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칠 교수 “동성애에 관한 과학적 논쟁과 사회적 구성”

동성혼과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학술 발표회가 백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지난 18일 있었다. 한동대학교 학문과신앙연구소(소장 최용준 교수), 기독교학문연구회(회장 유재봉 교수),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실행위원장 김태황 교수)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학술 발표회로서 법률, 심리, 미디어, 과학, 신학 및 윤리 분야의 기독학자들이 모여 10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동성혼 합법화에 대한 한국교회의 과제와 대처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 학술발표회 현장

10편의 논문발표 가운데 옥스퍼드 대학에서 행동생태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유정칠 교수(경희대학교 생물학과)동성애에 관한 과학적 논쟁과 사회적 구성이라는 발표를 취재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유정칠 교수는 자신을 순교자의 후손으로 소개하며 동성애의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함을 주문했다. 유 교수의 발표를 요약해서 소개한다.

동성애에 관한 과학적 논쟁의 핵심

동성애에 관한 과학적 논쟁의 핵심은 동성애가 유전자에 의한 것인지’ ‘환경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1991년 영국의 신경과학자이자 동성애자인 르베이(LeVay)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남성 동성애자들과 이성애자들의 뇌 구조에 차이가 있음을 보고하며, 다른 동성애 생물학자들과 함께 성염색체에서 동성애자가 공유하고 있는 유전자의 위치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통해 그들은 동성애가 유전적으로 결정된 것임으로 자신들을 성적으로 문란하고 자연법칙을 어기는 비도덕적인 사람들로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후속연구를 통해 동성애자들이 공유하는 유전자의 위치가 존재하지 않음이 속속 드러났다. 라이스(Rice)라는 과학자는 1999년에 동성애 현제를 지닌 5명의 가계에서 르베이가 주장하는 동성애자들이 공유하는 유전자의 위치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사이언스에 보고했고, 브라이언(Brian)2005년에 2명 이상의 동성애 형제를 지닌 456명의 가계를 통한 연구결과, 동성애 성향과 유전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과 동성애

앞에서 언급한 동성애가 유전적 요인이라고 하는 논문들은 언론이 자주 보도하지만, 같은 저널에 동성애가 유전적 요인이 아니라는 논문들은 잘 다루지 않는 것이 매우 큰 문제이다. 동성애에 대한 문제는 생물학자, 사회학자, 언론인들이 함께 풀어가야 하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왜냐하면 동성애에 관한 사회적 갈등은 그것이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유전적 요인과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환경적 요인이 그것이다. 동일한 문제를 각기 다른 시각에서 진단하고 처방하는 집단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고, 합법적인 지식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경쟁하는데, 이때 언론은 갈등 당사자들의 정당성을 획득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언론의 관심 없이는 갈등 이슈가 공중의 담론 영역에 포함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 행동생태학자 유정칠 교수

이념의 양극단에 있는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는 한목소리!

유 박사는 생태학자답게 과학과 사회학 그리고 언론이라는 큰 틀의 생태계를 조망하면서 한국의 대표적 언론들의 동성애 관련 보도를 다음과 같이 분석 소개한다.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동성애에 대해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국민일보는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인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념의 양극단에 있는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와 조선일보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 교육의 필요성에서부터 동성애가 선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의학적 근거까지 동성애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통합'과 '사회약자' 프레임이 우세했다. 이는 정치를 포함한 사회갈등 이슈를 보도하는 진보와 보수 언론 프레임을 연구한 결과와는 차별적임을 알 수 있다. 유 교수는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같은 프레임으로 동성애 문제를 보도하는 것은 조선일보가 동성애를 신문사의 이념적 잣대보다는 독자의 관심 유발이라는 기준으로 접근하려는 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선정적 기사 작성으로 독자의 관심을 유발하려는 경향 때문에 조선일보의 이념적 기준을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동성애 문제에 대한 언론의 역할

동일한 문제를 각기 다른 시각에서 진단하고 처방하는 집단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고, 합법적인 지식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경쟁하는데, 이때 언론은 갈등 당사자들의 정당성을 획득해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안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풀어나가는데 기독교계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동성애에 대한 보도를 할 때 단순히 사건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한국 기독교계의 입장을 정리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1991년에서 199년 사이에 경쟁적으로 보도되었던 동성애의 생물학적 기원설은 그 후 많은 연구자들의 후속 연구를 통해 부정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 동성애가 생물학적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1990년대 초반의 논문들은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반면 이를 부정하는 많은 논문들은 우리 사회에 잘 소개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가가 지속될수록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과학적 진실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자라는 성적 취향 소수자의 인권보호 차원으로만 다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머지않아 국내에도 동성애자 차별금지법이 도입될 것이고, 이는 우리 사회를 더 큰 갈등 국면으로 내모는 형국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계 언론들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과학적 연구결과들이 발표될 때마다 발 빠르게 소개해서 더 이상 20년 전에 부정된 논문들이 우리 사회를 호도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세계적 동성애 갈등 및 확산 상황을 단순히 전달하는 기사에 그치지 않고, 이에 대한 영향력을 감지하고, 통찰하여 각계 전문가들의 칼럼들로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하고, 여기서 나온 결론들을 신문 사설 등을 통해 동성애 갈등 해소 방안을 제시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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