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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엽 장로

저는 다른 의대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과대학인증평가 위원의 경험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에도 두 대학을 평가하였습니다. 어느 의대이든 간에 3가지를 가장 중요시 여깁니다. 교육, 진료 및 연구입니다. 그 중에서 연구는 수치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용이한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평가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쓰이고 있습니다. 고신의대도 연구성과를 높이기 위해 매진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고신의대의 연구실적 평가방법을 살펴보니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어 지면을 통해 건의를 드립니다.

이런 내용을 코람데오닷컴을 통해 피력하는 이유는 연구실적평가방법의 개정은 이사회에서 승인되어야 하는데, 그동안 여러 차례 건의를 했으나 완고하게 반대를 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사회가 반대하는 취지는 연구실적의 완화를 우려해서인데, 검토 방향은 맞습니다. 그런데, 개정해야 할 내용 중에 지금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부분은 결코 완화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사회를 포함해 독자들이 들어보시고 객관적으로 판단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날의 연구는 혼자서 혹은 한 둘이서 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혼자서 그러한 결과를 내면 더욱 좋겠지만, 오늘날 학문은 융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의학도 인문학, 혹은 체육 심지어 외국에는 신학과도 연계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네이쳐(nature)나 사이언스(science) 같은 학술지를 한번 보십시오. 저자 수가 엄청 많습니다. 그만큼 협력해서 혹은 공동연구를 수행한 결과 우수한 성과가 도출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최소한 의대의 경우에는 제1저자와 교신저자에게는 공동저자수가 얼마나 되더라도 높은 점수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제가 속한 의대의 경우 복수저자인 경우 제1저자 및 책임(교신)저자는 각각 70%로 하며, 그 외의 저자는 100%를 저자수로 나눈 수치에 해당한다. 다만, 1저자 또는 책임(교신)저자가 각각 n명인 경우 각각 70/n을 적용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제1저자라면 공동저자 수에 상관없이 70%의 점수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신의대의 경우 제1저자인 경우에도 공동저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점수가 줄어들도록 해놓았습니다. 본인이 제1저자라도 총 2명의 저자일 때는 70%, 3명일 때는 60%, 4명 이상일 때는 50%로 연구실적 점수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그러다보니 승진 등으로 점수가 필요한 경우 가능한 한 저자 수를 줄이려고 하는 겁니다.

저자 수가 줄면 교수들이 보다 많은 연구성과를 내어 놓아야 하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연구를 독려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여러 연구자들과 공동연구 장려하는 것이 좋고, 그리고 제1저자라면 연구성과를 당당하게 인정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굳이 차별해서 연구성과를 부여하겠다면, 그것은 우리 대학에서 하듯이 공동저자에게 그렇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현재의 고신의대 연구성과 평가기준의 비합리성, 비융통성 때문에 선의의 피해를 입는 분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재임용과 승진이 정체된 교수들이 상당해 그들 중의 일부는 작년부터 의과대학 교수직은 사직하고 병원에 임상교수로 전환되었다고 합니다. 이건 고신대학의 위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교수들 몇 명이 뛰어나도록 하는 시스템보다는 전체 교수가 다 같이 격려 받고 모두가 연구에 매진하여 고신의대 전체의 연구업적이 상승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최소한 제1저자 또는 책임(교신)저자의 연구업적은 공동저자 수에 상관없이 70%와 같이 일정하게 부여해야 합니다. 너무 늦지 않게 개선되기 바랍니다. 타 대학 문제에 쥐락펴락 하냐고 하지 마시고 고신의대를 유달리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까워 드리는 충정이니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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