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감옥생활서 하나님 만나 신학공부…목사안수받고 다시 교도소로 복음사역떠나

▲ 문병천 목사와 정경자 사모. ⓒ뉴스앤조이 변하삼 전주의 한 노회에서 목사 임직식이 열렸다. 기뻐해야 할 자리이건만 사모는 연신 눈물을 훔친다. 목사안수를 받던 한 안수자도 굳은 표정으로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문병천(59). 그는 지난 1972년부터 1990년까지 자그마치 16년을 차가운 감방에서 보내야 했던 불운한 전과자였다. 도둑·준강도범에, 조폭계의 거물로 알려진 서방파 우두머리 김태촌도 두 손을 들었던 문제수가 바로 문병천이다. 사소한 실수로 교도소와 인연을 맺게 된 문병천은 주위의 선입견과 냉대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줄곧 외길(?)인생을 살았다. 변변히 훔쳐보지도 못하는 좀도둑이었고 겨우 훔친 돈도 되돌려준 어설픈 범죄자였다. 문병천은 지난 1988년 3년 6개월에 보호감호 7년이라는 긴 형기를 받아 전과6범이 됐다. 6성 장군이 된 셈. 그러나 마지막 형기를 마친 지난 1990년 6월, 문병천은 은퇴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16일, 목사가 됐다. ▲ 감방동기였던 장영달 의원도 문 목사의 목사안수를 축하했다. ⓒ뉴스앤조이 변하삼
문병천 목사(예장통합전주노회 요셉선교회 총무)는 목포교도소 수감 시절 현직의원인 장영달 의원(통합민주당)을 만났다. 당시 장 의원은 긴급조치 위반혐의로 수감 중이었다. 문 목사는 손끝이 겨우 맞닿는 통풍구를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장 의원과 깊은 교분을 맺고 장 의원은 문 목사에게 신앙을 심어줬다. 문 목사의 임직식이 있던 날 장 의원은 문 목사를 찾아와 축하했다.

장 의원은 “당시 함께 감방생활을 하면서 문 목사가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고통을 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며 “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으로 위로했고 신앙으로 극복하자고 다짐했던 것들이 오늘 목사안수라는 뜻 깊은 결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장 의원은 “그 후 오히려 내가 변화된 문병천을 통해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오늘 내 인생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날”이라고 밝혔다.

   
 
  ▲ 문병천 목사가 목사안수를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변하삼  
 
문 목사에게는 또 다른 조력자가 있었다. 마지막 형기를 치르면서 학업에 열중해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출소 후 연세대에 입학, 신학을 공부하던 문 목사는 사실 가진 것이 하나 없는 빈털터리였다. 당시 언론 지면을 통해 전과자였던 사람이 신학을 공부한다는 이야기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그 후 어느 날 문 목사에게 한 통의 편지가 전달됐다. 편지의 주인공은 오늘이 있기까지 옆에서 헌신했던 정경자 사모(53).

그렇게 둘이 맺어진 이 후, 정경자 사모는 문 목사가 연세대를 거쳐 장로회 신학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공장 미싱 작업, 소위 삯바느질로 뒷바라지를 해왔다. 문 목사 부부의 사정을 아는 이들은 정경자 사모가 임직식 내내 흘린 눈물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정 사모는 “개척 교회 전도사였던 시절, 문 목사의 사연을 보고 내가 평생 도와야 할 사람이라는 마음이 들었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 목사는 지금도 그의 청춘을 소진했던 감방으로 다시 돌아간다. 전도사 시절부터 교도소 전도사역을 해왔던 것. “재소자들은 목사를 비롯한 종교인들에게 이질감을 느끼고 마을은 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하는 문 목사는 “같은 전과자의 신분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이해하고 어루만져주는 것이 내가 받은 사명”이라고 밝혔다.

문 목사는 청송, 안양, 전주 교도소를 돌며 재소자들은 만나고 있다. 지금은 장 의원을 통해 만나게 된 전주 효자동교회 백남운 목사를 통해 ‘요셉선교회’를 만들어 총무로 활동하며 교도소 사역도 계속하고 있다. 이번 목사안수도 전주노회의 요셉선교회를 시작한 계기로 전주노회에서 받게 됐다.

“눈처럼 깨끗한 마음을 갖고 출소하지만 정작 사회의 냉대에 다시 범죄의 늪으로 빠져드는 재소자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내가 겪었던 하나님을 전하고 새로운 삶을 찾게 해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늦깎이 목사 문병천. 목사의 신분으로 감방의 친구로 재소자들을 찾아갈 문 목사의 사역은 이제 시작됐다.(뉴스앤조이제공)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