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원호 목사 광주은광교회담임

늘상 가던 길이 폐쇄로 막혀 있었다. 할 수 없이 투덜거리면서 돌아갔더니 멋진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후 도로가 개통된 다음에도 우회로를 택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길을 돌아가야 할 때면 언제나 투덜거립니다. 심지어 우회로를 욕하고 저주하기까지 합니다. 원하던 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1년 더 공부해야 했을 때, 인간관계가 꼬이는 바람에 다른 마을로 가서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을 때, 사업이 풀리지 않아서 생소한 업종을 배워가면서 시작해야 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는 쉬워 보이는 진급이 나에게는 이루어지지 않아서 후배를 상관으로 모셔야 했을 때, 직장생활의 끝은 보이는데 그 이후가 보이지 않아서 걱정하느라 2,3년 허송세월했을 때,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내 인생 이십년이 의미 없이 사라진 것 같았을 때, 그럴 때 불평과 원망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일들로 인해서 아까운 세월만 보내야 한다면 우리의 마음은 조급해지게 마련입니다.

수완예배당 공사를 하면서 우리는 많은 시간을 허송했습니다. 4년 이상의 기간이 의미 없이 날아갔습니다. 우리는 조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만도 많았습니다. 다른 교회는 쉽게 마치는데 우린 왜 그렇게 문제가 많은지, 건축하면서 생기는 모든 문제를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가고 싶은 길은 언제나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계속 우회로를 돌아왔습니다. 주요 고비마다 돌고 돌아 징하게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다들 스트레스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스트레스 많이 받았습니다. 주일 아침이면 비전홀로 예배 인도를 하러 다녔습니다. 수완으로 들어설 때쯤 오른쪽 언덕 위로 교회 본당이 보입니다. 공사를 할 때보다 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짓다 만 건물이 보기에도 흉했습니다. 몇 달이 가도 아무 변화도 없었습니다. 교회당 쪽을 바라보기가 싫어졌습니다. 어쩌다 한 번 올려다보면 이상하게 왼쪽 가슴이 싸-아해지면서 사기가 저하되곤 했습니다.

지금은 벙커 같은 겉모습도 너무 좋습니다. 건물 맨 위 지붕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층고가 높아서 건축비가 많이 들었다지만 내부가 높고 시원해서 마음에 듭니다. 교육관 내부가 대부분 블록 상태 그대로이지만 이 역시 요즘 트렌드라고 농담을 할 수 있습니다. 회의를 하다보면 방이 울려서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데?”라는 행복이 밀려오곤 합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지는지요.

가끔 심혈관 우회로 수술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원래의 길이 막혀서 새 길을 만들어 피가 흐르도록 해주는 수술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회로 수술이 결국 사람 목숨을 구합니다. 그렇다면 인생에서의 우회로도 때론 생명의 길일 수 있습니다. 지나놓고 보면 하나님이 만드신 우회로 혈관인 거죠. 하나님이 만드신 우회로는 언제나 완벽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우회로에 대한 원망을 멈춰야겠습니다. 오히려 힘들었던 우회로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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