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 고의나 위법 행동 없어…지난해 아프간 대행진과 상황 달라

40여 일 동안이나 탈레반에 의해 납치, 감금되어 있던 아프간 피랍자들이 귀국함에 따라, 정부가 피랍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글을 올리셨지만 대부분은 감성적인 표현에 머물 뿐, 냉정하고 합리적인 의견, 특히 법률적인 판단은 비교적 적은 듯합니다. 

1.  정부는 피랍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정부가 피랍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려면, 먼저, 피랍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 측이 그들의 잘못으로 누군가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정부가 피랍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를 대신하여 그 책임을 이행했어야 하며, 대신 책임을 이행한 정부가 피랍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는데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피랍자들을 위해 지출한 돈의 내역을 보면, (공식적으로는 부인되고 있지만) 피랍자들의 몸값이 있을 수 있고, 비행기 삯, 치료비, 교통비, 그리고 피랍자 구출과 관련하여 아프간 현지나 다른 곳에서 활동했던 공무원 등의 인건비, 교통비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정부가 지출한 비용 가운데에는, 피랍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가 누군가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진 비용은 없습니다. 설사 피랍자들의 몸값이 지불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피랍자들이 탈레반 납치범들한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정부가 대신 지급한 것이 아닙니다.

탈레반 납치범들과 피랍자들 간에 법률적인 문제를 따진다면, 오히려 피랍자들이 납치범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옳습니다. 나머지 비용들도 피랍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가 누군가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지급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법률적인 의미에서라면 정부가 현재까지 지급한 돈 가운데 구상권을 행사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2.  정부는 피랍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피랍자들을 구출하거나 국내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정부가 지출한 비용이 존재하는 것은 명백하므로 위 돈에 대해 정부가 피랍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할 수 있을지 문제가 됩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려면, 피랍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가 고의나 과실로 위법한 행동을 했어야 하고, 그 행동과 정부가 지출한 돈(일종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와 피랍자, 분당샘물교회 사이에 피랍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가 위법한 행위를 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아프간에 간 피랍자들은 관련 법령이나 정부의 지침 등을 어긴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행이 금지된 국가도 아니었고, 출입국 및 여행/이동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없으며, 그 당시 아프간에는 피랍자들 뿐만 아니라 기독교를 포함한 다른 단체에서 온 분들이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입국했고, 봉사 등 각종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부주의하게도 다수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동을 하다가 한꺼번에 납치되었다는 것인데, 그 자체도 위법한 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상황은 2006년도 상황과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2006년도에 일부 기독교인들이 대거 아프간에 입국하여 평화대행진을 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현지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분들이나 선교사들은 대부분 반대하였고, 국내에서도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기독교인들이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명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여 명이 아프간에 입국하였다가 결국은 행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나오게 되었는데, 그 당시 정부는 그러한 행사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아프간에 가지 말도록 여러 차례 종용하였고, 아프간에 도착한 분들에 대해서도 전세 비행기라도 보낼 테니 돌아오라고 종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분들 중 일부는 여행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들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주장하신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 당시에 관련 법령이나 정부의 구체적인 경고, 지침에 반하여 행동하여 피랍당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면 그분들에게도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경우에도 여전히 국가에게는 재외국민보호의무라는 것이 있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보면, 구체적인 상황을 밝혀 보아야 더 분명한 결론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3. 그러나 정부는 일부 돈을 피랍자들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다

제가 생각하기에 비행기 삯, 치료비, 교통비 등은 원래 피랍자들 본인이 부담하였어야 하는 비용입니다. 그러나 긴급한 상황에서 정부가 그들을 대신하여 부담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위 돈은 일종의 체당금(빌려준 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장 급하니까 정부가 우선 부담하였지만 긴급한 상황이 끝난 이상, 피랍자 본인들이 정부에 돌려 줘야 하는 돈인 것입니다.

여기에서 만일 납치범들한테 지급한 몸값이 있다면 그 금액 또한 체당금으로 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견해도 가능합니다. 즉, 피랍자들이나 그 가족들이 지불했어야 하는데 정부가 대신 지급했으니 그 돈도 돌려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설사 납치범들에게 얼마간의 돈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입장에서는 그 금액을 공식적으로 밝힐 수도 없고(따라서 정부 예산으로 지급했을 가능성도 적음),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적정한지에 대한 판단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외국민보호의무가 있는 국가가 그러한 비용을 해당 국민에게 부담시켜야 하는지 등 여러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4.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

먼저 명확한 것은 이번 아프간 피랍사태는 작년 아프간대행진 사태와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독교 또는 기독교의 선교 행태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은 가능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을 비판적인 사례로 드는 것은 적절하지 못합니다. 기독교인 가운데에도 좋은 분도 있고 나쁜 분도 있듯이 선교에 대한 생각도 서로 다릅니다. 봉사는 선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고, 봉사도 선교로 보는 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한국의 기독교가 이제라도 19~20세기에 이미 누누이 비판을 받아왔던 일방주의적, 제국주의적, 우월주의적 선교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것들은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무관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번에 한민족복지재단을 통해 아프간에 입국했던 분당샘물교회 교인들은 대부분 전문적인 선교사도 아니고(그분들 중 몇 분은 아프간에서 활동하던 분들로 알고 있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무슬림들에게 예수 믿으라고 일방적으로 외치러 간 사람들도 아니며, 단지 예년에도 그러했듯이 올 여름 단기간 동안 봉사활동을 떠난 사람들입니다.

기독교인들이기에 마음속으로는 아프간 국민들이 예수를 믿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잘못일 수는 없습니다), 여하튼 의료 활동과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그들을 도우러 간 사람들입니다. 20~30대 그 나이에 이기적인 욕망에 열중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 특히, 분쟁 지역에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고 나선 그 정신은 칭찬받을 만합니다.

다만, 혹시라도 그분들의 내면에 우월주의적이고 일방적이며, 제국주의적인 사고가 있다면, 이는 미성숙한 신앙적 사고와 태도로써 비판받아 마땅하겠지만, 다행히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이지영 씨의 희생적인 양보와 사랑, 살해당한 두 사람의 평소 행적과 사후 모습을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나마 한국 기독교를 위해 다행스런 일입니다.

이제는 제발 한국의 기독교인들이(다른 종교인들이나 신념을 가진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자신들만 구원받은 자, 옳다고 하는 선민주의적인, 우월적인 시각에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된 사람이 나중 되고, 나중 된 사람이 먼저 된다고 했습니다. 항상 겸손하게,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이라면, 마지막 심판 날에 그들이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믿으려 애썼던)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성경에도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그들의 행동을 보고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내게 ‘주여, 주여’ 한다고 해서 모두 다 하늘나라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만 들어갈 것이다. 그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주여, 주여, 우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귀신을 쫓아내고 많은 기적을 행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이 악한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거라’ 하고 분명히 말할 것이다.”(마 7:20~23)

이번 아프간 피랍사태로 인하여 한국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와 선교의 본질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고 회개하여 한 단계 성숙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을 바라보는 많은 네티즌들은 진실 혹은 진실에 가까운 사실관계에 입각하여 애정 어린 비판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서로 성숙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특히나, 네티즌들의 호된 비판에 담긴 뜻을 제대로 헤아려 한국 교회가 한걸음 더 성숙되기를 소망합니다.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소명 (뉴스앤조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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