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태풍에 시달리는 긴긴 여름, 부산 목포는 겨울 사라져

▲ 녹고 있는 킬리만자로. 대재앙, 지구온난화 몰디브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국제 관광지다. 그런데 이 섬은 멀지 않은 미래에 잠긴다고 알려졌다. 결혼을 앞둔 한 친구가 말했다. "우리 신혼여행은 몰디브다! 곧 없어진다는데…." 가수 조용필의 노래에서나 듣던 아프리카의 산 킬리만자로 정상에 쌓인 만년설이 녹는다고 알려졌다. 2020년이면 없어진다고 학자들은 경고하고, 사람들은 대응한다. "돈 모아서 다 녹기 전에 한번 가보자."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로 닥칠 미래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 때,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보고서와 운동가들의 주장은 논문과 캠페인을 뛰어넘는 절규에 가깝다. 최근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사람들은 지구온난화가 자연현상이지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생각이 꽤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올해 2월 2일 유엔정부간기후변회위원회(IPCC)가 지난 20년 동안 지구온난화를 연구한 결과를 최종 발표하자 '설마'는 '경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IPCC, "인간이 지구온난화 주범" 130개 국 2500명의 과학자들이 IPCC 안에 모여 1998년부터 지금까지 연구한 결과,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인간. 과학자들은 인간이 소비하는 화석 연료가 지구온난화를 초래했을 가능성을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1년 3차 보고서에는 66%라고 주장한 것보다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 보고서는 21세기에 지구의 온도는 1.8~4.0도 상승하며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18~58센티미터 높아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도면 키리바시 같은 산호섬 국가와 상하이, 부에노스아이레스 같은 도시가 잠길 수 있다. 세계은행은 지구촌의 해수면이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84개 개발도상국의 5600만 명이 '환경(으로 인한) 난민'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시아로 눈을 돌리면,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아 인근 지역은 늘 대홍수로 시달리고, 태풍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대만, 중국 등의 해안에 해일을 몰고 온다. IPCC는 물이 넘쳐나지만 정작 먹을 물이 없는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우와 폭염에 시달릴 미래의 우리 ▲ 최병수 작가의 '녹고 있는 지구'.
남의 나라 이야기를 하면 아무리 긴박한 이야기도 쉽게 다가오지 않는 법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제주 연안의 해수면이 연간 0.5센티미터씩 상승했고, 서귀포시 해수면은 지난 22년간 13.3센티미터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부산 해수면도 해마다 2~2.5cm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해수면 차이가 우리 삶에 뭐 그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이들을 위해서 조금 더 피부에 와 닿을 이야기를 해보자. 국립기상연구소가 지난 2005년 한반도 기후변화를 예측했는데, 100년 뒤 서울은 현재의 서귀포 기후로 바뀐다고 전망했다. 2100년에는 해수면이 1미터가량 상승해 여의도의 300배에 이르는 땅이 침수되고 남북 전체 인구의 2.4인 124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립기상연구소 권영아·권원태·부경온 등의 연구 결과는 더욱 끔찍하다. 특히 강릉과 대구, 부산, 목포에 사는 사람이라면 2090년에는 겨울을 맛볼 수 없다. 그나마 대구는 1월 11일부터 20일까지 겨우 열흘 동안만 겨울을 지낸다. 서울도 겨울은 12월 26일 시작해 2월 19일면 끝난다. (참고로 이 연구원들은 최저기온 0도, 평균기온 5도 이하를 겨울 시작일로 잡았다.)

난 추운 게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그럼 이건 어떨까. 여름철 혹서로 지난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대구·인천·광주 지역에서만 2127명이 초과 사망했다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지난 2005년 밝혔다. 지금보다 훨씬 여름이 길고 더워질 것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더위로 생명을 잃을까. 당신은 이런 재난을 피하더라도 당신이 사랑하는 주변의 사람은 당신 같은 행운을 누리지 못할지 모른다.

늦은 봄부터 이른 가을까지 찾아오는 태풍은 위력을 배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교수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미래 태풍에 의한 누적 강수량이 최고 200밀리미터 이상 발생한다고 연구·발표했다. 특히 중부내륙 지역과 강원도 지역의 강수량 증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어쩌면 가끔씩 만났던 '매미' '루사' 같은 강력한 태풍들이 한 해에서 여러 차례 한반도를 강타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밥상도 바뀐다

지구온난화는 우리 식탁까지 바꾼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류성 대표 어종인 명태는 사라진다. 물론 겨우내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우리 밥상에 오르는 황태는 선조들의 음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대신 멸치와 가자미, 삼치 같은 어종은 어획량이 급증할 전망이다. 동해안의 야경을 수놓던 오징어잡이배의 불빛들은 이제 서해에서 주로 보게 된다.

환경부는 제주도에서 키우던 귤은 서울 인근에서 재배하게 되고, 사과도 북쪽 지역에서나 재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소나무도 갈수록 북쪽 지방으로 밀려난다. 고윤화 환경부 대기보전국장은 "제1의 사과 산지인 경북 영천시의 재배면적은 20년 전에 비해 28%로 줄어들었고 소나무 산림면적은 20년간 384만여ha에서 256만여ha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어쩌면 얼마 안 있어 애국도 가사도 바꿔야 할지 모른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라니! 남산에서 소나무 구경이나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지구마을 전체를 대재앙으로 몰고갈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국제 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우리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물론 국가적인 차원은 물론 국제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하느라 바쁘다. 서서히 끓어가는 지구라는 솥에서 무감각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깨어 있는 이들의 예언자적 외침을 들어야 한다.(뉴스앤조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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