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여러 가지 약점들과 문제들에 대한 담론들이 오늘날 일어나고 있다. 한국교회는 우리사회의 맘몬주의, 배금주의, 혹은 성공지상주의 등과 같은 부패한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라는 당면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런 현실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주는 논문이 지난 12일 신반포중앙교회에서 있었던 한국개혁신학회(회장: 주도홍 교수) 117차 정기학술 발표회에서 발표되었다. 이 논문은 총신대를 졸업하고 독일 본 대학에서 연구한 후 총신대에서 가르치고 있는 박성철 박사가 칼 바르트 초기신학 속 하나님 나라와 사회주의 담론의 변화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이다.

▲ 발제하는 박성철 박사

1. 하나님 나라 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내적 연관성

박성철 박사는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의 신학은 언제나 강한 정치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발표를 시작했다. 박 박사에 의하면, 바르트는 기독교 신앙은 교회 내에서만 작용하는 단지 하나의 세계관일 뿐이라는 기존의 오해에서 비롯된 습관적으로 출석하는 건물로서의 교회를 비판하면서 하나님의 나라는 가난한 자들에게 임하는 것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바르트는 가난한 자들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하나님의 나라 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박 박사에 의하면, 이 땅에서의 하나님 나라라는 칼빈의 생각이 바르트에게 새로운 것을 가져다주었는데 그것은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를 완전한 하나님 사랑과 형제 사랑의 상태로 묘사하였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바르트는 하나님의 나라를 하나님의 질서와 형제 사랑의 새로운 세계로 규정하고 이상적 사회적 운동으로 지칭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주의는 기존 정치의 틀을 넘어 현실의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려는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이상적 운동을 말하고 있다. 바르트는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상적 사회주의운동이 도래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표시라고 생각을 했지만 복음의 정신과 힘이 없다면 사회주의자들은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에도 이를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2. 하나님 나라 운동과 사회주의 운동 사이의 균열

바르트는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 중 하나인 자본주의적 이해관계를 거부할 것을 요구한다. 다시말해 그리스도인들은 군국주의적 세계질서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이 땅에 가져오신 복음의 정신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지 결코 맘몬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바르트는 사회주의자들을 향해 전쟁을 제거하는 힘을 가진 새로운 사회질서, 즉 죽은 자본에 반하여 인간 존중의 가치 위에, 사람들 서로에 대한 연대적 의무 위에, 사람들 상간의 관계 속의 정의 위에 구축된 사회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바르트가 의미하는 사회주의는 이상적 사회주의 혹은 급진적 사회주의(einen radikalen Sozialismus)라고 번역될 수 있다. 바르트의 이런 이상적 사회주의는 인간의 본능 중 저급한, 예를 들어 계급적 증오”, “배고픔”, “향락벽에 호소하기 보다는 정의감에 호소하며 권력획득을 통해 이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진리를 통해 현재의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기를 원한다. 바르트는 사회주의자들에게는 이런 이상적 혹은 급진적 사회주의를 추구할 것을 요구하며 동시에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군국주의적 전쟁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이상적 기독교, 본래적 기독교, 혹은 급진적 기독교(radikales Christentum)를 추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발표자와 논평자들

3. 본래적 기독교와 본래적 사회주의의 관계

바르트가 지속적으로 본래적 혹은 급진적 사회주의와 원래적 의미의 사회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혁명 혹은 혁명적 사회적 전환을 통하지 않고는 제1차 세계 대전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책임은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주어져 있다.

하나님의 뜻은 악을 극복하는 것이며 새로운 인간을 통해이 땅 위에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하는 것이다. 바르트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참여는 정치적 개혁이 아닌 하나의 혁명을 지향해야 함을 강조한다. 전쟁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 세상의 한 부분이며, 이 세상은 자본주의와 권력욕 그리고 폭력에 의해 지배되는 곳이다. 세상의 문제와 인간의 문제는 새로운 인간들을 통해 극복되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개혁을 주장했던 이들은 이 새로운 인간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새로운 인간이 전제되지 않는 개혁으로는 결코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4. 소련 공산당을 비판하는 바르트

바르트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나타난 볼셰비키 혁명과 모스크바 중심체제를 비판하며 거부하였다. 바르트는 소련식 헌법이 민주주의 보다는 독재 정치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소련식 독재 정치의 특징을 폭력적인 변혁”, “소수파의 지배”, “배타성이라고 보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5. 사회주의 운동을 뛰어넘는 하나님 나라 운동

바르트는 하나님 나라와 세상의 사이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의 나라 위에서 개가를 울린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 자체 내에서 세상의 나라를 이해하고 설명하고 밝게 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의 나라를 바로 세우며 전복시킨다.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의 나라와 마지막 의미이며 최고의 목표이다. 하나님이 만물이 그에게서 나오고, 그로 말미암고, 그에게로 돌아가는(로마서11:36) 창조자이자 구원자이자 완성자라는 사실은 새로운 빛이며 그 빛 속에 세상의 관계들이 놓여 있다.”

즉 하나님 나라 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내적 연관성에서 출발한 바르트의 하나님 나라와 사회주의 담론이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사회주의 운동을 뛰어넘는 하나님 나라 운동에 대한 담론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현실 속 사회주의 정당과 볼셰비키 정당이 만들어낸 이념과 현실 체제 사이의 괴리에 대한 거부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 단체사진

평가

한국개혁신학회에서 이번에 다루어진 바르트의 사회주의 담론은 앞으로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는 맘몬주의, 배금주의, 성공지상주의와 같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한국교회 당면 문제에 많은 도전을 주고 있다고 평가된다. 또한 계급적 증오”, “배고픔”, “향락벽같은 인간의 저급한 본능에 호소하며 폭력적인 변혁을 꾀하는 현실정치의 사회주의 운동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가난한 자들과 함께하는 하나님 나라를 이야기했던 바르트를 소개함으로 기존의 바르트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 학회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뛰어 넘어 하나님 나라가 과연 무엇일까? 를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또한 성경이 말씀하는 궁극적 하나님 나라에 대한 논의를 개혁 신학적 입장과 한국적 상황에서 계속해 나가야 할 필요를 보여준 학회였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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