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해빙기에 진과 켄 체이니 부부가 시에라 국립공원에서 운전하다가 실종되었다. 눈보라가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이 68세의 할머니와 75세의 할아버지는 차 안에서 꼼짝 않고 구조대를 기다렸다. 두 노인은 차 안에서 일기를 기록했다.
 
"우리는 겨우내 보수가 잘 되지 않은 길 위에 있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 지나간다면 기적이 틀림없으련만… 우리 앞에 어떤 일이 놓여 있는지 알 수 없다… 여기에서 우리의 목숨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먹을 것이 없어서 껌 한 통과 식당에서 가져온 젤리를 먹었고 유리창에 끼인 서리를 긁어서 물 대신 마셨다. 부부는 함께 찬송하고 기도하고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성경구절들을 암송하면서 그 참혹한 시간들을 견뎌냈다. 구조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진 할머니의 일기에 기록된 한 토막. "남편이 오늘 저녁 7시30분에 하늘나라로 갔다… 너무나 평온하게 주님 곁에 갔기 때문에 나는 그가 숨지는지조차도 몰랐다. 남편이 남긴 마지막 말은 '주님, 감사합니다'였다. 나도 곧 내 남편 곁으로 가게 될 것이다. 여보 사랑해요." 3월1일에 실종되었던 체이니 부부는 5월1일이 되어서야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노 부부는 차 안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숨져 있었다. 그들은 결코 절망 속에 외롭게 죽어간 것이 아니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속에서 아름답게 천국으로 갔던 것이다.

외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한국말은 "사랑해요"라고 한다. 말이 다르더라도 온 인류가 사랑하는 말일 것이다. 천사의 말을 하면 뭐하랴.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이 있으면 뭐하랴. 사랑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리라. 믿음이나 소망은 지상에서나 필요한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지상과 천국에서 공히 온전하고 영원한 가치를 지니기에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인 것이다(고전 13: 13).

'내 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판사 한기택'. 가을이 깊어가는 날 두 권의 책을 읽고 울었다. 너무도 맑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취했다. 현승효는 유신체제하에 강제 징집당하여 군에서 27세로 사망했고, 한기택은 4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짧은 삶이었지만 그들은 사랑했기에 행복했다. "당신 생각에 서러워 울다가 '덤벼라, 나는 현승효가 죽도록 사랑하는 노야니라!' 하면 당당해지고…."(현승효의 애인 노천희)
 
 "기다리는 사람에게 시간은 너무 더디고,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시간은 너무 빠르고, 슬픈 사람에게 시간은 너무 길고, 기쁜 사람에게 시간은 너무 짧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저희에게 시간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빠 사랑해요."(한기택 딸의 추모사) 문득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 사랑은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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