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중재원, 교권과 교회재산을 둘러싼 더 심각한 갈등 예상된다.

사단법인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 주최하는 화해중재원 제9차 기독교 화해 사역 세미나가 지난 16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있었다. 운영위원 오준수 목사의 인도로 시작된 개회예배에서 전 대법관 박재윤 장로가 기도하고 이사장 피영민 목사(강남중앙침례교회)가 마태복음 59절의 말씀으로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라는 제목으로 화해는 하나님의 은혜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한국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교했다.

예배 후에 본원 부원장 문용호 변호사의 사회로 시작된 세미나는 교회분쟁과 소송대안제도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으로 김유환 교수(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정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는 교회분쟁 해결을 위한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활용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황덕남 변호사(총괄 조정위원), “민사 조정 제도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문광섭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가 각각 발표했다.

▲ 발표하는 김유환 교수

21세기 한국교회의 도전요인으로서의 교회분쟁: 공공성과 제도화의 부재

1 발표자로 나선 김유환 교수는 한국교회 위기의 중심 요인은 도덕적 신뢰감의 상실이 그 원이고, 도덕적 신뢰감 상실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이 한국교회의 분쟁과 갈등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목사와 신자와의 다툼, 교권다툼, 교인 상호간의 다툼 등의 양상에서 나타나는 도덕적 혐오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신자로 하여금 환멸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교회분쟁과 교회갈등이 21세기의 한국 개신교회에서 더 심각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개척시대의 한국교회는 교회행정의 합리화나 제도화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교회운영은 개척목회자의 카리스마적 영도 하에 이루어져 왔다. 교회의 덩치는 커졌으나 교회의 제도화와 공공성의 수준은 그보다 훨씬 덩치가 작은 사회단체들 보다 더 미미하고, 교회 지도자나 신자의 정치의식은 사회단체의 그것에 훨씬 못미치게 되었다. 공공성과 제도화의 부재이다. 그나마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건재할 때에는 교회의 갈등과 분쟁이 억제되지만 그러한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물러난 뒷자리에는 각종 갈등과 분쟁이 쓰라린 통과의례로 도사리고 있다. 더구나 신자들의 종교적 몰입이 약화되어가는 상태에서 교회재산은 커져 있어서 교권과 교회재산을 둘러싼 추악한 갈등도 예정되어 있다.

 

교회 갈등과 분쟁의 원인으로서의 사회변화

김 교수는 사회변화를 교회 갈등과 분쟁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보았다. 단순한 농업사회에서 다원화되고 분화된 사회로의 변화, 정보혁명 사회로의 변화, 참여민주주의와 NGO의 발전이라는 새로운 양상,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권위주의의 붕괴현상 등을 꼽았다. 이러한 사회변화에 따라서 정부나 기업들은 일하는 방식을 이미 바꾸고 있다. 이러한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교회의 정치체제(Governance)가 구축되지 않으며 교회는 새로운 사회의식과 정치의식을 가진 신세대에게서 외면 받을 수 밖에 없고 지속적인 갈등구조로 인하여 큰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교회갈등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10가지로 정리했다.

교리와 신앙생활에 대한 견해 차이: 같은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신학적, 신앙 문화적 차이로 갈등에 빠진다.

교회행정의 비체계성과 원칙 부재: 오늘날 교회법규들은 어느 교단을 막론하고 정밀하지도 않고 현실성도 부족하며, 사물논리에 적합하게 규정되어 있지 못한 경우가 많음으로 다툼이 생기기 쉽다.

목회자 역할의 모호성: 2세대 목회자에게 담임목회자의 지위가 승계될 때 분명한 제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목회자의 역할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신앙인의 강한 자기신념: 신앙인의 강한 자기신념은 타협과 협상에 응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리더십에 대한 목회자와 평신도 사이의 인식 차이: 목회자들은 전통적 리더십을 평신도들은 사회 안에서 변화된 리더십을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임으로 갈등 구조가 형성된다.

목회자에 대한 불신임방식의 후진성: 지도자에 대한 불신임을 표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미흡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관행과 교회법의 불일치: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해 적용할 명확한 교회법이 부족하다.

시대에 맞지 않는 권위적 의사결정구조: 교회의 의사결정구조와 일반 사회에서의 의사결정구조의 괴리현상은 궁극적 교회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집단 이기주의와 맹목적 충성: 교회 내의 파벌과 폐쇄그룹이 갈등의 원인이 된다.

세습과 사유화에 대한 저항: 교회의 공공성에 대한 개념에 반대되는 세습과 사유화가 갈등의 원인이다.

▲ 화해사역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교회갈등 어떻게 관리 할 수 있을 것인가?

박스 베버라는 독일의 사회학자는 지배구조의 종류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즉 카리스마적 지배구조, 전통적 지배구조와 합법적 지배구조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카리스마적 지배구조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1세대 카리스마적 목회자들이 물러나고 새로 부임한 후임 목사들에게는 그런 카리스마가 없다. 경험이나 연륜이나 공헌도 등에서 후임 목사들은 카리스마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카리스마적 지배로 교회를 이끌어 가던 목사님들은 교회에서 법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하며, 교회는 은혜로 가는 것이라고 말씀한다. 그러나 카리스마 지배의 단계를 벗어난 교회는 법적인 지배 체제가 없으면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따라서 교회는 원칙을 바로 세우고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교회는 정보를 공개하고 대화와 소통을 중요시 하는 새로운 모델로 변화되어 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이 대두 될 것이다. 공공성의 회복과 제도화와 더불어 교회의 분쟁해결은 자율적 방식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교회의 문제를 세상에 가지고 나와서 세상의 손가락 질을 받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회는 전문적 갈등관리를 추구해야 한다. 교회만이 아니라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의 전통적 방식으로 아버지가 큰 소리 치는 시대는 지나갔다. 국가나 교회는 이런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인지하고 변화되어야 한다. 갈등관리를 위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교회의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소송 대안적 분쟁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DR은 새로운 의사결정 방식과 문화 변혁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가르쳤지만 이제는 자기 뜻을 굽히고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ADR은 법적 판결에 따른 의사결정이 아니라 당사자의 의견을 중심으로 서로 윈-윈 할 수 있도록 화해 조종하는 것이다.

ADR은 당사자 사이의 화해와 협조, 협의 등에 의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므로 당사자 사이의 논의 과정을 적절히 매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중립적인 제3자가 존재할 것이 요구된다. 분쟁당사자의 비밀을 유지하면서 그들의 속사정을 잘 듣고 조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각 관점의 차이에 따라 다른 의견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ADR은 같은 시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경험을 공유하게 한다. 이런 두 가지 원리에 따라 많은 세부적인 중재와 조정 기술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ADR 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1)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운동: ADR이란 양보와 합의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법원과 같은 외부의 권위에 자신의 문제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스스로에게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합의하에 선택해 나가는 것이다.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성육신하셔서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와 소통하셨다. 예수님처럼 말하기에 앞서서 먼저 듣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양보와 합의에 의해서 상호존중하며 의사결정을 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2) Peacemaker로서의 그리스도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Peacemaker로 이 땅에 오셨듯이 모든 그리스도인은 Peacemaker로서의 사명이 있다. 사회 전체에서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훈련받고 평화를 매개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목표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3)상담사역의 활성화 일반화: ADR 운동의 출발점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데 있다. ADR 운동에서는 이해관계자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모든 분쟁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교회의 교사는 학생의 말을 들어주어야 한다. 구역장은 구역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목회자는 신자의 말을 들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서구교회와 다르다. 서구교회는 국가와 관계된 공공성이 확보되어있다. 서구교회는 국가의 권위를 배경에 두고 있기 때문에 교회재판은 상당한 권위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공적 권위가 없는 상태에서 개척 목회자들이 사재를 털어서 사적 영역에서 세워졌다. 이런 공공성의 부족은 교회재판의 공적 권위 부족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교회재판에만 의지 하지 말고 ADR로 가야 한다. 법정으로 가지 말고 화해 중재원에 의뢰해서 중재와 조정을 통해 화해를 이루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교회재판은 기본적으로 공공성과 권위를 확보하기 힘들다. 따라서 화해 중재원과 같은 정부의 권위를 가지며 동시에 교회의 인정을 받는 기관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교회분쟁을 위해서 교회를 법과 원칙을 따라 운영하며 공공성을 확보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행하는 ADR과 같은 새로운 문화운동을 해야만 한다. 교회재판만 의지하지 말고, 교회재판과 병행해서 조정과 중재라는 개념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교단공과에도 분쟁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조정과 중재의 가치를 가리키고 훈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일들을 위해서 기독교 화해 중재원의 사명이 중차대하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김 교수는 교회 분쟁의 조정자, 중재자로서 한국교회의 문화를 변혁할 수 있는 기독교 화해 중재원이 될 수 있도록 기도로 지원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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