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가적인 학자이자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를 추모하며

세계적 기독교 석학인 르네 지라르 박사가 11491세를 일기로 스탠퍼드에 위치한 자택에서 서거했습니다. 르네 지라르 전문가인 정일권 박사가 추모의 의미로 르네 지라르의 주요 사상과 업적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프랑스의 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자랑하는 국가적인 혹은 국민적인 학자이면서도 자신의 연구의 결과로 기독교 신앙으로 회심하고 포스트모던적 시대정신 속에서도 기독교를 가장 세련되고 설득력있게 변증해 온 르네 지라르(René GIRARD, 25 décembre 1923 - 4 novembre 2015)11492세의 일기로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adieu). 국제 지라르 학회에 속한 여러 학자들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한 나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 슬픈 소식을 알렸고, 그 날 오후 국내 주요언론들도 빠르게 이 소식을 전했다. 지금도 국제 주요언론들은 그를 추모하는 언론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2005년 프랑스 지식인 최고의 영예인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émie française) ‘불멸의 40으로 지라르의 별세 소식에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그가 결코 만족하지 않고 열정적인 지성이었다는 점을 온 국민이 알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고 AFP는 전했다.

▲ 2006년 독일 튀빙엔 대학 개신교 신학부가 르네 지라르에게 영예로운 상을 수여했을 때 어느 독일 교수가 지라르에게 존경의 자세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 정일권).

네델란드 자유대학교가 최초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지라르를 2005년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 지라르 학회에서 만나 힌두교 시바신화에 대해 인터뷰하고, 2006년 독일 튀빙겐대학교 개신교 신학부가 지라르의 기독교 변증 작업에 영예로운 상(Dr. Leopold-Lucas-Preis 2006)을 수여했을 때 만난 나로서는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불멸의 칭호를 받은 그의 학문적 업적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

초기에 프랑스 포스트모던적 해체주의 철학을 주장했던 자끄 데리다는 이후에 사상적 전환을 해서 다시금 눈물과 기도로 유대교적 전통으로 회귀했는데, 그는 레비나스의 장례식에서 추모하는 글을 아듀 임마누엘 레비나스로 출판했다. 나는 1923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성탄절에서 태어나서 이제 주님의 품으로 돌아간(adieu, to God) 우리 시대의 최고의 불멸의 지성인 그를 추억하며 아듀, 르네 지라르라는 제목으로 그의 업적를 기념하고자 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은 "지라르의 관심은 유행에 좌우되지 않았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들에 기울어졌다"고 밝혔는데, 정치나 유행이 풍미했던 20세기 후반 아카데미아에서도 신화의 수수께끼를 풀고 십자가의 승리를 선포하는 그의 십자가의 인류학을 통해서 문화의 기원을 새롭고도 급진적으로 해석하는 인문학의 아인스타인으로 평가받는다. 나의 지도교수가 지라르를 추모하면서 독일국영방송라디오(Deutschlandfunk)에서 인터뷰했는데, 이 방송은 지라르의 이론을 "문명사적 기념비"(zivilisatorischer Markstein)라고 평가했다.

지라르는 20세기 후반 정치와 유행으로 풍미했던 프랑스 포스트모더니즘의 허무주의와 냉소주의와의 비판적 이론논쟁을 통해서 다시금 유대-기독교적 텍스트와 가치를 변증해서 유럽 인문학과 철학에서 기독교 르네상스를 주도했다. 지라르는 유럽 인문학과 철학의 종교적 전환, 윤리적 전환 그리고 신학적 전환을 일으키고 있는 중심축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지젝 등과 같은 유럽의 많은 사상가들이 현재 다시금 유대-기독교적 전통의 재발견을 주장하고 있다. 포스트모던 철학자 바티모도 지라르와의 지적인 만남으로 기독교 신앙을 철학적으로 재발견하고 있다. 최근 독일의 국가적인 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도 지라르에 대해서 논하고 있으며, 신화와 제의에 대해서 강연하고 있다. 하버마스는 유대교의 정의의 윤리와 기독교의 사랑의 윤리가 현대 민주주의, 인권, 평등, 자유 등과 같은 서구문명의 업적의 직접적인 원천이며,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는 것은 포스트모던적 언설일 뿐이라고 최근 주장해,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라르는 인문학계에서는 인문학의 아인스타인 혹은 인문학의 다윈으로 평가받고, 기독교 신학의 관점에서는 인문학의 하얀 십자가로 평가할 수 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지라르의 주저 <폭력과 성스러움>에 대해 “1972년은 인문학의 연보에 하얀 십자가가 그어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자신의 연구로 기독교 신앙으로 회심한 지라르는 포스트모던적 시대정신 속에서 그 동안 소외되고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던 지라르가 주도해서 1966년 존스 홉킨스대학에서 비평언어와 인문학이라는 학술대회를 개최했는데, 이때 포스트모던 사상가들로 이후에 알려지게 된 자크 데리다, 자크 라깡, 롤랑 바르트, 루시엥 골드만 등이 참여했다. 이 대회는 미국에 소위 프랑스 이론(French theory)를 유행시킨 분수령과 같은 학술대회였다.

"(제가) 기독교인이 된 것은 제 연구결과가 나를 이렇게 인도했기 때문"이라는 실존적 신앙고백을 하면서, 신비로운 회심의 체험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이렇게 기독교 신앙에 대한 실존적 고백으로 인해 데리다와 라깡 같은 동료 포스터모던 철학자들만큼 인문학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 2005년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 지라르 학회의 주강사로 초대된 장 뤽 마리옹과 르네 지라르가 비판적 대화와 토론을 나누고 있다(사진제공: 정일권)

(Ecole Polytechnique)의 사회정치 학자이자 스탠포드 대학의 장 삐에르 뒤피 (Jean-Pierre Dupuy)는 아래와 같이 이 지라르 현상에 대한 말한 바 있다: "지라르는 하나의 현상이다. 세계의 많은 학자들은 그를 당대에 생존하는 위대한 학자들 중 하나로 평가하며, 또 어떤 이들은 그를 프로이드 혹은 마르크스에 비교하기도 한다. 또한 지라르는 일부 인문과학자들에게는 종종 스캔들로 받아들여진다. 지라르만큼 그 동안 스캔들처럼 폄하을 많이 받은 학자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폄하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자들은 지라르에게서 영감을 얻지만, 또한 그것을 숨기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소르본느의 닭이 울기 전에 이러한 학자들은 이렇게 3번이나 다짐한다: ‘나는 이 사람을 알지 못한다’. 지라르의 이론은 바로 이 이론이 겪고 있는 폭력적인 폄하를 설명하고 또한 그것을 예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도발적이다."

독일 튀빙엔에서 신학 부분 베스트셀러였던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본다의 독일어판에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 변증” (Eine kritische Apologie des Christentums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 2부의 제목은 신화의 수수께끼이며 3부의 제목은 십자가의 승리다.

한국교회도 포스트모더니즘과 종교다원주의 이후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변화시키는 르네 지라르 읽기를 이제 시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아듀, 르네 지라르.

필자 정일권은 2005'불멸의 40'으로 불리는 프랑스 지식인의 최고 명예인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émie française) 종신회원에 선출된 르네 지라르의 이론을 중심으로 동서양 사상을 문명담론의 차원에서 비교 연구하고 있다. 지라르를 직접 2번이나 만나서 연구와 관련해서 학문적 대화를 나누기도 한 국내 가장 대표적인 지라르 연구가요 전문가다.

   
▲ 2006년 독일 튀빙엔 대학 개신교 신학부가 르네 지라르에게 영예로운 상을 수여했을 때 그와 함께 찍은 사진(사진제공: 정일권)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군목으로 섬겼고, 독일 마르부르크(Marburg) 대학을 거쳐 유럽에서 르네 지라르 이론에 대한 학제적 연구 중심지로 성장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교 조직신학부 기독교 사회론(Christliche Gesellschaftslehre) 분야에서 신학박사(Dr. theol.)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인스부르크 대학교 인문학부의 박사 후기 연구자(post-doctoral research fellow) 과정에서 학제적 연구프로젝트 세계질서-폭력-종교, 정치-종교-예술: 갈등과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귀국했다. 국제 지라르 학회인 폭력과 종교에 관한 학술대회’(Colloquium On Violence & Religion) 정회원으로서 국내 지라르 학회의 설립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라르의 이론으로 불교 문명의 역설을 분석해 불교 연구의 신기원을 이루는 연구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어 단행본 세계를 건설하는 불교의 세계포기의 역설 - 르네 지라르의 미메시스 이론의 빛으로 Paradoxie der weltgestaltenden Weltentsagung im Buddhismus. Ein Zugang aus der Sicht der mimetischen Theorie Rene Girards(Wien/Münster: LIT Verlag, 2010)가 있다. 붓다가 은폐된 희생양이라는 최초의 주장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이 책을 좀 더 진전시켜붓다와 희생양: 르네 지라르와 불교 문화의 기원(SFC 출판부, 2013)을 출간했고, 이 책은 제30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목회자료(국내) 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니체 이후의 100년 동안의 포스트모던적-디오니소스적 전환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우상의 황혼과 그리스도. 르네 지라르와 현대사상(새물결플러스, 2014)도 출판했다. 목회자와 신학자들을 위한 르네 지라르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십자가의 인류학. 미메시스 이론과 르네 지라르(대장간, 2015)도 출판했다.

지라르의 이론의 빛으로 폭력과 종교(Violence and Religion)에 대한 연구를 넘어서 최근에는 과학과 종교(Science and Religion) 분야도 연구하여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통섭과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 연구는 우주의 기원과 문화의 기원을 화두로 빅뱅 우주론과 양자물리학, 미메시스 이론을 통합학문적으로 논의한 단행본으로 IVP 출판사를 통해 곧 출판될 예정이다. 또한 르네 지라르와 데리다와 라깡 등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을 비교연구한 책도 곧 출판될 예정이다. 지라르의 미메시스 이론을 통해서 기독교 인문학의 외연과 지평을 확장하는 일 뿐 아니라, 독일어권의 개혁주의 신학도 번역해서 소개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재 숭실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과 일반대학원 그리고 고려신학대학원에서 르네 지라르를 강의하고 있으며, 그 동안 한동대학교, 고신대학교, 브니엘신학대학원에서 르네 지라르 이론, 교차문화학 그리고 조직신학/교의학을 강의했다. 국내 많은 인문학, 철학, 신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포함해 그 동안 20여 편에 가까운 논문을 출판했다. 그 외 청어람아카데미, 현대기독연구원, 목회자 포럼, 인문학 서원과 연구공간 등에서 르네 지라르의 이론과 사회인류학적 불교연구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2015년 독일 철학단행본에도 논문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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