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斷想 /김경근
빛바랜 망건 쓰고
구멍 난 상투로 깃발 세워
퇴색한‘모시등받이’걸쳐
손님 떠난 파장에
바람 이는 길모퉁이
쪼그리고 앉아
썩은 새끼줄에 인생을 꼰다
단 한 번 리허설도
그 흔한 마지막 러브신(love scene)
한 짝 없는
1장 단막극으로
막 내린 무대 뒤에 서서
뭘 기대고 바랄 것도 없는데
열매 없는 가을나무라
덩그런 빈 소쿠리에
인생을 호미로 매고
세월을 쓰레질하면서
나 혼자‘셈본책’꺼내놓고
월동준비 꿰맞춘들
어찌 해답을 얻을 수 있으랴
어리석은 인생들아
동장군이 오기 전에
지금이라도
하늘의 은혜를 구하라
김경근
1943kjt@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