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가 예장 합동측 총회에 전병욱 목사의 치리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였다고 한다(625일 자 코닷 보도). 서울삼일교회 전 담임목사였던 전 목사의 성범죄사건은, 강제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A씨가 MBC PD수첩 기자에게 그 사실을 제보함으로써 표면화되었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었다.

그런데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사회적 신뢰에 치명타를 가한 이런 범죄 사실이 온 세상에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삼일교회 장로들은 3개월 설교정지와 6개월의 수찬정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권징을 하고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 했다. 그러나 교회 안팍에서 들끓는 여론 때문에 전 목사는 사임할 수밖에 없었고, 당회는 주거비를 포함한 여러 가지 명목으로 13억원이란 거액을 지급하였다. 그러면서 2년 동안은 수도권에서 교회개척을 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본인과 합의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전 목사는 자신의 저질은 범죄는 물론 교회와의 합의도 아랑곳하지 않고 삼일교회에서 별로 멀지도 않은 홍익대학교 근처에 교회를 개척하고 보란 듯이 목회를 하고 있다. 이는 교회 안팍의 사람들을 공분케 만들었다. 목회자윤리위원회의 표현대로 전 목사 개인으로는 후안무치한일이요 교회에서 볼 때는 지극히 무법한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보다 못한 삼일교회 117명의 교인들이 평양노회에 전 목사의 목사직 면직을 요구하는 요청서(고소장?)을 제출하였다. 그리고는 거기에 전 목사가 10여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였는데 이 사실이 외부에까지 알려짐으로써 다시 한 번 교계와 일반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를 접수한 평양노회는 사건 발생 후 이미 5년이 넘은 사건을 아직도 처리하지 않고 있으며, 총회는 노회가 아직 이 재판건을 다루지 않았다는 것을 핑계로 여전히 권징을 하지 않고 있다. 일반 사회에서도 성범죄는 엄중히 다루어지고 있고 특히 중독성 범죄는 시일을 다투며 빠르게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죄악과의 싸움에 최일선에 있는 교회는 오히려 권징을 한없이 미적거리며 미루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에서 권징이 사라진지 사실상 이미 오래되었다. 특히 윤리문제 - 성범죄의 경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교회 안에 이미 양심에 화인 맞은 사람들이 많아서 피의자들이 자신들의 범죄를 무조건 부인하기 때문에 치리가 쉽지 않다. 경찰권이 없는 교회가 사실을 확인하기 힘들고 범죄의 증거나 증인도 찾기도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교회의 재판은 하나님을 경외함과 신앙 양심에 기본적으로 의존돼 있는데 이것들이 무너져있으니 치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노회나 총회가 무조건 목사들을 보호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치리를 담당한 사람들도 누군들 별 수 있나?”라는 마음이 있어 수치스러운 일이 드러날 경우 이를 덮어 버리려는 심리들이 작동한다. 그래서 고소자가 확실한 증거를 제사하지 못하면 대부분 고소를 기각해버린다. 그래서 교인들 중에는 노회는 목사들의 노조다.”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범죄란 덮는다고 덮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문으로 돌기 시작할 때부터 확실하게 조사하여 아닌 것은 아니라고 밝혀 당사자를 보호하고, 사실일 경우는 합당한 징계를 해야 범죄자도 교회도 살릴 수 있다. 덮어두면 염병처럼 퍼져서 교회를 부패시키고 복음전도의 길을 막는 심각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서울삼일교회 사태에서 보듯이 그 교회의 교인들은 물론 일반사회까지 다 알려져 있는 사건을 무려 5년이란 시간이 지나도록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공적인 재판도 한 번 없이 지내왔다. 이는 무슨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치리회의 직무유기이며, 교회를 거룩하게 지켜야 할 치리회의 사명 방기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오늘날 교회 안의 성윤리문제는 세상과 별로 다름이 없이 되고 있다.

민수기서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압 여자들과 음행하였고 그러면서 바알 숭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나님은 범죄한 이스라엘에 염병을 보내서 징계하셨다. 이런 상황 중에 이스라엘의 한 지휘관이 모압 여인을 데리고 회중이 보는 앞에서 그의 막사로 들어갔다. 이를 본 제사장의 아들 비느하스가 하나님의 질투심으로 창을 들고 따라 들어가 그 남녀를 찔러 죽였다. 이에 염병이 그쳤다.

지금 한국교회 안에는 윤리적인 범죄가 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교회 당국은 비상한 마음으로 정부가 메르스를 다루듯 윤리적인 범죄를 엄격하게 다루어 이를 척결함과 동시에 예방하는 조처를 시급히 취해야 상황이다. 나아가 교회의 지도자인 목사를 세울 때나 노회나 총회나, 그리고 산하의 중요 기관들의 임직원을 세울 때도 그 후보자들의 윤리적인 흠결 여부를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니 요즘 어떤 목사들 중에는 소속한 교회나 주변에서는 그에 대한 나쁜 평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이 중요한 직위에 선임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다. 또 이런 사람들이 교회 기관의 요직에 앉으니 그 기관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수가 없다. 깨끗하지 못한 그릇에다 어찌 신령한 복을 담을 수 있겠는가?

성문제에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따라서 각자가 늘 깨어 조심해야 하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어야 하고, 교회의 치리기관들이 교회의 거룩을 지키는 사명자들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이런 일은 영적인 전쟁이다. 한국교회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일어서야 할 때가 벌써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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