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를 내는 과정에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그 추한 인간적 면면을 적나라하게 국민들 앞에 보여 줘 만정이 다 떨어진 국민들은 너무나 큰 실망감을 안게 되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 중에 누구인가를 선택하여 국회로 보내야 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고역의 짐을 떠안게 되었다.

선거철이 되면 온갖 공약(公約)들이 나돌고 그 공약들은 공약(空約)으로 남게 되고 다음 선거에는 공약(空約)이 다시 공약(公約)으로 등장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들은 죽을 맛인데 선거운동원들은 신이 나는 그야말로 메뚜기도 한철인 선거철이다.

그런데,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주일 예배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후보가 교회를 방문한다. 담임목사에게 자신의 명함을 두 손으로 받들어 드리고 90도로 절을 한다. 그리고 하늘 높이 추겨 세우면서 오늘 목사님의 설교에 은혜를 받겠다면서 예배에 참석한다. 이쯤 되면 담임목사는 답례라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빠져 후보를 소개하고 인사를 하도록 시간을 내준다.

후보는 자기소개를 하고 오늘 목사님이 자기를 위해, 기도 한 번만 해 주시면 당선될 것이라고 하면서 공손히 무릎을 꿇는다. 기도 안 해주고 베길 목사가 있겠는가? 순간 예배시간은 국회의원 선거 유세장이 되어 버린다. 이를 보시는 하나님이 기뻐하시겠는가? 그 예배를 받으시겠는가?

이런 문제를 두고 지난 330()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홍정길, 이하 기윤실)선거 후보자의 교회방문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발표에 의하면 선거 후보자를 예배 또는 교회 내 모임에서 교인들에게 소개하거나 또는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수인 49.5%(95)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물론 예배 시간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의 후보 소개에 대해서는 교인들의 여론이 중요하다할 것이다. 그러나 예배 시간, 특히 주일 대예배 시간은 교인들이 다수의 여론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는 다분히 신학적 문제요, 예배학적 문제이다. 우리의 예배 순서에는 예배인가 아닌가를 엄격히 따져 순서에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한다.

광고는 예배가 아니라는 해석을 하는 목사는 축도 후에 광고를 하기도 하고 성도의 교제라는 점에서 예배에 속한다고 보는 목사는 예배 순서에 광고를 넣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엄격하게 따지는 목사들이 후보들의 소개와 인사 등 선거 홍보를 예배 순서에 넣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회는 그들을 거절해야 한다. 그들이 교회를 유세장으로 착각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 물론 예배에 참석하는 후보를 거절할 필요는 없다. 그는 조용히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후보들이 제법 큰 교회들을 순방하며 인사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버렸다. 교회가 이를 용납하였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단호하게 소개 및 인사를 거절하여 교회를 교회답게 예배를 예배답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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