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협 제29차 열린대화마당에서 발표

한목협 제29차 열린대화마당이 한국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분단 70년 선교130년 한국교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지난 430일 열렸다. 한목협 대표회장 김경원 목사(서현교회)의 환영인사 후에 상임총무 이성구 목사(시온성교회)의 사회로 주제발표가 시작되었다.

▲ 좌로부터 발표자 이홍정 목사, 이은재 교수, 오정호 목사, 박명수 교수, 진행자 최은식 성공회신부

한국교회는 과거에 머물지 말고 오늘 복음을 경험해야 한다. /박명수 교수

▲ 박명수 교수

먼저 한국교회의 선교방향과 통일정책이라는 주제로 박명수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가 발표했다. 박교수는 한국교회는 과거의 영광과 지나친 개교회주의에 빠져서 급변하는 한국사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발표를 이어갔다.

초기 한국 기독교는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었다. 기독교는 세계를 향하여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과거 기독교가 담당하던 거의 모든 것을 이제 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상황에서 한국 기독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현재 한국사회는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이런 성장에 맞는 내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개인의 책임감의 결여, 공정한 경쟁 룰의 부재, 왜곡된 성문화, 개인의 근면한 생활 등, 과거 기독교의 중요한 도덕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이런 가치의 회복은 복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복음을 전함으로 사회가 변화되는 현실이 나타나야 한다. 단지 말이나, 교리나, 제도가 아닌 복음으로 인한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사회에는 재정의 투명성, 인사의 투명성, 그리고 합의과정의 투명성이 강력하게 요청된다. 공직사회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회단체들이 이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에는 이런 민주적인 훈련이 덜 되어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교회가 어떤 단체보다도 민주화 되었지만 지금은 민주화에 있어서 국가단체나 사회단체에 크게 뒤져있다. 한국교회는 복음으로 변화된 실질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복음의 능력으로 은혜를 체험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희망이 있다.

한국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여 우리 인생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 갈 때, 사람들은 기독교를 존경하고, 교회는 부흥할 것이며, 나아가서 통일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기독교는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그 능력을 잃어버린 과거의 전통종교와 비슷하다. 박교수는 자기도취에 빠진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닌 십자가의 복음임을 주장했다.

 

한국교회는 이웃을 잊어버린 죄를 회개해야 한다. 오정호 목사

▲ 오정호 목사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오정호 목사(대전새로남교회)는 수잔 솔티(Suzanne Scholte)의 말을 인용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북한 주민들은 지구상 가장 낮은 자이다. 한국교회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북한 인권을 말하는 것은 영적 투쟁입니다. ... 한국교회가 왜 이렇게 한 가족인 북한 동포들이 당하는 인권침해에 침묵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한국은 인구 당 가장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나라가 아닙니까? 무엇을 두려워합니까? 북한의 지하교회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입니다.”

오목사는 북한을 이웃에 의해서 잊혀진 사람으로 비유하면서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무관심한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강조했다. “우리의 북쪽에 있는 동족은 요지부동 박해지수 1,2위를 고수하고 있다. 탈북자의 증언에 의하면 96년에 장마당에서 순대를 팔던 부부가 있었는데 생활이 어려워지자 부모들이 식량을 구하러 간 사이 장마당에서 빌어먹는 아이 13명을 죽여 이들의 내장으로 순대를 만들어 팔다가 적발됐다. 13번째 죽은 아이를 발견했을 때 어느 집 아이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학교마당에 아이의 머리를 두고 전교생에게 직접 확인시키기도 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내 동족들이 당하는 아픔과 눈물이 어찌 그들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목사의 말씀처럼 이웃에 대한 무관심은 나르시시즘에 빠져서 이웃을 바라보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큰 죄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자기만족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현장으로 나아갈 용기가 필요하다. /이은재 교수

▲ 이은재 교수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은재 교수(감신대)는 참된 종교는 철저히 관계적이라고 주장하며, 기독교 영성이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자기만족에 빠져있는 한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독교의 광야는 결코 도피처가 아니다. 스콜라주의가 엘리트주의로 전락하고 신비주의가 세상과 무관한 신의 탐닉으로 간주되었던 시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종교개혁자들은 교회와 종교 그리고 경건이 섬이나 사막에서 단독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성이란 세계도피나 자기만족이 아니라 현실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용기라고 말했다.”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로 알려진 영성훈련의 마지막 단계는 하나님과의 합일(contemplatio 혹은 unio mystica)인데,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는 이런 방식에는 죽음이라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죽음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자기부인의 자리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그것은 당연히 삶의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이 걷는 길이 신앙의 발걸음인지 확인하려는 자가 세상과 사람이 없는 텅 빈 공간에서 확신에 이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공간, 삶이 공유되는 현실에서 비로소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되고, 십자가의 길을 걷게 된다.” 이은재교수는 나르시시즘에 빠져서 자기만의 성을 쌓고 있는 한국교회가 그 경계를 허물고 자기비움을 실천해야 함을 주장했다.

 

한국교회는 나르시시즘을 극복하고 케노시스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홍정 목사

▲ 이홍정 목사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이홍정 목사(예장통합총회 사무총장)는 한국교회선교를 재고해야 할 필요를 강조하면서 한국교회 지도자들 속에 만연된 나르시시즘에 대해서 경고했다. “자아도취적 자기애는 인간의 부정성이 지니는 심리적 문제로, 완벽주의에 경도된 채 자만심과 우월감에 빠져 자기에게서 시작과 끝을 이루는 직선적 완결구조를 형성하려는 태도를 포함한다. “나르시스적 인간은 자신의 완벽한 자아상 표출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기성찰 대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애매한 희생양을 만들어 이를 극복하려 하는데, 이런 악순환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간의 죄악된 문화는 번성해 간다. 이목사에 의하면 한국교회의 성장둔화와 윤리적 타락과 사회적 신뢰악화의 뒤안길에는 성령의 역사를 가로막는 교회지도자들의 나르시스적 병리현상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나르시시즘을 양산하는 한국교회의 문화와 목회구조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 성육신적이며, 생태적인 자기 비움과 상호의존성의 영성의 빛 아래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영적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오늘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은 오늘 나는 무엇을 위해 죽는가라는 질문을 통해서만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명의 강사들의 강의를 통해서 기자는 이런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나르시시즘(자기도취)에 빠진 한국교회여 십자가의 복음을 통해 케노시스(자기비움)로 돌아가라!(논문은 추후 논문방에 게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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