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의 오만함 좌시할 수 없다

10월 13일 SBS에서 방송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난 후 잠시 동안 머리가 멍해짐을 느꼈다. 노방전도자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으로 방영할 것이라고는 짐작했지만 보수신앙의 교리를 따르는 교회들까지 진보진영의 목회자들의 입을 빌려 싸잡아 비웃는 듯한 논조는 정말 참기 어려운 방송이었다.

방송 초반에는 길거리 전도자들이 무례하고 반사회적인 전도 행태를 보여주더니 후반부의 논조는 이런 전도자를 만들어낸 것은 성경을 문자적으로 따르는 근본주의적 교회라고 비판한다. 방송을 보면 길거리 전도자들은 마태복음 28장 18절에서 20절의 내용 즉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말씀과 디모데후서 4장 2절의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는 말씀을 근거로 언제 어디서건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거기에 대해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와 채수일 교수(한신대),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 류상태 전 목사(전 대광고 교목) 등 소위 자유주의 신학자와 목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 말씀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방송 내용 중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복음주의 진영 신학자 인터뷰 전혀 없어

MC : 신학자들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한다.

채수일(한신대 교수) : 마태복음 28장은 복음주의 진영의 가장 전초적인 선교 대명령어로 자주 인용되는 말씀이다. "너희는 세상 끝까지 가서 모든 사람을 제자로 삼아 가르치고 지키게 하라." 이런 말씀이 있지 않은가? 그건 명백하게 예수님의 말씀이 아니다. 그것은 나중에 세례가 기독교 공동체 내부에서 실천됐던 아주 후기의 발전이 예수님 말씀처럼 덧붙여진 것이다. 사람들은 성서가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서 기록되고 편집되고 전승됐는지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가 아는 대로 성서는 오랜 역사를 거쳐서 기록되고 전승되고 편집되는 과정에서 편집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걸 보면 보수 신앙을 가진 사람은 신학도 없이 덮어놓고 맹신하는 자들이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성경을 후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이리저리 편집했다는 비평학자들의 견해가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MC : 복음을 전파하라는 내용은 후대의 필요에 의해 덧붙여진 내용이 많다는 것이 세계적인 성서 연구의 결과라고 한다.

채수일 : 디모데후서는 바울의 편지가 아니다. 학문적인 연구 결과가 그렇다. 옛날에는 위서라고 본인이 안 썼는데도 마치 바울이 쓴 편지들이 아주 광범위하게 흩어지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다.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묻고 싶다. 총신대나 고신대 같은 복음주의 진영의 신학자들의 인터뷰는 왜 싣지 않았는지. 보수 신학자들은 바보라서 성경을 온전한 하나님의 말씀이라 믿고 있는가? 그들도 얼마든지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자유주의 신학자들을 반박할 수 있는데 제작진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수 신학자의 말은 외면하고 있다.

김진호(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마가복음은 16장이 마지막장인데 8절까지가 원래 마가복음에 있는 것이고, 이 뒷부분은 나중에 덧붙여진 부분으로 본다. 오래된 사본에는 이게 없다. 그리고 또 문체도 좀 다르다. 한국 기독교인들한테는 이게 누가 말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성서에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MC : 실제로 유명한 목사들도 이 성경구절을 자주 인용하고 있었다. 그 설교대로 신도들은 길거리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이 부분 역시 한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이 엉터리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방송을 보면 김진호 목사를 비롯한 인터뷰하는 자유주의 목사들의 견해가 사실이고 대다수 복음주의권 목사들이 가진 신앙은 맹신이고 잘못된 것이라는 방향으로 몰아간다. 그들의 엉터리 가르침 때문에 길거리 전도자 같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선교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거침없는 방송내용은 우리가 가진 교리와 신학체계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 순간 한국의 기독교인을 맹신에 의한 엉터리 신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우리 신앙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오만함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들이 우리의 신앙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자유주의 신학자 몇 명 불러다 인터뷰한 걸 가지고 보수적 교회를 도마에 올려놓고 난도질한단 말인가? 뿐만 아니라 그 다음 내용은 한술 더 떠서 한국의 보수 신학자와 목사들이 사실을 은폐시키고 밥벌이를 위해 거짓을 가르치고 있다는 황당한 인터뷰 내용을 사실처럼 등장시키고 있다.

채수일 : 신학공부할 때 다 배운다. 그러나 목사들이 교인들에게는 그렇게 안 가르친다. 한국교회 오늘의 현실 문제는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가 아주 결정적이다. 아는 것과 믿는 것, 이것이 같이 가야 한다.

류상태 (전 대광고 교목실장) : 신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은 이걸 안다. 이것을 이야기하면 교인들이 확 깨는 것이다. 어? 이게 이렇게 되네? 성경을 가려 읽어야겠네! 왜 이 이야기를 안 하냐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안 하는 이유는 딴 거 없다.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내가 이 이야기하면 내가 한국교회에서 쫓겨나니까. 약간만 비겁해지면 인생이 행복해진다고. 그거다. 그게 개인에 그치는 거라면 이해해주겠는데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함으로 이 사람의 말을 듣고 여전히 교리에 속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는 거다.

수적 신앙인 비하하는 발언

사실 자유주의진영의 신학자나 목사들이 자신들의 신학이나 신앙을 말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이같이 보수적 신학과 신앙을 따르는 자들을 비하시키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 본인도 신학생이지만 보수적인 신학교에서는 자유주의 신학을 비판할 따름이지 그들이 말하는 것을 결코 수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 인터뷰는 마치 모든 신학교에서 비평학자의 견해를 받아들이는데 졸업하면 배운 대로 하지 않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류상태 씨의 인터뷰는 자신의 과거 경험을 남의 말처럼 하고 있다. 그는 밥벌이를 위해 대광고 교목으로 보수 신앙인처럼 활동하다가 강의석 군 사태를 통해 커밍아웃한 적이 있다.

소위 자유주의 신학을 배우는 신학교 출신 목사들은 그들이 배운 대로 목회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보수 신학교에서는 애초에 자유주의 신학을 수용하지 않으니 신학과 목회현장의 괴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류상태 씨의 이 말을 들은 수많은 교인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목사들을 모두 이중인격자, 사기꾼, 위선자 이런 부류로 여기게 될 것은 아닌지. 이것은 한국 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MC: 길거리 전도자들은 교회가 가르친 대로 행한 고지식한 사람들일지 모른다.

류상태 : 그냥 아무 것도 모르고 이게 절대인줄 알고 순진하게 전도하는 사람이다. 그게 전부인 줄 아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내가 생각하기에 이게 제일 중요하다. 기독교에 깨어있는 사람들이 용기를 내는 것, 진실을 말하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류상태 씨의 이 말은 이 프로그램의 단연 압권이다. 그의 말은 교회 전체가 마치 대단한 사실을 은폐하고 거짓된 교리만 가르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은연중에 그런 잘못된 교회를 비판하고 뛰쳐나온 자신을 용기 있는 사람임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자유주의 목사들보다 이 프로그램을 자신 있게 내보낸 제작진과 SBS의 배짱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교회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아마 기독교 신앙이 없거나 신앙이 연약한 신자라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수적 기독교에서 하는 말이 모두 엉터리구나', '우리가 속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것은 결코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다른 부분도 아니고 우리가 전통적으로 고수하는 교리를 몇 사람의 자유주의 신학자의 입을 빌어 불과 한 시간도 안 되는 프로그램 한 편을 통해 '잘못된 믿음'이라고 몰아가고 있으니 보수 기독교를 너무도 우습게 보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까지 방송가에서 종교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아주 조심하는 편이었다. 조금이라도 해당 종교 측에 해가 가는 부분이 나오면 당장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심하면 방송국 앞에 진을 치고 사과방송을 할 때까지 시위를 벌이는 등 뒷감당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교회는 이러한 방송에 민감했기 때문에 웬만해선 잘 건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아프간 사태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방송을 비롯한 각 언론매체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교회가 하는 일들에 대해 거침없이 지적하고 나선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취재와 보도에 어떠한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교회도 잘못이 있다면 지적받아야 하고 거기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옳은 지적이었는데도 수천의 신자들을 동원해서 방송국 앞에 몰려가 생떼 쓰듯이 사과하라고 촉구하는 모습은 잘못된 일이다. 아프간 사태를 보면 한국교회로서는 억울한 부분도 많고 따지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국가와 국민들에게 큰 염려를 끼친 사안이었기에 사죄하는 것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교회의 선교활동 자체를 외부에서 비판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모습은 퍽이나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아프간 사태를 겪으며 한국교회는 아직 제대로 정신 차리기도 어려운 형편인데 계속해서 외부에서는 교회를 공격해온다. 이번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왜 아직까지 아프간 사태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한국교회에 대해 이러한 공격의 칼날을 세우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아프간 사태 때 아프다고 소리 한 번 못 내고 묵묵히 매타작 당하던 교회가 만만해 보였던 것일까?

그러나 이번 방송을 지켜보며 더 이상 교회가 방관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교회가 노방전도자들의 무례한 전도방식을 방치한 잘못은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교회에서 무례한 그런 방식으로 전도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독교 윤리학자 리처드 마우가 말했다시피 '무례한 기독교'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방송에서 노방전도자들의 활동을 교리상의 문제로 확대한 것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이런 방송을 보고서도 교회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독교인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또한 이번 방송에 대한 SBS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바다.(뉴스앤죠이제공)

한성훈/ 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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