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대한민국

▲ 이성구 목사 /시온성교회

해방 70주년인 올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요즈음 어째 나라가 조용해지지를 않습니다. 메르스 때문에 대한민국은 격정의 한 달을 보냈습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백 수십명이 되고 사망자가 삼 십명 가깝습니다. 한국최고의 병원이 일부 폐쇄를 단행할 정도로 심각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콩에서 최근에 독감으로 죽은 사람이 40명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메르스로 인한 피해가 홍콩의 독감보다 많지 않다면, 우리 정부나 민간 할 것 없이 위기 대처능력에 문제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40명이 독감으로 죽은 홍콩에 독감이 돌았는지 일반 국민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메르스는 온 세계에 다 알려졌고, 관광객 13만 명이 한국여행을 취소해버릴 정도로 영향이 엄청나고 손해가 심각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인 삼성병원이 메르스의 진원지가 된 것이 온 세계에 다 알려졌습니다. 관광객이 줄 뿐 아니라 감염병에 대한 우리나라 병원의 한심한 대처실력이 드러나 의료관광국이란 이름은 벌써 실종되어버린 모습입니다.

 

어리버리한 정치권

지난해의 세월호 사건에 이어 금년에 벌어진 메르스 사태는 정부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한껏 키웠습니다. 대통령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사건이 터지면 모조리 대통령만 찾는 형편이라 이래저래 대통령의 권위가 많이 구겨져 버렸습니다. 흔히 우리나라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난을 하지만 국회법파동에서 보는 대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국무총리 하나 마음대로 임명할 능력도 없고, 그렇다고 비서실이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집권당 집행부도 대통령의 업무에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는데, 무슨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무능한 정부로 전락하는 것일까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대통령은 꽤나 정치를 잘했고,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였는데,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니 왜 별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다 불통(不通)’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지, 어쩌다 집권당 대표와도 형편없이 거리가 먼 것 같은 느낌을 주는지, 어쩌다 장관들도 제대로 독대를 못한다는 소리가 나는지, 어머니와 같은 심정으로 잘 돌아볼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를 깨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대통령의 권위, 집권당의 프리미엄 모두 실종된 느낌입니다.

 

어쩔 수 없이 십자가로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너무 오래 동안 무조건 대결하는 구도에 젖어왔습니다. 일본과 적대관계 속에 36년을 보낸 그 과거가 지금까지 잘 풀리지 않습니다. 그 이후 북한과 70년을 적대관계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남북은 단순히 우리만의 분열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열강들의 분열상을 보여줍니다. 미국과 일본 vs 중국과 러시아. 우리는 국제적인 대결구도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영호남간의 지역감정 역시 우리 속에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소위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동성애자들까지 전통적이고 상식적이고 성경적인 원리까지 여지없이 까뭉개는 모습을 보입니다. 모든 것이 적대적입니다. 흔히 ()’이라는 말에 묻어 버리는 적대적인 감정을 풀어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 깊숙이 배어든 독기를 빼내야 합니다. 십자가의 용서, 십자가의 한없는 사랑이 너무나 절실합니다. 교회에서조차 실종된 피 뭍은 주님의 십자가, 가이없는 그 사랑이 이 땅을 채우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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