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회개혁실천연대, 뉴스앤조이가 공동주최하고 카페바인이 협찬하는 한국교회개혁을 위한 제2차 연중포럼 영화 <쿼바디스>에 답하다가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지난 615일에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 4명의 발제자가 한국교회설교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주제를 중심으로 4명의 발제자가 말하는 한국교회설교의 문제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평가해 보고자 한다.

▲ 느헤미야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김형원 연구위원(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 한국교회 설교 듣는 교인들도 문제이다.

▲ 김형원 원장

한국교회 설교의 문제는 한국교회 타락의 원인이기도 하고 또한 그 결과이기도 하다. 설교는 목사의 신학, 사상, 그리고 신앙의 결집 판이다. 그래서 설교는 목사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낸다. 또한 설교는 성도들과 교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목사가 설교를 준비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성도들의 생각과 욕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타락하면 설교가 타락하고, 반대로 설교가 타락하면 교회가 타락하게 된다. 따라서 설교에 대한 개혁은 목사와 성도들, 그리고 교회에 대한 개혁의 최종 지점이라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설교를 개혁하는 데서부터 한국교회 개혁이 시작된다고 볼 수도 있다.

설교는 일방통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강단 위에서는 일방통행처럼 보이지만, 강단에 올라가기 전후에 강단 아래에서는 상당한 쌍방 교류가 일어난다. 설교자는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설교의 수용자인 성도들을 염두에 두게 되고, 그들의 상황과 성향과 필요들을 고려하게 된다. 결국 성도들이 설교자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므로 설교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은 목사와 성도 양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에서 설교를 위기로 몰아넣는 가장 주요한 요인은 목회자의 성공주의와 더불어 성도들의 세속주의다.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에 깊이 물든 성도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인정해주고 충족시켜줄 수 있는 설교를 원한다(요일2:16). 이것은 바울이 말세에 대해 예견한 상황과 비슷하다. “때가 이르리니 사람이 바른 교훈을 받지 아니하며 귀가 가려워서 자기의 사욕을 따를 스승을 많이 두고, 도 그 귀를 진리에 돌이켜 허탄한 이야기를 따르리라”(딤후4:3-4). 이들에게 바른 교훈이나 진리는 전혀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내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나를 책망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말고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인정해주고 위로해주는 설교자를 원한다. 결국 설교 시간은 성도의 욕망과 목회자의 욕망이 만나 춤을 추는 현장이 된다. 설교가 타락하지 않을 수 없다.

목사들이 설교가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면, 성도들 역시 설교의 본질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 일주일에 몇 편씩, 일 년에 수백 편씩 듣게 되는 설교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잘못된 기대를 하거나 잘못된 요구를 하는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교의 핵심인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설교, 재미있는 설교, 부담 없는 설교, 감성을 터치하는 설교와 같은 비본질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에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나님의 말씀의 영광을 경험하고, 말씀을 깨닫게 될 때 얻는 환희를 경험하고, 그 앞에 무릎 꿇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렇게 설교자와 성도 양쪽에서 설교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설교의 위기 상황이 타개되고 한국교회가 새로워지게 되는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권연경 연구위원(숭실대 기독교학과): 한국교회 설교 복음의 능력을 상실했다.

▲ 권연경 연구위원

우리가 선포하고 설교해야 할 복음이란 다름 아닌 하나님의 능력이다. 그런데 한국교회설교는 이런 하나님의 능력을 상실했다. 다시 말해 복음의 능력을 상실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필요로 하는 우리의 문제가 모호함이나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무능력(impotence)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그 해결책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훌륭한 조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행하신 놀라운 일에 관한 복된 소식이다. 청중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저런 종교적, 도덕적 충고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복음의 선포이지 괜찮은 도덕적 훈계가 아니다.

예수께서 설교하실 때 사람들은 새롭고 권위 있는 말씀이구나!’ 하며 놀란다. 이 놀람의 이유는 예수의 수사적 기교나 신학적 깊이가 아니라, 그의 능력이다. 예수의 가르침혹은 그의 하나님 나라 선포는 단순한 언어적 전달을 넘어가는 하나님의 능력이다. 능력을 핵심으로 한 예수의 사역은 제자들의 사역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능력 있는 예수의 선포가 사도들의 사역이었다면, 그들의 선포 속에서도 동일한 능력이 나타나는 일은 자연스럽다. 실제 신약의 기록은 사도들의 복음 선포 역시 강력한 능력을 동반했음을 매우 강조한다. 사도들의 설교는 구체적으로 드러난 하나님의 능력에 대한 해명으로 시작되었다. 놀라운 표적들이 복음 자체는 아니지만, 이들은 나사렛 예수에 관한 복음이 참된 생명의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의 구체적 표현이었고 또 그 증거물이었다.

바울은 십자가의 도가 하나님이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고전1:24)라고 외친다. 참 지혜의 본질은 이론적, 추상적 설득력이 아니라, 십자가에 담긴 하나님의 능력이다. 바울의 선포는 이 성령과 능력의 나타남에 초점을 맞추었다(고전2:4). 그가 지혜로운 언어에 집착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십자가는 세속적 견지에서 어리석어 보일 뿐, 실제로는 하나님의 능력이었다. 이런 복음의 능력이 사람들을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이끌어 하나님의 구원을 받게 한다. 복음 선포 혹은 설교에 관한 신약성서의 가르침은 선명하다. 그만큼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도 선명하다. 곧 한국교회 설교가 복음의 능력을 상실했다는 위기의 상황이다.

 

표성중 기자(데오스앤로고스 대표): 한국교회 설교 표절이 문제이다.

▲ 표성중 대표

표기자에 의하면 설교 표절은 오래전부터 한국교회에서 진행되어 왔던 고질병과 같은 문제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설교표절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터넷, SNS가 지닌 폭로라는 막강한 힘 때문이다. 현재 폭로라는 힘을 기반으로 설교 표절과 같은 교회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교회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설교표절에 관한 인식 자체가 매우 낮아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몇 언론에서 표절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설교 표절 문제를 막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현재 설교 표절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입장은 거의 비슷하다. 신학교에서부터의 철저한 교육, 신학대학원 커리큘럼 수정, 신학교 졸업 후 교단 내에서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설교 교육, 설교 표절 윤리 강화, 과중한 설교 축소, 유명 목회자들의 탁월한 설교를 도용함으로 자신의 설교 역량을 과시하려는 목회 성공주이 신드롬극복 등이다. 이런 원론적인 대책과 더불어 설교 표절을 극복할 수 있는 보다 실제적인 대책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배덕만 연구위원(건신대학원대학교 교회사): 한국교회 설교 성경본문과 상관없는 예화중심의 주제설교가 대부분이다.

▲ 배덕만 연구위원

대다수의 한국교회 설교는 일제, 해방, 군부통치, 민주화시대를 거치면서, 몇 가지 일관된 특징을 보였다. 첫째, 한국교회는 일제와 군부로 상징되는 제도적 악과 구조적 폭력에 대항하여 저항과 개혁을 설교하는 대신, 복음에 대한 개인적, 영적, 내세적 해설을 추구하며 현실과 타협했다. 특히, 분단 이후 반공시대를 통과하면서 친미와 반공을, 경제개발과 신자유주의 시대를 관통하면서 번영신학과 기복주의를 각각 설교의 핵심 내용으로 수용했다.

그동안 교세가 증가하고, 신학교육의 수준도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의 강단은 성경에 대한 문자적 혹은 영적 해석에 기초하여 예화중심의 주제설교에 머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학의 빈곤, 윤리적 타락, 그리고 시대적 교회적 압력에 시달리면서, 설교자들이 시대를 선도하는 예언자적 기능을 수행하는 대신, 시대적 비판과 근심의 대상으로 추락하고 있다. 한국교회 설교의 갱신과 회복은 한국교회 자체/전체의 갱신과 회복을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본사 평가

한국교회 설교의 문제를 잘 지적하고 설교의 본질이 무엇이냐를 드러낸 귀한 포럼이었다. 그러나 신학의 실천을 강조하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설립정신을 따라서 발제자 가운데 적어도 한명쯤은 실천신학자가 섰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설교의 문제를 논하면서 설교학 전공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름 자신의 전공분야와 관련된 심도 있는 논의를 했지만 최근에 발표된 각 주제와 관련된 중요한 설교학 자료들이 참고 되지 않았다. 비전공자들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교회 설교 역사에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장점도 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반대한 예언자적 설교의 한 축이 한국교회 역사에 분명히 존재해 왔다. 한국교회 설교의 잘한 부분들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설교의 문제가 한국교회개혁을 위한 본질적 문제라는 점을 밝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이번 포럼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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