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신학대학원에서 은퇴하신 허순길 교수님이 <벨기에 신앙고백 해설>이라는 책을 출간한 것을 심히 기쁘게 생각한다. 허교수님은 얼마 전에도 <어둠 후에 빛>이라는 교회사 책을 저술하여 교회사의 초보자들과 청소년들에게 많은 유익을 주었다. 이제는 남은 여생을 쉬면서 편안하게 보내야 할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바울 사도와 같이 끝까지 믿음의 경주를 그치지 않는 모습은 후배 교수에게 큰 도전을 던져 준다.

▲ 허순길 교수의 신간 『벨기에 신앙고백 해설: 개혁교회 신앙고백』

이제까지 허 교수님이 저술하신 책을 보면 모두가 교회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교회는 개혁교회(Reformed church)를 말한다. 개혁교회는 크게 유럽 대륙의 개혁교회와 영미의 장로교회로 구분될 수 있는데 허 교수님은 전자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다. 개혁교회의 실제 삶을 다룬 <개혁해 가는 교회>, 개혁교회의 신앙교육서인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설교한 <교리문답 해설 설교>, 개혁교회의 관점에서 교회사를 서술한 <어둠 후에 빛>이 계속해서 그분의 손을 통하여 출간되었다.

▲ 전 고려신학대학원장 허순길 교수

허 교수님이 이번에 출간한 책은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에 대한 해설서이다. 벨기에 신앙고백은 이후에 작성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도르트 신경과 더불어 개혁교회의 3대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초보자를 위해서 한두 가지만 말하면, 이 신앙고백은 그 당시 벨기에라고 불린 지역(오늘날 주로 네덜란드를 포함하는 넓은 지역)에서 개혁교회를 세우다 박해를 받고 순교한 기도 드 브레 목사가 자신이 목회하던 지역교회들을 변증하기 위해서 작성하였다. 그 내용이 너무나 탁월하고 순결하여 네덜란드 교회는 이 고백서를 공식 신앙고백서로 채택하였다.

모두 37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이 신앙고백은 성경론에서 시작하여 종말론에 이르기까지 성경의 모든 주요 교리들을 개혁신앙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익숙한 한국 장로교인들이 읽으면 내용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차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두 신앙고백서가 성경해석에 있어서 완전한 일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장로교회와 개혁교회는 서로 다른 역사적 상황 속에서 각기 달리 발전되었지만 신앙의 본질에 있어서는 여전히 일치를 이루고 있는데 무엇보다 그들의 신앙고백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벨기에신앙고백은 하나님으로 시작하는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성경으로 시작된다. 80여년 이후에 작성된 웨민고백은 양도 더 많고 훨씬 더 체계적이다. 그동안 새로운 이단들이나 신학들이 세력을 형성하였기 때문이었다. 벨직고백은 웨민고백보다 신앙고백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웨민고백서가 3인칭으로 서술되어서 객관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벨직고백서는 1인칭 복수(“우리는 ...... 라고 믿는다”)로 서술되어 있어서 읽는 독자들에게 확신을 준다.

비록 이 고백서는 그 자체로도 독자들에게 많은 유익을 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역사적인 고백서가 그렇듯이 이 고백서도 해설서가 필요하다. 벌써 이 고백서가 작성된 지도 500년이나 되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는 해석이 필요하고, 어떤 문장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벨기에 신앙고백>은 그와 같은 역할을 잘하고 있어서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매 장마다 좋은 질문들을 제시해 두었기 때문에 교회에서 성경공부 교재로 잘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의 글을 쓴 이성호 교수(고려신학대학원 교회사)

교회의 기초는 신앙고백이다.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교회를 세우는 것은 신앙고백서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최근 교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신앙고백서와 요리문답에 대한 관심이 같이 증가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 책이 웨스트민스터 신조에 대한 해설과 함께 사용된다면 한국 장로교회가 신앙의 선배들이 남긴 고귀한 유산을 더욱 더 풍성하게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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