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균 교수, 교리 설교의 기피로 신자들의 자기 정체성 혼란

정창균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는 지난 7일 대한교회(담임 윤영민 목사) 예배당에서 있었던 한국복음주의 실천신학회 제31회 정기학술대회에서 "한국교회 위기상황과 교리 설교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발표 가운데 정 교수는 신천지 이단에 대한 대응은 교회와 신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목적을 둔 설교를 소홀히 해왔다는 반성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대안으로 교리 설교회의 회복을 제시했다.

▲ 1부 개회예배에서 김상구 목사(백석대)가 축도하고 있다.

한국교회 위기상황 진단

정창균 교수는 먼저 현상학적 관점에서 한국교회 위기상황을 진단하며, 양적 성장의 쇠퇴 도덕성 상실로 인한 사회적 불신 사회와 타종교로부터의 반기독교적 압력 이단에 대한 무방비 상태 등을 들었다. 정 교수는 이러한 현상학적 위기상황들의 본질을 신자의 정체성 상실이라고 진단했다.

정체성이란 신자의 신자다움과 교회의 교회다움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은 무엇을 믿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하 확실한 인식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극심한 핍박이나 유혹에 직면하곤 하였다. [중략]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세상에 굴복하지 않았던 근저에는 자기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 곧 신자가 신자 아닌 것으로 될 수 없고, 교회가 교회 아닌 것으로 변절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자기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위기 상황의 본질은 교회와 신자의 정체성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도덕재무장 운동으로는 부족하다.

정 교수에 의하면, “신자답게 살지 않고, 교회답게 행동하지 않아서 벌어진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오늘날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방식의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교회 재정이 투명 운동, 목회세습반대운동, 구제활동의 확대, 사회복지를 위한 적극적 참여, 교회운영의 민주적 방식도입 등등의 운동이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의 위기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결을 위한 대안들이 도적 재무장 운동과 같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교회는 단순히 도덕수준이 높은 단체나 혹은 사회구호단체에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신자가 신자답게 되고, 교회가 교회답게 되면 반드시 도덕성이 뛰어나게 되고, 구제활동이 활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도덕성이 뛰어나고 구제활동이 활발하게 되면 그것이 교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본질과 외형을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외형이 아니라, 그 외형을 만들어내는 본질을 회복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 발표하는 정창균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본질 회복을 위해 교리 설교 필요

정 교수는 외형을 만들어내는 본질, 회복 즉 신자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교리 설교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신자의 정체성 준거 틀은 다름 아닌 성경에서 얻게 된다."고 한 정 교수는, "성경이 제시하는 이와 같은 신학적 가르침을 다른 말로 하면 성경이 제시하는 교리적 가르침"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교회가 교리를 가르쳐야 하고, 기독교 신자들은 기독교 교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지당하고도 필연적"인 것이라고 밝힌다. 정 교수는 다양한 교리 교육의 방법들이 있지만 모든 교인들이 일시에 듣게 되는 강력한 가르침으로서 교리 설교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교리 설교 기피하는 이유

정 교수는 교리 설교가 이처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교리 설교를 기피해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교리 설교를 기피하게 된 원인들은 성장제일주의 교회 행태 교리 강의 혹은 조직신학 강의와 교리 설교를 혼동한 데서 온 교리 설교에 대한 오해 교리 강조가 교회분열을 초래하며 일치·화합 걸림돌이 된다는 오해 교리가 성경으로부터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교리와 성경말씀을 분리하는 오해 쉬운 설교란 쉬운 내용이 아니라 쉬운 전달 방법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교리를 설교하면 어렵다는 오해 등이다.

교리 설교를 기피한 결과

정 교수는 이런 이유들로 인해 교리 설교를 기피함으로 생긴 결과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신자들과 교회들의 자기 정체성의 상실과 혼란으로 이어진다. 삶의 현장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신자 혹은 교회로서의 확고한 분별과 판단력을 상실하고 혼란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교회의 지도자들이 교리에 대한 확신 있는 지식이나 분별을 갖추지 못함으로써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신자들이 어느 가르침이 성경적인지 반성경적인지를 분별할 수 없는 허약한 체질이 되어 이단에 쉽게 넘어간다.

신천지 이단 문제의 근원은 기존 교회의 설교와 설교자들

정 교수는 신자들이 신천지와 같은 이단에 쉽게 넘어가는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적인 무책임과 무지함이라기보다는 신학적, 성경적 분별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게 하는 설교를 듣지 못하며 교인 생활을 해온 데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 전적인 책임이 바로 기존 교회의 설교와 설교자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제는 교회의 성장성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과 교회의 건강성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교회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처방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리 설교의 회복이라고 주장했다.

▲ 답변하는 정창균 교수(좌)와 사회하는 오현철 교수(우)

설교가 바뀌어야 한국 교회가 산다

발표 이후에 질의응답 시간에 김대진 박사(고려신대원)가 교리 설교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 교리 설교라는 용어를 교리적 강해 설교나 강해적 교리 설교라는 용어 등으로 바꿀 필요성에 대해서 질문했다. 김순성 교수(고려신대원)는 첫 번째 질문과 관련하여 모든 설교가 사실 교리를 담고 있어야 하는데 설교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교리 설교라는 용어가 강조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고 질문했다. 또한 이승진 교수(합동신학대학원)는 내러티브 본문에서 교리 설교의 가능성 등에 대해서 질문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질문에 대해 교리 설교라는 용어를 바꾸기보다 교리 설교의 오해를 없애고 설교자들의 설교가 본질적으로 변화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내러티브 본문을 비롯해서 성경 전체의 본문을 통해서 교리 설교를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번 학회를 통해 근본적으로 한국 교회의 설교가 바뀌어야 신자들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한국 교회의 여러 가지 현상학적 위기 상황들이 해결 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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