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윤지원
한 차에 타고 가면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런 게 아닌가 봐
뒤돌아보니 벌써 너는 네 길로 나는 내 길로 가고
그냥 있어 볼 길밖에 없는 당신 곁에는
눈물 젖어 함께 한 연주가 혹 아픈 기억이 집을 지을까봐
얼른 지우기라도 할양인지
목 메여 밥 삼키는 힘든 설렘이었지
같이 웃자고 한 차에 탄 것도 아닌데
말이 안 되는 말이 허물이 안 되는 의자에 앉아
꼭 이해해야 할 필요가 없는 물줄기를 따라
삼삼오오 함께 또 함께 천년의 뗏목이 되었네.
이렇게 알기 까지 왜 그토록 오래 걸렸을까
신이 아직 버리지 않았다는 봉우리 사이로
뒷모습이 허전해 가는 서로의 곁에 앉아
바람을 즐기며 이만오천봉까지 세워 보았구나.
얼마나 더 나이를 먹어야 당신의 몫까지 울 수 있는지를 물으면서
우리는 웃고 있었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다가도 통 속을 알 수 없는
삼삼오오의 열 두 페이지 안에서 다른 이를 말하게 하고
또 다른 이가 그 말을 접어, 또 다르게 접어
또 다른 봉우리를 만들면
카톡카톡 문자 메시지는 그 이후까지도
이도저도 마땅치 않는 버스 안 의자에서까지
히죽이죽 웃을 수 있는 동기가 있어 좋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곧 영생이로다."(시13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