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택 목사

지난 밤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에 뭔가를 찾느라고 부스럭거리다가 기어이 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방으로 들락날락했다. 선교지에 가져가려고 준비해 둔 것인데 그걸 어디다 두었는지 도무지 생각도 안 나고 있을 만한 곳을 다 뒤져봐도 보이지가 않는다. "분명히 그걸 집에까지 갖고 온 것은 틀림이 없으렷다" 자신의 기억력이 의심스러워 한 번 더 다짐을 놓고……. 지난번에 한국 갔다 온 가방을 다 뒤지고, 입고 갔다 온 옷 주머니마다 다 뒤져보고……. “아니, 가만~ 내가 그걸 아내에게 보관하라고 했었나? “ 기억이 가물가물……. ~ 이것 참!

다람쥐가 도토리가 떨어지는 가을 숲 속에서 부지런히 도토리를 주워 모아 겨울 양식으로 저장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하도 여러 곳에 많이 저장해 두다보니 나중에는 어디다 숨겼는지 다 기억하지 못해서 버려진다고 하는데, 다람쥐가 묻어둔 그 도토리들이 얼음이 녹고 봄비가 오면 마침내 싹이 나 자라서 참나무 숲이 된 다는데, 내가 그 다람쥐 신세가 아닌가 싶어진다. 하지만 난 겨울이 지나도록 못 찾아도 괜찮은 다람쥐 신세가 아니다. 다람쥐는 그걸 다 못 찾아도 굶어죽지 않았지만 난 그걸 못 찾으면……. 게다가 찾는다 해도 아프리카 선교지 가기 전에 찾아야지 갖다 온 다음에 찾아봐야 아무 소용도 없게 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불현듯이 비자문제로 정신이 아뜩한 적이 있었다. 부랴부랴 알아본 결과 한 달은 무비자라고 해서 안도하긴 했지만, 그게 만약 비자가 필요한 국가였다면 어쩔 뻔 했나 싶으니 나 자신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째서 이렇게 둔해지고 무감각해졌는지 모르겠다. 나이 탓을 하기에는 스스로 어린아이라고 치부하는데. 출발할 날이 며칠 남지도 않은 상황이라 대략난감하다. 시간은 새벽 3시가 되어가는데 한 시간 가까이 연신 "그것참, 그것 참~" 입 고추를 불면서 들락날락 바스락바스락 하지만 별무소용이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뭔가를 찾다가 잘 못 찾으면 콜롬보 형사 이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던 아내를 깨울까하고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그냥 참았다. 그거 못 찾는다고 당장 이 밤에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닐 것이고, 밝은 아침에 찾아도 찾기만 하면 될 것이니 곤히 자는 사람 깨워서 괜히 미안해 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것이 만약 집 안에 없다면 자는 사람 깨워봐야 소용도 없을 것이고, 집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날 새는 동안에 어디 도망이야 갈려구~” “거져 찾게 해주실 줄 믿습니다." 간절하게 중얼거리면서 침대에 누웠다. 눈은 말똥말똥 정신은 초롱초롱……. “아이고, 아버지요~ 그거 아버지 것이니까 집 안에 있는 그걸 찾도록 해주이소. 몬 찾으면요오~ 아버지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생깁니데이~”

평소보다 늦게 잤지만 일찍 깬 아침, 아내는 아직 조용하다. 어쩔 수 없이 살그머니 아내를 건드리니 그제야 아내가 깬다. “혹시 내가 당신한테 그걸 보관하라고 맡겼소?” 라고 물으니 터무니없는 소리 말라는 핀잔이 돌아온다. 지난 밤 늦게까지 부스럭거린 사연을 이실직고 했더니 당신 그걸 검은 가방에 두지 않았어요?” 한다. “검은 가방? 그거 다 털어봤는데......” 아내가 내 방으로 와서 문제의 그 검은 가방을 열어본다. 그거 어제 밤에 내가 두 번 세 번 거꾸로 잡아 흔들고 털면서까지 확인한 것인데……. 있을 턱이 없지 않은가! 분명히 그 가방에 있는 것을 봤다는 아내도 분명히 봤는데…….” 중얼중얼~ 허탈해 하긴 마찬가지! 그러다가 내가 그 가방을 붙잡고 부피를 가늠하는 방법으로 안에 혹시라도 뭔가가 들었나 하고 양손으로 합장하듯이 더듬어 보는데, “?......!” 뭔가 도톰한 부피가 느껴지는 게 아닌가! 이게 뭐지 하고 확인을 하려니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안팎으로 찾아보니 안쪽으로 자그마한 지퍼가 보인다. 아이구야! 여기에 이런 것이……! 그걸 열고 보니 그 안에……. ~ 세상에나~! 할렐루야!

그 순간 잃었다 찾은 기쁨이 이런 거구나!” 하는 감격과 안도감으로 감사가 터져 나온다. 그거 한국까지 가서 구해온 것인데……. 잃어버리면 다시 구하기가 막막한데……. 어쩌면 이번 아프리카 선교지 방문이 절반의 실패로 끝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였는데……. 사실 그거 찾지 못하면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았는데. 생각해보니 어느 샌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몇 시간이나마 푹 잘 수 있었던 것은 최악의 순간에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문제의 책임과 해결을 떠넘길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폭풍 같은 당황스러움으로 허둥지둥 부스럭거리며 들락날락하던 밤을 보내고 문제가 해결된 아침에 가만 생각해보니 자신의 부주의로 야기된 문제의 해결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미루어놓고 속편하게 잘 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계면쩍기도 하다.

아아~ 당신의 사업에는 전적으로 책임지시는 하나님, 참 감사합니다. 아프리카 선교지 가기도 전에 나로부터 절절한 감사의 인사를 듣고 싶으셨던 것일까 생각하니 참 유머러스하신 아버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바보처럼 연신 싱글벙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내는 "그렇게 좋으냐?" 면서 한 턱 내란다. "그래, 한 턱이 아니라 두 턱도 내지. 내 이름이 택이 아니냐! 아예 내 턱 당신 다가져! 참 좋으신 하나님, 이 밝은 아침에 빛나는 기쁨과 감사로 하루를 시작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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