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삼일절은 회개 주일로 지키기로

   
▲ 기장 제92회 총회에서 신구임원교체식을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임명규 목사)는 13일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제92회 기장정기총회 회무에서 경남노회가 헌의한 ‘제29회 총회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공식회개와 사과표명 헌의의 건’을 받고 전 교단차원에서 신사참배를 회개하기로 했다.


기장총회는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 고백 선언문’을 채택했으며, 내년도 삼일절을 전국교회가 참여하는 신사참배 회개주일로 지키기로 했다. 기장총회의 전신인 한국장로교회는 지난 1938년 평양 서문밖 교회당에서 열린 제27회 정기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공식 결의했다. 이후 한국장로교회는 신사참배 취소 결의를 1946년, 1947년, 1954년 세 차례나 했지만 공식 회개문은 발표하지 않아 치욕적인 과거를 덮는데만 급급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아왔다.


기장총회의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 고백 선언문’은 한국교회가 교묘한 논리로 신사참배를 정당화한 죄를 회개하고, 일제의 침략전쟁 수행에 헌금을 바친 죄, 신사참배로 인해 발생한 교단 분열의 책임, 또 그동안 이 같은 죄를 청산하지 않았던 죄까지도 참회하고 있어 늦게나마 제자리로 돌아온 모습을 보였다.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 고백 선언문

한국기독교장로회는 1907년 평양에서 일어났던 영적 대각성 부흥운동과 이준 열사를 비롯한 여러 기독교인들에 의해 주도된 헤이그 특사 사건 100주년인 2007년을 맞아, 일제 강점기에 하나님과 민족 앞에 우리가 범한 죄에 대해 통절한 심정으로 회개합니다. 우리는 너무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잘못을 시인하고 참회하기 보다는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을 고백합니다. 교회의 참된 각성과 부흥은 지난날의 죄에 대한 참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믿습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의 죄책 고백문을 통해 우리 자신을 포함한 이 땅의 모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영적각성과 부흥의 은총을 입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1.신사참배의 죄를 회개합니다 .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제국주의자들의 강압에 못 이겨 교회가 마땅히 지켜야 할 신앙의 정절과 양심을 지키지 못하고 신사참배에 가담하였습니다. 우리는 신사참배가 종교행위가 아니라는 일제의 거짓논리를 수용하여 성도들을 기만하고 신앙양심에 눈을 감았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거룩한 예배의식에 묵도, 동방요배(東方遙拜), 황국신민서사 낭독 등 이른바 일본식 국민의례를 순서에 넣어 거룩하신 성삼위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고 우상을 섬겼습니다. 그리고 목사들의 연수회에서 일제의 시조신(始祖神) 천조대신(天祖大神)의 이름으로 신도세례(神道洗禮)를 받은 죄를 고백합니다. 부당한 일제의 강압에 그리스도의 십자가 신앙으로 맞서지 못하고 일제 신사에 머리 숙였던 부끄러운 죄를 통절한 마음으로 회개합니다.

2.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한 죄를 회개합니다 .

우리는 교회의 재산을 국방헌금, 애국운동기금연보라는 이름으로 일제의 침략전쟁 수행에 갖다 바친 죄를 자복하며 회개합니다. 국민총력의 허울 아래 일제의 군국주의 이념을 선전하고 일제의 전쟁물자 징발에도 가담했던 죄를 회개합니다. 일제 군국주의 나팔수로 전락하여 젊은이들을 사지(死地)로 내 몰았던 죄악에 대해 민족의 역사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하나님의 교회에 걸었던 기대와 소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도리어 일제에 굴복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민족의 가슴에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긴 우리의 죄악에 대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용서를 빕니 다.

3.신사참배와 부일협력의 죄를 참회하고 청산하지 못한 죄를 회개합니다 .

우리는 해방 후 신사참배에 굴복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회피하였습니다. 이로써 신사참배의 죄악을 참회하고 거룩한 교회로 새롭게 거듭날 것을 주장하는 형제들과 분열하였습니다. 신사참배의 죄를 회개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아집과 완악함 때문에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분열시킨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통감합니다. 우리는 신사참배 때문에 갈라진 형제자매들에게 회개를 거부했던 우리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며 화해와 협력의 손을 내밉니다.

우리는 교회가 또다시 하나님과 민족의 역사 앞에 부끄러운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의 수치스러운 죄악을 기억하며 역사의 교훈으로 길이 간직하고자 합니다. 신앙과 양심의 자유, 민족자주의 정신으로 출발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어떠한 불의와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하나님 말씀을 영원한 진리로 선포하며 한국교회의 개혁과 올바른 성장, 그리고 새 시대를 준비하는 화해·평화선교에 적극 앞장서고자 합니다.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지난 날 우리의 죄악을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시고, 100년 전 이 땅의 교회 위에 내려주셨던 성령을 오늘 다시 이 땅 모든 교회와 성도들의 가슴에 부어주시기를 엎드려 간구합니다.

2007년 9월 13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회장 임명규 및 총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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