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정태호
버선코
날렵한 치맛자락 폴락이며
까치발 세운 너
새초롬히 연보라 물든 네 뺨이
오늘 따라 애처롭구나
처량하지 않고 넘치지 않는 너의 자태가
늘 푸근하였더라만
오늘은
네 이름 들먹이며
네 삶을 도려내는 나쁜 무리들이
너를 슬프게 하는구나
친구가 되어주고
철 따라 성숙하고
부드럽게 꽃차를 따라 주던 너
결실할 때면
노란 가슴 물든
이쁜 자태로 환히 웃는 너를
누가 약하다냐
너의 당찬
이 땅의 뿌리 같은 생명력을 무시하는
나쁜 무리들의 외설에는
귀를 닫자구나 가만히
그리고 살포시 웃어주자
(한국문인협회 기관지 ‘월간문학’ 2014년 1월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