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 기고되는 논문이나 나의주장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순수한 기고자의 주장임을 알려드립니다. -코닷-

▲ 김대진 박사 코닷연구위원 고려신학대학원 외래교수

우리 강아지는 솔로다.

약혼 신청을 해 온 수캐들은 많은데

엄마가 허락을 안 한다.

솔로의 슬픔을 모르는 여자

인형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우리 강아지.

할아버지는 침이 묻은 인형을 버리려한다

정든다는 것을 모른다.

강아지가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외로움이 납작하다.

분명히 10살 난 아이가 쓴 동시인데 50을 넘긴 사람에게도 말을 걸어온다어린 시절 어느 무더운 여름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갔는데대문 앞에서 언제나 나를 맞이해 주던 우리 집 메리가 없어졌다메리!... 메리!를 부르다 폐가 안 좋으신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를 듣고나서야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버렸다홀로 장독대에 가서 메리를 생각하며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있다식용으로 사라져간 메리에 비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10살 난 아이가 쓴 솔로 강아지라는 시를 읽으면서 잠시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이 아이가 쓴 다른 시 중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친구들과 내기를 했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말하기

티라노사우루스

지네

귀신천둥주사

내가 뭐라고 말했냐면

엄마

그러자 모두들 다같이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엄마라는 말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10살 난 아이의 시가 참 괜찮다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다름 아닌 엄마가 돼 버린 세상을 풍자하고 있다이런 시에 대해서 어떤 교수는 우리가 아는 그런 뻔한 동시가 아니라 매우 독특한 시 세계를 가지고 있는 재능있는 아이의 시라고 평가했다심지어 천재성이 있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그런데 문제는 학원가기 싫은 날이라는 다음의 시에서 나타난다.

학원가기 싫은 날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이빨을 다 뽑아 버려

머리채를 쥐어뜯어

살코기로 만들어 떠먹어

눈물을 흘리면 핥아먹어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가장 고통스럽게

이 시 때문에 두 달간 언론과 SNS등에서 큰 논쟁이 일어났다결국 지난 5월 5일 이 시집을 낸 출판사 가문비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도서 전량을 회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사과했다. "이번 솔로 강아지’ 출간으로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숙입니다일부 내용이 표현 자유의 허용 수위를 넘어섰고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항의와 질타를 받았습니다."

이런 출판사의 결정에 솔로 강아지의 저자 이양의 부모들은 솔로 강아지 폐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그러나 이양의 아버지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솔로강아지 폐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한다고 밝혔다그는 일부 크리스천들이 이건 사탄의 영이 지배하는 책이라고 심한 우려를 표현하고 계신다며 크리스천으로 심사숙고한 결과더 이상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원치 않아 전량 폐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잔혹 동시에 관한 두 달 정도의 논쟁이 막을 내리는 것 같이 보인다필자도 이 시가 다른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따라서 전량 폐기를 받아들인 이양 아버지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이 시를 접하는 어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언론에 의하면 이양의 부모는 크리스천이고 아마도 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그렇다면 교회의 지도자들은 이 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그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초등학생의 일탈정도로 생각하고 혹은 사탄의 영이 지배하는 책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더 심도 있는 메시지가 있어 보인다.

기독교사회윤리학자 백소영 박사는 을의 눈물 누가 씻을 것인가?”라는 글에서 이 문제를 “21세기형 전문화된 모성의 문제로 보았다백박사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전업주부 평균학력 세계 제1라고 한다그러나 동시에 대한민국은 양성평등 인식 지수나 일과 가정의 병립을 위한 제도적 지원 면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이러 상황 가운데 대한민국의 많은 현대 여성들의 의미추구가 전문적 모성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내 아이는 세상을 향해 나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실적이요 경쟁력을 가진 한정판 생산품입니다그러니 아이들의 시간과 생활꿈까지도 엄마에 의해서 기획되고 조정되고 진행되는 거죠.” 백박사의 주장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가정에서 자녀들은 엄마의 실적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것이다자신의 자녀를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이고 싶은 엄마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살아간다예전에 아이들은 학원에 가기 싫거나 심지어 학교에 가기 싫으면 소위 땡땡이를 칠 수 있었다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실시간 엄마의 스마트 폰으로 자신의 위치 정보가 보고되는 첨단 기술 덕택에 절대로 땡땡이 칠 수 없다그래서 학원에 가지 않는 유일한 길은 엄마가 없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백박사는 진단한다. “학원가기 싫은 날은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가 가정 속에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모일간지의 칼럼니스트 이계삼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뒤덮는 치정불륜패륜과 학원가기 싫은 날의 충동은 본질적으로 똑같은 인간의 충동일 뿐이라고 진단한다그는 이번 논란에서 문제가 되어야 할 것은 학원가기 싫은 날이 드러낸 잔혹함과 그 배면의 윤리가 아니라이 충동을 토로하게 한 현실이라고 주장한다이계삼은 아이의 시집이 잔혹하고엽기적이며사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사실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이 나라의 현실이야말로 사탄스럽다고 결론을 내린다.

위의 두 사람의 분석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이런 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원인을 사회 구조와 현실의 문제로 본다는 점이다사람은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특히 아이들에게 환경의 영향은 절대적이다중앙일보 채윤경김민관 기자가 이양의 어머니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심정을 묻는 질문에 이양의 어머니 김바다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에는 저도 상당히 충격을 받았지만 아이 얘길 듣고 보니 요즘 유행하는 엽기물이나 괴담만화에 익숙해진 초등생들은 잔인하기보다는 재밌는 표현이라고 보는 것 같았다.”

요즘 유행하는 엽기물과 괴담문화의 영향이 아이에게 있는 것이다이런 미디어 환경의 문제는 사소한 문제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욕심으로 변질된 전문적 모성이나 사회적 현실뿐만 아니라 엽기물괴담만화폭력적 게임 등과 같은 미디어 환경의 영향이다아이들은 이런 환경에 노출되면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부모들은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부모들은 아이들의 환경에 책임을 져야 한다부모들이 손 놓고 있으면 아이들은 세상이 주는 악마적 영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부모들이 아이들의 환경에 책임이 있듯이 교회와 사회의 지도자들은 사회와 교회의 구조와 환경에 책임이 있다하나님께서 미가 선지자를 통해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책임을 물으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선을 미워하고

악을 기뻐하여

내 온 백성의 가죽을 벗기고

그 뼈에서 살을 뜯어

그들의 살을 먹으며

그 가죽을 벗기며

그 뼈를 꺾어 다지기를

냄비와 솥 가운데에 담을

고기처럼 하는도다(미가3:2-3)

잔혹동시와 미가3장이 서로 많이 닮았다잔혹동시에서는 아이가 엄마를 먹는다고 하는데미가3장에서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 온 백성을 삶아 먹는다고 한다몇 몇 전문가들이 잔혹동시의 원인을 전문적 모성을 만들어내고 청소년 자살을 부추기는 사회 현실이라고 진단 한 반면미가3장은 잔혹한 예언의 원인을 정의를 버리고(미가3:1), 악을 기뻐하며(3:2), 뇌물과 삯과 돈을 추구하는 정치 종교 지도자들(3:11) 때문이라고 말씀한다성경은 정치 종교 지도자들이 시온을 피로예루살렘을 죄악으로 건축”(미가3:10)한다고 진단한다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 피와 죄악으로 사회 구조를 만든 것이다성경에 의하면 교회의 지도자들이 나라의 통치자들이 정의를 버리고 선을 미워하고 돈을 의지함으로 피와 죄악의 구조물이 건축되었다지도자들이 백성을 잡아먹는 피의 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부모를 잡아먹는 괴물로 길들여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잔혹동시는 미가3장을 생각나게 한다엄마를 잡아먹는 엽기적이고 사탄적인 아이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은 아닐까이양의 어머니는 그 시를 읽고는 아이가 다니기 싫어하는 학원에는 더 이상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엄청나게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이다이제 나라와 교회의 지도자들은 이 엽기적인 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것인가뇌물과 삯과 돈으로 대변되는 탐욕과 성공주의를 버리고 정의를 아는 것이 너희의 본분이라 하신 말씀을 따라 목회의 본분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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