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궤를 모티브로 한 삼위일체형 성찬대

개혁교회에서 성찬은 은혜의 방편이다. 성도들은 성찬을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다.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교의학을 가르치는 유해무 교수는 “예수께서 제정하신 성찬은 설교와 똑같이 은혜의 방도이고, 그 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성부께로부터 보냄을 받은 분으로서 그분 자신을 주셔서 그의 성신 안에서 우리의 참된 양식과 음료가 되게 하신다.”고 했다. “성찬에서 그리스도는 그분의 재림을 약속하시며, 우리를 어린양의 혼인잔치에 초대하신다(계시록19:9). 이러한 잔치에 초대받은 우리는 복된 자들이다. 성찬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핍박을 견디고, 믿음을 고백하며, 우리의 구원을 위해 삼위 하나님께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성찬은 어린양의 혼인잔치이다.

말씀전원교회 방석진 목사는 성찬을 미리 경험하는 천국잔치라고 말한다. “부활하신 주님을 찬양하고, 하나님의 초대를 받은 주의 자녀들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맛보고 나누게 될 천국잔치를 미리 경험하고 누리는 것이 바로 성찬식입니다.” 방 목사는 이런 천국잔치로서의 성찬식을 위해 성찬대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방 목사의 고민은 이런 것이다. 예수님의 살과 피를 기념하며 성찬을 나누는 데 사용돼야 할 성찬대가 왜 사회대로 사용되는 것일까? 아무런 신학적 고민 없이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듯 한 천편일률적인 성찬대, 1년 중 사용되는 경우는 기껏해야 두서너 번. 성찬대로서의 고유기능은 잃어버린 채 예배를 진행하기 위한 사회대로 전용된 지 오래다. 요즈음에는 간소화 된 크리스털 재질의 설교단과에 밀려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성찬대는 강단에서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그나마 남아있던 성찬대들도 거세게 불어 닥친 CCM 열풍을 비껴가지 못하고 악기와 찬양 인도자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래서 방 목사는 개혁교회의 표지인 성찬을 바로 시행하기 위해 특별한 성찬대를 제작했다. 언약궤를 모티브로 주님의 살과 피를 두 천사가 보호하는 형상이 보인다. 어떤 기자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초라하지 않고 오히려 단아하기까지 하다고 평했다. 언약궤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십자가 문양의 사각 성찬대가 가운데 자리를 잡고, 좌우에 천사의 날개 문양을 조각해 넣은 두 개의 성찬대를 따로 배치했다. 정방형 3개의 성찬대가 서로 이어져 더 큰 하나를 만들어내는 삼위일체형 성찬대다. 늘 한 곳에 무겁게 자리 잡고 있는 성찬대가 아니라, 성막처럼 상황에 따라 때에 따라 변형되고 이동할 수 있다.

이 성찬대는 성찬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 ‘통로’라면 이 통로를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방 목사의 신학적 인식에서 출발했다. 성찬이 보이는 설교라면 흰 천으로 성찬을 덮어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방 목사는 성찬 상을 덮지 않는다. 성찬은 보이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살과 피를 오늘의 우리가 먹고 나누는 것이 바로 성찬인데, 이 웅장하고 감격적이며 헤아릴 수 없는 큰 은혜와 사랑을 왜 덮어두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리고 “드러내고 보여줌으로써 성도들이 감격함으로 천국잔치에 동참하게 하는 것이 우리 교회 성찬의 더 큰 의미”라고 방 목사는 강조한다.

이런 이유로 말씀전원교회는 한 달에 한 번, 매월 첫 주에 성찬을 실시한다. 떡을 떼고 포도주를 마실 때 “우리는 하나입니다. 우리는 모두 한 가족입니다”며 말하고 함께 먹는다. 성찬은 예수님의 살과 피를 기념하는 것이지만 하나님과 교제하는 식사이며 궁극적으로 천국의 혼인잔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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