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구 목사 /영동교회

한 시대에서 사회가 어두울 때 종교가 밝으면 그 종교의 바른 가르침이 시대를 회복시킵니다. 그러나 한 시대의 종교가 어둡게 되면 종교가 시대정신의 포로, 세상 이데올로기의 도구, 지배계층의 통치 수단이 되면서 개인과 시대가 깊은 어둠에 빠집니다. 16세기 로마카톨릭 교회의 중세시대가 그랬습니다.

그때 그 어두운 종교 안에서 진리에 대해서다시 묻고 고뇌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마틴루터와 존 칼빈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의 가슴에서 타오른 복음의 불꽃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옮겨 붙었고, 이로 인해 변화의 거대한 물결이 일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종교개혁입니다.

종교개혁 이후 499년이 흘렀고, 내년이면 500주년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종교개혁자들이 밝히 드러냈던 진리의 빛이 계속 비춰야 했는데, 그 이후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 이후 교회들은 그 진리를 분명하게 드러내었을까요?

개혁자들이 밝힌 진리 중에 이신칭의’(以信稱義)가 있습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진리입니다. 이 진리를 매우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균형을 잃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칭의(稱義, justification)는 반드시 성화(聖化, santification)를 수반해야만 하는데, 성화에 대한 강조가 약해지면서 칭의의 복음이 그 균형을 잃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즉 믿음으로 구원은 확보해 놓은 것이니, 그 이후의 삶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그릇된 이해가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믿음이 좋다고 하나 그 믿음을 삶으로 드러내는 윤리적 모습이 없어도 아무런 별 문제의식을 갖게 않게 되고 말았습니다.

칭의의 복음이 잘못 이해되면서 사람들은 믿고 난 이후에 거룩한 삶을 추구하는 성화에 주력하기보다, 내적 욕망을 위한 번영을 열심히 구하게 됩니다. 칭의의 복음은 성화의 복음이 아니라 번영복음의 쪽으로 흘러가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번영복음이 한국교회를 번영하지 못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종교개혁주일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종교개혁자들이 깨닫고 우리에게 전수해 준 그 진리를 다시 분명히 깨닫고 그것을 세상에 밝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밝혀진 옛 진리인 칭의의 진리를 바르고 균형있게 회복하고 다시 적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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