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 득세를 도운 '돼지파' 2인방  


이한석 전 총회장과 임종수 총무, 절차 밟지 않은 서류 교육부에 제출했다가 들통


  ▲ 예장고신 총회에서 개혁파가 득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보수 세력의 핵심 인물들이 도덕성 문제에 휘말리는 자충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세력의 핵심 가운데 한 사람인 직전 총회장 이한석 목사는 부총회장 시절부터 담임하던 수영교회 교인들의 극심한 반발로 도덕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뉴스앤조이 최재호  


  
이번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제56회 총회를 정치적인 면에서 본다면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총회 임원진 선거를 살펴보면 개혁파의 약진이 틀림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속을 들여다보면 부총회장 후보를 비롯 대부분의 임원 후보들이 박빙의 득표전을 전개됏다. 아직 교단 안의 급격한 힘 쏠림 양상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는 형편.

다시 일어서는 고신의 개혁파들

지난 2000년을 전후하여 학교법인을 포함, 교단 내 요직을 장악했던 개혁 세력의 아성이 무너진 것은 2003년. ‘돼지파’(보수 세력)의 필사적인 저항과 개혁파의 밀어붙이기 와중에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관선임시이사진이 파송되고 뒤이어 학교법인 고려학원(고신대학교, 복음병원, 고려신학대학원)이 부도 상황을 맞자 수 년 동안 기울던 보수 세력이 대거 재결집,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유력한 실력자로 꼽히던 개혁파 인물들이 포진했던 고려학원 이사들에 대하여 3년간 상회 총대권 정지를 명한 문책성 시벌은, 개혁파의 핵심 운동가이자 전략가인 고려신학대학원 이성구 교수에 대한 자유주의자 논란과 맞물려 정치적 추를 과거로 되돌리기에 충분했다. 당시 부총회장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던 강규찬 전 고려학원 이사장을 비롯, 윤희구, 정근두 목사 등은 3년간 교단정치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이 같은 결과는 당시 ‘소음(騷音)병원, 복마전’ 등으로 불리던 고려학원의 수술 실패는 물론 복음병원을 통해 이권을 누려오던 교단 내 비호 세력으로 거론되던 중진 인사들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하는 일로 이어졌다. 그리고 제도권 정치 무대 복귀를 위한 개혁파의 눈물겨운 도전은 계속 실패로 돌아갔고 더는 내놓을 카드조차 없이 수년을 허송해야 했다.

그러다 2006년 제56회 총회를 앞두고 총회운영위원회에서 시벌 중이던 전 고려학원 이사진들에게 해벌과 함께 피선거권이 주어졌다. 총회가 시벌한 사항을 운영위원회가 해벌한 일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지만, 개혁파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총력전을 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온 일등 공신은 역설적이게도 보수계파의 핵심인물인 임종수 총무. 그는 이번 총회 전반부 3일간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한 인물이었다.


임종수 총무, 결의 없는 서류 교육부에 제출했다가 정직 3개월

    

  ▲ 실세 총무로 교단의 주요 사안마다 개입해온 임종수 목사. ⓒ뉴스앤조이 최재호  
  
그는 수차례나 “교육인적자원부가 자신에게 고려학원을 교단에게 돌려준다는 확약을 했다”, “이제 몇 달 뒤면 교단이 되찾아올 수 있다”는 공수표(空手票)를 남발했기에 고려학원 문제에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큰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임 총무는 지난 9월 4일자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수신으로 하고 사학지원과장을 참조로 하여 ‘고려학원 정상화 방안’이란 문건을 총회장 겸 고려학원정상회위원회 위원장 이한석 목사 명의로 제출했다.

이 서류에는 “이사장 이우준 씨의 직무 수행에 문제가 있고 병원장 이충한 씨는 위계질서를 파괴하고 무법으로 병원을 관리하며, 총장 김성수 씨는 정상화가 1~2년 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반 교단 정서를 갖고 있다”면서 △불신이사진을 해임하고 교단 집행부로 교체해 줄 것△이사장 이우준 씨를 빠른 시간 안에 해임하고 임종수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임해 줄 것 △병원장 이충한 씨를 보직 해임해 줄 것 △불법으로 보직해임된 직원들을 원대 복귀시켜 줄 것 △교단 정서에 반하는 김성수 총장에게 경고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 서류가 고려학원정상화준비위원회와 총회 임원회의 정식 결의에 따른 문서가 아니라 총무 주도로 당시 이한석 총회장, 권오정 목사부총회장, 이우성 장로부총회장 등 몇몇 인사가 동참한 비공식 문서였다는 점에 있다. 반대파에서는 이를 두고 “집행부에 의해 자행된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문서는 총회 직전 한 경로를 통해 공개됐으며 이 일로 임 총무와 관련자들은 총회 석상에서 머리 숙여 사과해야 했다. 특히 임 총무는 파면 위기를 몇 표 차이로 넘기고 3개월 총무직 정직 처분을 받아 ‘실세 총무이자 학교법인 문제의 유일한 해결사를 자처한 이’로서 체면을 심각하게 구겼다.

어쨌건 이러한 교단 총무의 무리한 독주는 △ 교단 전면에 서있던 학교법인 이사진의 정치적 몰락 △ 총회 임원진 잇단 진입 실패 △ 핵심 인물인 고려신학대학원 이성구 교수의 거세 등 연이은 악재로 전의를 상실하고 있던 개혁파의 독기를 올리고 총대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한석 전 총회장, 교인들 시위로 회의 진행 못해

  
  ▲ 예장고신 직전 총회장 이한석 목사가 담임하는 수영교회 교인들은 총회 기간 내낸 이 목사의 부도덕성을 폭로하는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최재호  
  
개혁파가 힘을 얻는 데 기여한 사람으로 이한석 전 총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전 총회장은 자신이 담임하는 수영교회에서 교회 재산 문제로 공동의회 회의록을 조작, 총회 유지재단에 교회 재산을 편입하여 교단 임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고, 이 일은 교인들의 집요하고 극렬한 반발을 사왔다(고신 교단의 헌법은 총회 회장단이 되려면 교회 재산을 총회 유지재단에 편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영교회 교인들은 지난해에도 총회 장소에서 피켓팅을 하며 인분을 총회 장소 앞에 뿌리는 등 이 목사의 총회장 취임을 극렬하게 반대한 바 있다. 이들은 이번 총회에서도 총회장의 사회를 저지했다. 이들의 시위는 총대들 가운데는 “교단 정치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주었고, 총대들이 각종 사안을 결의하는데 집행부와 배후 세력에 대해 배척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개혁 세력의 약진으로 인해 교단은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

우선 신대원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이 개혁파 일색으로 구성되었고, 총무 문제를 다뤘던 전권위원회에서도 총무 파면이라는 강수가 나올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임 총무의 소속 노회를 통한 목사직에 대한 시벌도 나올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향후 고려학원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도 다소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고신의 현안 문제에 대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개혁파든 돼지파든 정치 논리로 교회와 교단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교회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뉴스앤죠이    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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