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대한기독사진가협회 박재순 목사(진리사랑교회)의 작품이다.

 

추수감사 /천기쁨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도

오히려 고개를 하늘로 쳐들어

스스로 초록임을 자랑했는데

 

서늘한 때에 불어온 당신의 바람은

'이것이 과연 나'라고 여기던

그 초록을

 

마침내

속절없이

누렇고 흉물스럽게 말려 버렸습니다.

 

무섭도록 시퍼런 당신의 낫은

땅에 공고히 뿌리 박은 나를

가뿐이 끊어 올리고

 

시끄러운 탈곡기는

정신없이 나를 두들겨

한 때 나를 높이 떠받들던 지푸라기에서

나를 떨구어 냅니다.

 

결국

나는

나라고 여기던 모든 것을 잃었지만

당신은

당신 손의 그 흰 알곡을 새로운 나로 여겨 주십니다.

 

가라지, 쭉정이, 볏짚, 겨는 다 태우시고

흰 알곡만 거두소서

 

예수만 구원하신다는

당신의 그 약속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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