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끼리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너희 교회 목사님은 어때라는 물음에 만약 한 교인이 설교는 별로지만 그것 말고는 나무랄 데가 없어라는 대답을 한다또 다른 교인은심방은 별로 안하시는데 설교는 정말 잘 하셔설교를 워낙 잘하시니까 다른 것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해라고 대답한다한국교회 목사님은 이 중 어떤 대답을 더 좋아 하실까어떤 대답을 들어야 할까?”

▲ 설교학회가 진행되고 있다.

목회자의 직무 중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직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설교이다.” 그러나 한국교회 설교자는 교회성장 지상주의의 풍토에서 우선적으로 교인들의 기대와 욕구충족에 부응해야하는 목회적 현실로 말미암아 성경 본문에 대한 깊은 주석적 또는 해석학적 연구와 성찰 없는 비성경적비신학적 설교를 하고 있다설령 성실한 준비와 기도로 완성된 설교일지라도 그 짧은 시간에 설교를 듣는 회중과 메시지의 의미공유를 이루지 못한 채 강단을 내려올 때 그 당혹감과 절망은 이루 말 할 수 없다이를 극복하는 것이 설교자의 과제일진데 이를 위하여 설교 커뮤니케이션의 올바른 이해와 적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설교학회 제22차 가을 정기학회가 "사회적 상황과 설교(Social contexts and Preaching)"라는 주제로 한신대학교에서 지난 17일 열렸다이번 학회의 제자유발표자로 나선 배영호 목사(인천중앙교회한신대외래교수)는 오늘의 목회적 상황을 위한 설교 커뮤니케이션 이해라는 주제로 설교자의 메시지가 청중들과 의미공유를 이루어 청중에게 들려지는 커뮤니케이션으로서 설교에 대해 발표했다.

 

▲ 발표하는 배영호 박사

설교 커뮤니케이션

배영호 박사는 커뮤니케이션으로서 설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설교자가 성서 본문과 상황과의 해석학적 과정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 메시지를 듣는 청중과 상호작용(interaction)하여 메시지의 의미공유(意味共有)를 이룰 때 말씀의 현실화절대 진리의 보편화가 이루어지면서 설교의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곧 들려지는 설교가 되는 것이다.” 연구자에 따르면커뮤니케이션으로서 설교를 논한다는 것은 설교의 존재론적 양식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설교를 듣는 문화적 존재로서 청중과 메시지의 의미공유를 이룰 것인가어떻게 하면 청중이 처한 오늘의 문화적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해석과 참여를 통해 설교자의 메시지가 들려질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의 발현이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이해

배 박사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설교행위에 적용하면 송신자(S)는 설교자가 되고내용(M)은 성서의 메시지가 되며매체(C)는 말(언어)이나 기타 비언어적 상징체계가 되고수용자(R)는 설교를 듣는 청중이 되며효과(E)는 설교의 메시지를 통한 설교자와 청중청중과 청중하나님과 설교자 그리고 청중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메시지의 의미공유 즉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구속의 은총을 체험한 청중들의 성화된 삶 곧 거듭남(born again)”이라고 정리한다.

 

들려지는 설교’ 어떻게 할 것인가?

배 박사는 설교란 설교자의 일방적(one way)인 선포가 아닌 설교자와 청중간의 쌍방향적 상호작용의 의미공유의 과정인 것이며특정한 목적 곧 전달이나 설득을 달성하기 위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의도적 커뮤니케이션” 임을 밝혔다배 박사의 발표와 논평을 맡은 김대진 박사(고려신학대학원그리고 학회에 참여한 학자들의 토론 내용을 정리하여 코닷 독자들을 위해 들려지는 설교를 위한 5가지 제안을 다음과 같이 한다.

1) 언행일치로 신뢰받는 설교자가 되라!: 들려지는 설교를 위해 말과 행동의 일치에서 오는 설교자에 대한 신뢰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배 박사는 매체가 곧 메시지라는 말처럼 설교자의 메시지가 청중과 의미공유를 이루기 위한 전달 매체는 우선적으로 설교자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 진정한 커뮤니케이터이신 성령께 붙잡히라!: 배 박사는 성령은 설교자로 하여금 하나님의 부름 받은 존재로서 자신의 실존을 인식하게 하며설교를 할 수 있게 하며강단에서 선포하는 설교자의 메시지가 청중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설교 커뮤니케이터라고 강조한다들려지는 설교를 위해 성령의 내증(內證곧 성령의 내적조명(內的 照明), 성령의 내적증거(內的 證據, testimonium Spiritus Sancti internum)”가 절실함으로 설교자는 성령의 사람으로 붙잡혀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3) 그림 언어메타포 언어이야기 언어로 설교하라!: 설교는 설교자의 언어()을 통하여 전달된다.잘 준비된 설교 원고의 내용이 설교자의 언어를 통하여 청중에게 전달됨으로써 비로소 설교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배 박사에 의하면, “언어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으로서 정리된 경험의 상징이며구조화된 체계로서 의미인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추상적인 언어개념적이고 학술적인 언어로 설교 하지 말고 보고 듣게 하는 언어(audiovisual language) 즉 그림 언어(picture language)를 사용해야 한다또한 메타포 언어(metaphorical language)의 사용이다메타포란 은유’(隱喩)라는 말로 번역 사용되지만 사실은 상상력과 시적인 특성을 함께 포괄하는 매우 포괄적인 용어이다적절한 메타포의 사용은 청중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청중들의 귀를 열어 듣게 할 뿐만 아니라 보도록 만들어 준다그리고 이야기 중심의 언어를 사용하라이야기(narrative)는 시대와 종족을 뛰어넘어 보편화된 문화적 한 형태이다.

4) 청중을 설교의 긍정적인 참여자로 훈련시키라!: 지금까지 청중은 다만 설교자의 대상일 뿐 이었다청중의 역할은 단지 귀를 열고 그저 수동적으로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존재(passive receiver)였다그러나 전자혁명의 발달과 사회의 변화로 청중은 이제 더 이상 메시지에 의하여 조종당하는 자가 아니라메시지를 조종(manipulate)할 수 있게 되었다청중은 단순히 듣기만 하는 청취자가 아니라 설교자와 함께 설교를 완성해가는 설교자의 파트너요 동반자인 점을 알고 설교의 전 과정을 함께 해 가면서 서로 돕는 존재로 참여하게 하라이를 위해 통속적이고 기복적인 청중의 기대와 요구가 성경적 기대와 요구로 바뀔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설교를 듣는 청중은 메시지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사회문화적이고 신앙적인 배경과 관습을 해석의 코드로 사용한다.” 그러므로 청중의 해석 코드가 바뀔 수 있도록 설교자는 사회문화적 배경과 관습의 문제를 다루어 이에 대한 바른 관점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5) 궁극적으로 철저한 성경적 설교를 하라!: 들려지는 설교를 하기 위해서 설교자는 청중이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가에 관심이 아니라 청중에게 무엇을 들려주어야 할 것인가에 주력해야 한다청중에게 들려주어야 할 그 무엇이 성경이며그것의 올바른 전달이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설교가 추구하는 바이기 때문이다일부 설교자는 포풀리즘에 영합하거나 열광적 부흥회나 청중의 감정과 심리에 호소하는 감상주의 또는 사회운동식의 행동주의에 빠져버린 채 설교의 본질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이는 설교의 세속화와 다름 아니다그러므로 궁극적으로 들려지는 설교를 위해 철저한 성경적 설교를 준비하고 행해야 한다.

▲ 한국설교학회 단체사진

한편 제2발표자인 김용성 목사(예아교회)는 언어철학적 관점에서 본 설교의 실천성비트겐슈타인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윤석민 박사(한신대)는 정치적 설교독일 설교학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를 이어갔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