봉사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경건한 부부가 자녀를 출산하든지입양을 하든지전도하여 새 생명을 얻든지 이는 하나님의 재산이요 기쁨이다.

젊은 자의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 같으니 이것이 그의 화살통에 가득한 자는 복되도다 그들이 성문에서 그들의 원수와 담판할 때에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리로다”(시 1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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