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할아버님은 멋진 수염을 기르셨습니다. 아침이면 가위로 밤새 자란 수염을 다듬으시는 것을 보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나도 어른 되면 할아버님처럼 멋진 수염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이 지나고 청년이 되는데도 수염은 좀처럼 자라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수염은 자꾸 자르면 잘 자란다고 해서 열심히 면도한 적도 있지만 그렇다고 없던 수염이 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중국에 계신 선교사님은 수염이 많습니다. 그런데 억세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면도하다 피를 흘리기도 하십니다. 아침마다 수염과 전쟁을 치르며 삼중, 사중 심지어 오중 면도날을 쓰십니다. 그런 선교사님을 보면서 아침마다 면도하는 것도 참 큰일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수염이 별로 없어서 일회용 면도기로 몇 번 문지르고 말면 되는 나의 보잘 것 없는 내 수염을 감사했습니다.

그래도 며칠 면도를 하지 않으면 엉망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얼마 안 되는 수염이라도 날마다 깎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느 날 면도하다 문득 날마다 자라나는 나의 이 수염이 꼭 우리 육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잘라내고 또 잘라내어도 또다시 자라는 죄 된 속사람처럼 생겨서 날마다 우리를 괴롭힙니다. 바울이 자신의 죄 된 욕망을 날마다 자르고 또 잘라내면서 나는 날마다 죽는다고 하신 말씀이 마음에 닿았습니다.

우리 육을 자르고 우리 성품들을 잘 관리하면 멋지게 될 수 있지만 놔두면 잡초만 무성한 광야처럼 되고 맙니다. 요즘 제가 영적으로 매우 게을러졌습니다. 그러나 사순절을 지나며 또다시 날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버릴 것 버리고 자를 것 잘라내어 다듬고 또 다듬어야겠다는 결단을 새롭게 하게 됩니다.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 바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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