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대한기독사진가협회 김종심 작가의 작품으로 노르웨이 어느 산골마을을 산악열차를 타고 가면서 담았다.

 

[가을 서정] -지형은

 

가을이 깊어가는 저녁에는
다른 먼 나라의 어느 가을이
오랜 친구처럼 마음으로 걸어든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숲길이
어쩌면 어릴 적 동심에 새겨진 그 길이
아주 선명한 가을 색으로 영혼으로 흐른다

머나먼 타국에서 겪는 향수의 아픔은
해를 거듭하여 감싸고 부둥켜안아 진주가 되는가
언제부터인가는 깊이 파인 상처까지도
영혼의 눈물로 흘러 카타르시스의 강물도 되는가

가을날 늦저녁에는 어떤 때는
가보지 않은 나라의 어느 골목이 떠오른다
마치 어제까지 거기의 일상에 내가 있었던 듯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현의 선율이 가슴을 적신다

기도하기에 가을처럼 좋은 계절이 없는데
노을까지 어둠에 잠겨가는 시간이 되면
기도는 존재의 호흡으로 깊어진다

그렇게 깊어가는 짙고 아름다운 저녁에는 
가을을 두고 잠자기가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본다
그렇게 잠자리에 든 가을날에는 꿈에서 
먼 나라에도 가고 동화의 주인공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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