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도는 오해, 그리고 진실
“2004년 11월 서경석·김진홍 목사가 만든 단체가 ‘기독교사회책임’이다. 그때 표방한 내용이 교계의 뉴라이트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고, 공동대표로 박 목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뉴라이트 전국연합과는 관계 없는 단체이고, 지금은 공동대표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관계자의 말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 홈페이지에는 박 목사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 관계자는 “1차적으로 사실관계가 맞지 않기 때문에 나름대로 댓글을 다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다”며 “확실한 것은 우리와 관계 없다는 것이고, 그 분 개인의 활동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기독교사회책임의 반응도 비슷하다. 이 단체의 실무자는 말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명단에 있었는데, 그 뒤로는 빠진 것으로 안다. 우리 단체의 공동대표도 아니고 잠깐 들어왔다 나가신 분과 관련해서 우리가 입장을 표명해야 할 이유가 없다.”
도대체 무슨 까닭이 있었던 걸까. 박 목사는 왜 뉴라이트 단체에 관여했다가 그만둔 걸까.
“사실 (뉴라이트의 주도적 인물인) 서경석 목사와 김진홍 목사, 그리고 박 목사는 20여 년 전부터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서 목사가 경실련 사무총장을 맡고 있을 때는 진보적 입장이었지만, 도움은 복음주의계열 쪽에서 받았다. 박 목사 같은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뒤 서 목사는 입장이 바뀌었다. 뉴라이트나 기독교사회책임이 출범할 때 참여 요청을 받았지만 봉사나 헌신을 넘어선 정치적 특정 이데올로기 참여운동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에서 박 목사는 선을 그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구교형 평화누리 목사의 말이다.
뉴라이트와 박 목사의 관계에 대해 교계 내에선 거의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 기독교사회책임출범 당시, 사회적으로 신망받는 목사들의 이름을 포함시켜 팩스로 돌리는 사회단체에서 익숙한 ‘관행’ 때문에 비롯한 ‘오해’라는 것이다. 백찬홍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연구위원은 조금 더 자세한 ‘내막’을 증언한다. “당시 교파를 초월해서 만들어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라는 단체가 있었는데, 사랑의 교회 옥한흠 목사나 박 목사 등이 이 단체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단체 차원에서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결정해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한 것인데, 그런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번에 박 목사를 뉴라이트와 연결지어 비판하는 것 같다.”
박 목사의 독특한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박 목사는 예장고신, 즉 ‘예수교장로회 고려신학’이라는 개신교 내 한 갈래의 입장을 갖고 있다. 개신교 내에서 ‘고신’은 보수주의로 분류되고 있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부분은 여기서 보수주의란 통상적·정치적 의미의 보수, 진보 구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박 목사는 헌납할 재산도 없다”
신사참배를 강요한 일제시대 대부분의 기독교도들은 그것이 국가의식이라고 해서 굴복했다. 하지만 이 ‘고신’분파는 끝까지 우상숭배라며 신사참배를 거부했고, 해방 후 그것을 하나의 긍지로 삼았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는 여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종교적 의미의 보수주의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목사에 대한 비난여론에서 단군상이나 장승을 자른 기독교 행태 등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 목사의 경우 ‘고신’ 내로 한정해본다면 상당한 개혁적 입장이라고 교계인사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박 목사가 적을 두고 있던 영동교회 자체가 보수주의적 입장이면서도 사회현실에 대해 외면하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갖고 있었다는 것.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벌여온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이나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이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이필완 목사는 복음주의적 입장과는 또 다른 에큐메니컬(사회적 참여를 중시하는 기독교 내 흐름)의 입장이다. 그는 “박 목사의 위치에서 뉴스앤조이와 같은 개혁적인 매체에 설사 이름만 빌려줬다고 하더라도 대단한 일”이라면서도 “기독교가 정신차리지 않는 한, 이번 사건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랜드 사태, 김홍도 목사의 이명박 지지 등 기독교와 관련된 부정적인 사건이 많았습니다. 양동이에 물을 담으면 어느 순간 넘칩니다. 그 넘치는 순간 이번 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어느 순간 교회가 자정능력을 잃은 것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교회가 그런 비난여론을 못 느낀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에서 교회를 비난하는 사람이 전부 ‘안티’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사회로부터 교회가 고립되고 있는데, 교회는 그런 외부의 비판에 귀를 닫고 자신을 키우는 데 급급한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정체된 것이 10년 정도 됐습니다. 위기를 느꼈을 때 자정능력을 발휘에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해온 방식처럼 자기들끼리 모여 대형 집회하는 식으로 돌파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박은조 목사가 공격을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교회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사회적 비난의 화살은 계속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번 아프간피랍 사태와 관련, 여전히 많은 부분이 의혹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박 목사와 샘물교회에 너무나 가혹한 시련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한국교회의 거듭남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그 누군가의 ‘숨은 뜻’일지도 모른다. (출처:경향신문뉴스메이크)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