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세금 함부로 쓸 수 있나?

천헌옥 목사

신정아(35)씨의 학력위조 사건은 온 나라를 한 달여간 이상 시끄러운 소용돌이를 일으키다 이제는 점점 더 큰 태풍으로 변하고 있다. 물론 이 태풍으로 인해 가짜가 쓸려가고 학력에 대한 진실고백이 이어지는 등 사회적으로 유익한 면도 없지는 않다.

그런데 이제 서서히 권력의 실세와 불교계 간의 더러운 커넥션이 드러나고 있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아직은 수사 중에 있기는 하지만 검찰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변양균씨가 신정아씨를 동국대에 교수로 임용케 하기 위한 대가로 당시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승려(임용택)가 주지로 있는 흥덕사에 10억원을 특별교부세 명목으로 지원하게 했고 영배승려는 학위위조 문제가 제기 되었을 때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 신정아씨를 교수로 채용하게 했고 문제제기를 했던 이사 장윤승려는 해임시켰다는 것이다.

변실장이 압력을 넣어 특별교부세 명목으로 10억원을 받은 흥덕사는 개인사찰(영배승려가 세움)이어서 예산 지원 근거가 미약한데도 행자부가 지자체에 채근을 하고 지자체는 흥덕사에 찾아가 용처를 물었고 결국 그것을 근거로 10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참고로 특별교부세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을 당했거나 공공시설을 신축하는 등 특별한 수요가 발생했을 때 행정자치부에 신청해 받는 지원금이다. 특별교부세 재원은 내국세로, 매년 액수가 미리 정해진다. 올해는 8200억원이다. 대통령·국무총리·행자부장관이 지방 순시 중 건의받은 내용을 토대로 “○○군에 특별교부세 좀 내려주라”고 행자부 교부세팀에 지시할 수도 있다. 행자부가 매년 청와대 지시를 받아쓰는 특별교부세액은 전체의 4~5%인 300억~400억원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이뿐 아니다. 변실장이 신도로 있는 경기도 과천 보광사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수억 원대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일 경기도와 과천시에 따르면 올해 과천시 예산편성에는 보광사 부속건물 공사비용으로 국비 8천만원, 도비 4천만원, 시비 3억 8천만 원이 편성돼 있다는 것이다.

세금은 모든 국민의 땀과 눈물이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 공공유익을 위해, 그리고 평화를 위해 쓰여 져야하는 국가의 귀한 재산이다. 그것은 불교인 뿐 아니라 기독인도 함께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돈을 권력을 쥐고 있는 몇 사람의 힘으로 자신이 주고 싶은 곳에 함부로 퍼 줄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일에 특정 종교가 개입이 되어 있고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면서 불의를 행하는 일들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 종교와 권력은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 권력이 손을 뻗쳐오더라도 종교는 단호하게 뿌리쳐야 한다. 그것이 권력을 권력답게 지켜주는 길이고 종교를 종교답게 지키는 길이다.

장로 대통령 후보가 유력한 대선 후보로 뛰고 있다. 많은 기독교인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교회 차원에서나 기독교 단체 차원에서나 지지 후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은 국민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후원 뒤엔 보상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 보상이라는 것에서 비리가 따라오고 부패의 고리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권세는 위로부터 오는 것을 겸허히 인정하고 기도하면서 각자 양심을 따라 판단하고 선택하여야 할 일이다.

그리고 장로 대통령의 안 좋은 추억을 가진 한국 기독교는 아예 장로 대통령에 거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으로 하여금 걸림돌 없이 국정을 운영하게 하는 길이고 종교는 종교다워지는 길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독교가 권력과 손을 잡았을 때, 그리고 아예 권력을 손에 넣었을 때가 가장 부패한 시절이었다. 기독교는 핍박받는 동안 가장 순수했고 복음의 꽃을 피웠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실패를 거울로 삼는다면 좋은 반면교사를 얻을 수 있다. 신정아 사건으로 인하여 불어온 태풍으로 우리 사회가 많은 정화를 이루었다고 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학력 위조에 대해 고백을 하고 있고 검찰의 수사를 받고 처벌도 받고 있다.

학력보다는 능력이 앞서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데 동의를 얻고 있고 학위까지 위조하면서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허황한 꿈에서 깨어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지 반성하는 기미가 없어 매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자신 역시 브로커에게 속았다고 말하지만 공부하는 과정 없이 브로크를 통해 학위를 얻었다면 그 또한 가짜임을 왜 깨닫지 못하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변양균 사건을 통해 우리는 나라를 이끌어가는 인재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격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권력과 종교의 관계도 바르게 정립되어야 함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또한 박정희 정권 때에 만들어 놓은 문화재 보호와 관리에 대한 법안을 다시 점검하고 명백하게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사찰이면 무조건 문화재에 포함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몇 백 년 이상 된 것으로 또한 철저한 고증을 통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부패의 고리를 계속 만들어 가는데 이런 일을 언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이 풀어가야 할 숙제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