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존경하는, 은퇴하신 목사님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대접하는데, 의례히 식사 전에 기도를 부탁드렸다.
기도를 하시자마자 자신을 “죄인 중의 괴수”라고 하시는데….
나에게는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의례히 하는 고백이 아니고, 진심의 고백으로 다가왔다.
팔십 평생 신앙생활을 하시면서, 덕을 끼치며 믿음으로 성화의 길을 걸어가시는 분인데
여전히 자신을 “죄인 중의 괴수”라고 고백하시는 모습을 보며
난 뭔가? 존경해 마지않는 그 목사님이 “죄인 중의 괴수”라면 난 뭔가?
며칠 째 이 고백에 머물러 있다. 난 뭔가?
사실 우리는 바로 버려질 수도 있는데, 하나님의 한없는 긍휼하심으로 어찌 보면 쓰레기통에서 끄집어 재활용(recycling)되는 셈인데…
그러다 교만해지니 원래부터 깨끗한 척들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이상엽
saylee@pn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