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는 말

▲ 최형묵 목사 /천안살림교회 한신대학교 초빙교수

매년 9월이면 한국 교회는 주요 장로교단을 비롯하여 교단총회를 연다. 장로교의 경우 총회는 2015년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하기도 한다. 매년 열리는 총회는 각 교단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기회로서 중요한 계기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이 교회의 일반 회중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문시된 지 오래되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교회의 일반 회중의 대표성을 보장하지 않는 교단의 정치구조에서 비롯된다.

이 발제는 바로 그와 같은 한국 교회 정치구조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하나의 범례로서 캐나다연합교회의 사례를 간략히 검토하려고 한다. 이 발제에서, 교회 회중과는 무관한 한국 교회 상층 정치구조와 관련해서는 오래 전부터 제기해 온 발제자의 주장으로 재확인하고자 하며,1) 캐나다연합교회의 사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캐나다연합교회가 스스로 소개하는 내용2)에 의존하면서 발제자가 교류를 나누는 가운데 받은 인상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 3􀀃 캐나다연합교회의 사례로

2. 한국교회의 독점적인 상층 정치구조

1) 독점적인 상층 정치구조

예수는 교회를 원하지 않았지만 현실의 기독교인들은 교회를 만들었다. 이 사실은 처음부터 교회가 예수의 본래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함과 동시에 역사적 한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의 불가피성을 시사한다. 그 선택의 불가피성은 이미 성서 자체 안에도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교회의 제도화 현상이 성서 자체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도와 집사, 또는 감독과 장로, 그리고 교사 등 구분된 직분들이 초기 기독교 안에서 이미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성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불가피한 선택으로써 교회의 제도화를 견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아예 근원적으로 제도화를 거부하고 형제애를 중심으로 하는 소공동체를 지향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요한복음과 요한서신들), 불가피하게 직분의 구별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경직화된 위계질서로 전락할 것을 경계했다(그 외 서신들). 모든 은사가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되며, 각 지체는 서로 어울려 한 몸을 이룬다는 서신서들의 관점은 위계적 서열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은사의 동등성, 모든 직분의 동등성을 강조하려는 의미였다.

그러나 교회의 제도화는 그 나름의 당대적 합리성을 취하고 점차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교회는 세속적인 정치 제도와 동일한 형식을 취하게 된다. 세속 사회의 일반적인 정치 형태인 군주제에 걸맞게 감독 중심의 조직을 갖추었던 교회는, 봉건제의 확립과 더불어 철저하게 상하의 위계를 갖춘 조직으로 굳어졌다. 봉건제 질서에서 일반 농민이 정치적 권리를 갖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 모양을 그대로 닮은 교회에서 평신도의 교회 정치 참여는 보장되지 않았다. 그것이 성직자 중심의 중세 가톨릭교회의 위계질서였다.

종교개혁으로 탄생한 교회는 평신도의 정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점에서 획기적인 전환의 성격을 띠었다. 회중의 대표로서 장로를 뽑아 교회 정치의 책임을 부여한 장로교회는 확실히 새롭게 싹트기 시작한 근대정신의 발로였다. 그렇게 교회는 회중 대표의 정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대의제에 기초한 공화정의 선구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대의제 정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 현실에서 대의기관은 민의를 대변하는 장치라기보다는 소수의 독과점 세력의 권력기관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독점적 군주제에 비해 상대적 진보성을 지녔던 대의제는 이제 그 적실성을 검토 받아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한국 기독교의 상층 정치 구조는 요지부동이다. 장로교의 경우를 들어 말하면, 그 정치 구조는 개별 교회 단위의 당회(堂會), 지역 단위의 노회(老會), 전국 단위의 총회(總會)로 구성되어 있다. 장로교는 이와 같은 단위를 일러 치리회(治理會)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회중의 의사를 대표하는 의결기구로서의 성격보다는 일종의 통치기구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내포한다. 이 정치 구조는 실제로 교회 회중의 대표성을 반영하기보다는 그와 상관없이 권력기구화 되어 있다.

교회 회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의 대표권은 그 정치 구조에서 거의 배제되어 있고, 청년층의 대표권 역시 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2) 회중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교회 정치구조

오늘날 정치적 차원에서 민의를 왜곡시키는 대의제의 문제를 극복하고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한국 교회가 경직화된 교회 구조를 고수하고 있는 동안에도 에큐메니칼 세계 교회 기구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교회 안에서 더 많은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세계교회협의회(WCC: World Council of Churches) 등 대부분의 에큐메니칼 세계 교회 협의체들은 성직자 중심의 대표권을 지양하고 비례대표제를 통해 평신도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는 추세다. 예컨대 해당 협의체의 총회를 구성할 때 그 가맹 교단의 총대를 목사, 청년, 여성 순으로 안배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목사와 장로로만 그 대표권을 구성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상층 정치구조와는 다르다. 심지어는 장로교의 협의체인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World Alliance of Reformed Churches)조차도 세계의 여러 에큐

메니칼 협의체의 일반적인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것은 회중의 대표로서 장로의 의미를 폭넓게 확대 해석한 결과이다.

그런데도 세계 에큐메니칼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 교회들 가운데서마저도 그와 같은 교회 정치 구조를 갖춘 교단은 전혀 없다. 아직도 여성 안수를 인정하는 교단보다는 인정하지 않는 교단이 더 많고, 교회 정치에 목사와 장로를 제외한 여타의 평신도들이 참여할 구조가 보장되어 있는 교단도 전혀 없다. 예외적으로 특정한 위원회에 전문가에 해당하는 평신도들이 참여하거나 평신도 대표들이 총회에 언권 회원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교회의 상층 정치 구조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일반적인 추세에 역행한다. 또한 신학적 차원에서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은사를 오용하고 있는 것임에 다름 아니다. 교회 안에서 목사 등 안수 받은 특정한 직분의 배타적 권위가 인정되는 것은 역사적으로 존재해 온 교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일 뿐 결코 불변하는 신학적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초기 기독교에서 직분의 구별이 여러 가지 은사의 선용 차원에서 이뤄진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종교개혁자들이 말한 소명역시 특정한 직분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종교개혁자들은 만인사제설을 주창했는가 하면, ‘소명을 일상의 직업에까지 적용하였다.

이 점에서 사실상 특정한 연령대의 특정한 남성 목사와 장로 등으로 한정되어 있는 교회의 대표권, 특히 그 양상이 더욱 심화되어 있는 상층 정치 구조는 불변의 정당성을 갖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오늘의 추세에서 보거나 하느님 앞에서 공평한 은사의 선용이라는 신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마땅히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3. 캐나다연합교회의 사례

1) 캐나다연합교회의 간략한 역사

캐나다연합교회(The United Church of Canada)는 캐나다에 있던 장로교회, 감리교회와 회중교회 세 교단이 19세기 말부터 논의를 시작하여 30여년을 경유 1925년에 결성되었다. 연합 당시 각 교단 총회는 연합을 의결했지만, 동시에 지교회는 나름대로의 결정을 따라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하였다. 대다수의 지교회들이 연합에 참여했고(대략 2/3 가량), 1925610일 각 교단 대표 7,000명이 토론토에 모여 캐나다연합교회를 창립하게 되었다.

캐나다연합교회는 1928년에 처음으로 지침서(the Manual)를 제정했다. 또한 연합할 당시에 연합하는 교파들이 공통적으로 믿는 합동원칙(The Basis of Union) 20조항을 채택했는데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 성령, 성례전 등에 대한 기본 교리를 담고 있다. 캐나다연합교회가 교단 헌법이 아닌 지침서를 제정한 이유는 연합한 각 교파의 전통을 살리고 지교회들의 특성을 살리며 동시에 새로 탄생한 연합교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것이다.

캐나다연합교회는 그 출발에서부터 당시의 연합을 최종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교파들과 연합하는 문을 열어놓았다. 그래서 1968년에 the Evangelical United Brethren Church라는 복음교단이 캐나다연합교회에 들어옴으로써 지금은 네 개의 교파가 연합한 교회가 되었다. 또한 작은 교회들과 독립교회들이 캐나다연합교회에 가입하였고 현재 3,200개 정도 교회가 소속되어 있다.

캐나다연합교회는 다른 신앙을 가지고 있는 교단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의를 세우고 평화를 이루며 인권을 옹호하는 일을 실천하는 데서 캐나다 및 세계 도처의 다른 교회와 다른 신앙을 가진 타종교인들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2) 캐나다연합교회의 총회 구성

캐나다연합교회는 기본적으로 지교회 및 설교처(Congregations and Preaching Places) 당회(Pastoral Charge) 노회(Presbytery) 연회(Conference) 총회(General Council) 구조를 갖추고 있다.3)

지교회 및 설교처(Congregations and Preaching Places)3,000여 개로, 회원 수 200만에 이른다. 당회(Pastoral Charge)는 한 목회자의 지도력 하에 한 교회 또는 그 이상의 교회가 포함되어 독자적인 치리회를 구성하며, 대략 2,000여개에 이른다. 노회(Presbytery)는 각 지역 단위의 당회간의 연합으로 평신도 및 목회자 대표로 회의를 구성하여 정례회의를 열며, 캐나다연합교회 내 86개의 노회가 있다. 연회(Conference)는 광역 단위의 노회간의 연합으로 노회로부터 파송되는 평신도 및 목회자 대표로 회의를 구성하여 연례회의를 연다. 연회는 사무처와 상근 직원이 있고 노회와 더불어 지역교회를 돌본다. 캐나다연합교회 내에 13개의 연회가 있다. 총회(General Council)는 최고 의결기관으로 연회로부터 선출된 안수받은 사역자, 임명받은 사역자, 평신도 사역자로 구성되며 3년마다 개최되어 교회정책을 결정한다. 총회가 열리기까지의 기간에는 실행위원회와 소위원회가 운영된다.

총회의 정책은 총회의 네 개 상임위원회와 일곱 개의 실무그룹으로 조직된 실무진에 의해 수행된다. 또한 총회 실무진과 전국에 걸쳐 선출된 위원으로 구성된 약 50개의 위원회와 실무 그룹이 있다.

총회장은 평신도나 안수 받은 목회자 누구나 될 수 있으며, 영적 지도력이 기대되는 이로서 교회를 공적으로 대표한다. 안수 받은 목회자가 총회장일 경우 the Right Reverend로 불리며, 안수 받은 목회자로서 전직 총회장들은 the Very Reverend로 불린다. 안수 받지 않고 임명받은 목회자가 총회장이 되었을 경우 앞선 호칭의 사용 여부로부터 자유롭다. 평신도 총회장들은 스스로가 원하는 대로 불려진다.

3) 캐나다연합교회 총회의 운영

캐나다연합교회 총회는 매 3년마다 열려 새로운 총회장을 선출하고 새로운 교회 정책을 결정한다. 총회는 위원들’(commissioners)로 불리는 약 360명의 총대로 구성되고, 여기에 200명 이상의 내빈, 옵저버, 청년, 어린이, 실무진,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일주일간 진행된다. ‘위원들13개 연회로부터 선출되는데, 평신도와 안수직이 동등한 숫자로 구성된다.4)

발제자는 캐나다연합교회 총회를 직접 참관할 기회는 없었지만, 사실상 총회 운영과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연회(20075London Conference)에 사흘간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모든 세대가 어울리는 축제와 같은 연회가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정기 연회는 단순히 회무처리만 하지 않았다. 연회 기간 동안 청년들은 별도의 포럼을 여는가 하면 총대로 회의에 참석을 했고, 어린이들도 학교도 가지 않은 채 캠프에 참여했다. 연회 참가자들은 목사만이 아니라 평신도들도 다수이고, 물론 남녀의 비율도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회무처리 중간 중간 노래와 춤이 끊이지 않았고, 특별한 선교적 주제로 진지하게 공부도 했다. 거의 엄숙한 장례식을 연상케 하는 한국에서의 노회나 총회 풍경에 익숙한 우리에게 더욱 놀라운 것은 복장의 자유분방함이었다. 정장을 한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자유로운 복장을 했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심지어 반바지를 입고 강단에 올라서고 예배를 드려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대도시 토론토에서 형형색색 인종의 모자이크를 보았다면, 시골지역 런던에서는 거의 백인 일색이기는 하지만 자유로운 개인들의 형형색색 모자이크를 본 셈이었다.

 

4. 마치는 말

기본적으로 캐나다연합교회 총회는 목회자와 평신도간의 균형을 이룬 대표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교회를 구성하는 각계각층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와 같은 운영방식은 물론 제한된 총회 기간만의 특별한 기획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고, 일상적인 교회 정치구조와 문화적 기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적 요체는 교회를 구성하는 각계각층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구조를 형성하는 데 있다. 안수 받은 목회자와 평신도, 여성과 남성, 그리고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일상적인 의사결정구조와 문화의 기반 위에 축제로서 총회가 가능한 것이다.

앞서 이미 지적했듯이 한국교회는 그와 같은 참여의 구조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한국교회는 소수의 안수직에 있는 이들의 대표성만을 보장할 뿐 절대다수 회중의 대표성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그런 풍토 위에서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로서 총회가 가능할리 없다. 예컨대 한국기독교장로회의 경우 올해 100회 총회를 맞아 사상 처음으로 축제 형식의 총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참여의 구조가 확보되지 않은 조건 가운데서 기획된 축제 형식의 총회가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워 보인다. 물론 교회를 구성하는 각계각층의 참여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온 교회의 총의를 모으는 총회가 모든 교회 구성원의 관심 속에서 교회의 정책을 결정하는 계기이자 동시에 마음을 모으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교회정치 참여 구조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__

 

각주

1) 그 내용은 최형묵, 한국 기독교의 두 갈래 길서울: 이야기쟁이낙타, 2013에 수록된 내용 가운데 필요한 부분을 발제의 취지에 맞춰 재구성한 것이다.

2) 그 내용은 캐나다연합교회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united-church.ca/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을 축약한 것이다.

3) As of December 31, 2013, the United Church is organized into 13 regional Conferences 86

district presbyteries 2,172 local pastoral charges 3,016 individual congregations. The United

Church has 3,608 ordained ministers: 2,296 men/1,312 women 297 diaconal ministers: 21

men/276 women 218 designated lay ministers (under appointment).

4) The 42nd General Council will take place in Corner Brook, Newfoundland, August 815, 2015.The theme will be “Behold I Make All Things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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