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헌옥 목사

“학술대회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늦은 시간 귀경하는 차 안에서 국민일보 배병우 기자(편집국 종교부 차장)는 시종 만족한 표정이었다. 학술대회라고 하면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것이 벌써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데 이번에 신대원에서 가진 가정교회 학술대회는 그런 인식을 깨고 참 재미가 있었다는 말이었는데 모두 동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진행도 매끄러웠을 뿐 아니라 민감한 사안에서도 위트로서 위기를 넘기며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며 그야말로 학술대회다우면서도 서로의 유익을 도모하는 귀한 자리가 되었다.

가정교회 문제는 비단 고신의 문제일 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교회의 문제로 대두 될 것이 분명하니 기사를 크게 작성해 달라는 필자의 주문을 배 차장은 동의했는지 3일자 국민일보에는 제법 큼지막한 기사로 다루어 주었다.

황창기 교수도 코닷의 기사를 읽고 보기가 참 좋았다고 했는데 바로 이것이 고신이 지향해야 하는 모습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대한 사안이 있을 때 그것을 정치적 이해 관계로 푸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합일점을 찾거나 서로의 다른 점을 확인해 가는 모습이 진정한 개혁주의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설교에 목숨 걸 자신이 없다면 가정교회를 하라”고 말할 정도로 가정교회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보였던 유해무 교수도 장로교의 옷으로 갈아입고 실시하는 패널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에는 특히 두 교회의 장로들이 “단점을 말하라 하는데 단점은 없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다. 장로의 직분을 제대로 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으자 긍정적인 차원에서 교회라는 명칭만은 빼는 것이 좋겠다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오해는 서로의 교통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오는 것이다. 만나서 의견을 주고받고 하다보면 풀리지 않을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이성구 교수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단이 복음병원 문제로 시끄러울 때 뜬금없이 그의 논문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박종칠 목사가 이 문제를 들고 필자를 찾아와 협조를 구했을 때 “목사님은 학자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교단지인 월간고신이나 기독교보를 통해 이 교수에게 질문을 던지세요. 그러면 답을 할 겁니다. 주고받고 하다보면 모든 교단의 목사 장로들이 알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어떤 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노회에 올라가면 총회로 갈 것이고 그러면 이는 분명히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할 겁니다. 학자는 문제를 학문적으로 해결함이 최선의 방법입니다.”하고 만류했었다.

그러나 필자의 고언을 뒤로하고 노회에 올렸고 결국 총회문제로 나아갔고 거기에 자유주의 신학이라는 것 까지 얹어 예언했던 대로 정치적으로 해결하고 말았다. 학자가 양심을 걸고 쓴 논문은 결코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좀 지루하더라도 학자들이 모여 앉아 토론회를 통하여 서로의 입장을 정리하면서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그러나 학자의 학문에 관한 문제를 처리함에 한 번도 본인을 불러 확인도 하지 않고 총회는 정치적으로 제명이라는 칼로 도려내고 말았다.

그리고 수년간 강의를 하지 못했다. 결국 교육부로부터 부당하니 시정하라는 지시를 받고서야 이번 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총회는 이 사실을 두고 이성구 교수를 해임 시킬 법적 요건을 갖추어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필자는 지금이라도 총회 임원회에서 신학부로 하여금 이성구 교수의 논문과 자유주의 사상에 대한 검증을 공개토론회를 거쳐 확정할 수 있도록 하기를 바란다.

정말 우리 총회가 결정한대로 그가 자유주의 신학자라면 교수를 하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가 교수를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닌가? 신대원 역시 이 문제를 고민하고 학기말쯤에 학술대회를 열어 검증하는 절차를 스스로 밟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를 신학부가 인정하고 가부간 총회에 보고하고 총회는 속한 결단을 내려주어 신대원을 혼란에서 구출하여야 할 것이다.

신대원이 가정교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번 학술대회를 열만큼 열의를 보인 것에 박수를 보내며 이제 시작이라는 김순성 교수의 맨트에 다시 희망을 가지면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가정교회에 대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실시하고 있는 교회를 탐방하여 그 실태를 몸으로 느껴 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교단 교회들이 과연 최영기 목사의 가정교회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장로교회의 옷을 입고 변화되어 있는지, 위험성은 없는지, 정말 행복해 하는지, 그것이 모든 교회에 합당한 프로그램인지 아니면 특수한 교회에만 해당하는 것인지, 그래서 권장할만한 것인지 아닌지, 우리 신학에 문제되는 부분은 없는지를 임상체험을 통해 확인해 보고 다시 토론회를 열든지 보고서를 작성하든지 했으면 하는 것이다.

가정교회를 실시하고 있는 교회들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것은 신학교 교수들을 주일 예배에 강사로 초청하고 가정교회에 대한 모든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도록 현장에 까지 인도하는 배려를 아끼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또한 가정교회라는 명칭에 그리 목을 매달 이유도 없을 것이라 본다. 거기에 힘을 주어 사수하고자하는 모습에서 혹 최영기 목사의 가정교회와 함께 가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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