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5일 아프카니스탄에 피납돼 있던 젊은 목사님이 순교하셨습니다. 제가 잠비아 행을 계획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온 나라는 술렁거렸고, 기독교인을 향한 네티즌들의 질타의 목소리는 높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프리카로 떠나겠다는 나에게 많은 이들이 물었습니다. “왜?”
‘왜’ 하필 이렇게 뒤숭숭한 시국에 그것도 자비를 들여 그 낯설고 물 선 나라로 가서, ‘왜’ 생판 모르는 애들을 만나려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차라리 그 경비로 후원금으로 보내라고 했으며, 또 어떤 이들은 봉사를 빌미로 자기 만족을 얻고자 하는 위선적인 여행이라고도 했습니다. 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이들과 병든 이들을 돕기 위해 위험한 곳으로 떠난 착한 사람들을 그런 위험에 빠트리게 하셨는지, 왜 살아 있으면 더 선한 일을 할 목회자를 순교하게 하셨는지, 그리고 왜 나에게 아프리카 그 낯선 나라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게 하시고, 꿈꾸게 하셨고,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셨는지 저 역시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몰랐기 때문에 알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비행기에, 제주도도 못 가 본 주제에 처음 가보는 바다건너 딴 나라였습니다. 전부터 나한테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호사가 주어진다면 가까운 일본엘 가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내가 떠날 해외여행의 첫번째 나라로 그 멀고 먼 아프리카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것도 오지의 마을, 아직도 부족어를 쓰고, 차가 들어가지 못해 몇 시간을 걸어야 도착하는 그 가난한 마을로 말입니다.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나는 그곳에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나와 피부 색깔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그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 흙을 집어먹기도 했고, 입을 것이 없어 벗고 다녔습니다. 내가 후원해 온 1999년생 뭄비는 태어나서 한번도 신발이란 걸 신어보지 못한 아이입니다. 뭄비는 맨발로 축구를 하다 다쳐 보름째 다리를 절룩이면서도, 여전히 맨발로 학교를 다니고, 엄마를 돕기 위해 물을 길러 다니고 있습니다. 뭄비는 4명의 여동생을 둔 한 집안의 장남입니다. 나와 식사할 때도 집에 남아있는 여동생들에게 주려고 자기 몫으로 나온 점심도 먹지 않았던 소년입니다.
며칠 전만 해도 뭄비는 내가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 중 한명에 지나지 않았던 미지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우여곡절 끝에 그 아이 곁으로 저를 보내셨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발과 상처와 그 따뜻한 마음을 보게 하셔서 그동안 추구하고자 했던 나의 선한 삶이 얼마나 교만했는지를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나는 내가 후원하는 아이가 태어나서 단 한번도 신발을 신어보지 못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않았습니다.
뭄비를 만나러 가기 전, 한 어린아이를 가슴에 안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난 그 아이가 누군지 모릅니다. 그저 어떤 여자애가 죽어가는 동생을 업고 와서 이방인인 내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난 그 여자애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영어를 모르는 아프리카 아이에게, 퉁가어를 모르는 머나먼 하늘 건너에서 온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기도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 왔는데, 막상 기도를 해줘야 할 아이를 만난 그 순간에는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입이 막혀버렸던 겁니다. 그냥 꼬옥 안아주기만 했습니다. 나의 체온으로, 병명도 모른 채 죽어가는 이 작은 아이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만 있다면…. 제가 드릴 수 있는 기도는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왔습니다. 그리고 내 생의 노선을 점검해 봅니다. 지금까지 내려놓지 못한 것들, 날 잠 못 들게 하고, 걱정하게 하고, 격정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수많은 문제와 화두들이 얼마나 하찮고 이기적인 것들인지 다시한번 깨닫습니다. 그렇게 아프리카에 내 남은 삶을 위한 꿈의 씨앗을 뿌려놓고 돌아왔습니다. 그곳으로 나의 발걸음을 인도해 주시고,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시고, 꿈과 비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국민일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