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신학이 설교 내용을 결정한다.

신진학자 인터뷰 첫 번째 시간을 예배학자와 함께 했다. 두 번째 신진학자 인터뷰는 최근에 설교학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대신 측 교단의 허찬 박사와 총신 측 김덕현 박사 두 분을 모시고 설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바쁜 시간에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 모시고 목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설교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허 박사: 저는 2007년부터 지난 8년간 남아공 스텔렌보쉬 대학교 신학부에서 실천신학 중 설교학을 전공하여 석사(M.Th)와 박사(Ph.D)과정을 졸업하고 돌아왔습니다. 장로교 목사이며 대신교단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현재 인천에 위치한 가나안교회(담임 정영식 목사)에서 수석 부목사로 섬기며 교구사역과 교육사역 전반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학문적으로만 공부한 이론들을 목회 일선에서 실천해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김 박사: 저도 스텔렌보쉬 대학에서 설교학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2014년도에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총신대와 한세대에서 설교학으로 출강을 하고 있습니다. 스텔렌보쉬에 유학을 가기 전 학부는 부경대에서 일어일문학을 그리고 총신대 신대원에서 M.div, the Lutheran Theological Seminary in Hong Kong에서 신약신학을 공부했습니다.

▲ 이동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중간지점인 신도림 역 부근 어느 카페에서 지난 13일에 만나 인터뷰하는 허찬 박사(좌)와 김덕현 박사(우)

최근 설교학의 경향은 어떻습니까? 설교학자들은 설교에 대해 소망을 가지고 있나요?

김 박사: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고 왔는데 최근 설교학의 경향은 한마디로 설교에 대한 좌절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기들(큰 의미의 복음주의자들)의 설교를 듣고 자란 사람들이 국가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되었을 때 그들이 반 성경적인 정책들 예를 들어 동성애 옹호 정책 같은 것들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설교를 통해 과연 사람이 변화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 것입니다.

설교를 해도 변화가 없다는 설교에 대한 좌절감은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현상 아닌가요?

허 박사: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특히 보수적인 교회들에서는, 교회 안에서만 일할 수 있는 일꾼을 양성하는데 집중하여 왔습니다. 교회를 섬기며 성도들 상호 간에 잘 지내는 일에는 성숙한 그리스도인들이었지만 세상에 나아가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고 그리스도의 온전한 제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충실히 가르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이것에 가장 큰 책임은 설교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양적 팽창과 현세의 물질적 축복에만 초점을 둔 설교가 나라와 민족 그리고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해왔던 것은 교회가 깊이 반성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설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허 박사: 설교의 목표하는 바가 강단에서 선포되는 것만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교회를 하나님의 말씀위에 바르게 세우며, 나아가 교회 밖의 영역들 에서도 훈련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시켜 나가는 전 방위적 개념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성경 본문의 해석과 전달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을 통해서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를 세워야합니다. 바른 설교는 교회를 말씀 안에서 바르게 세워야 하고 그 교회는 말씀으로 늘 새로워져야 할 것입니다.

김 박사: 말씀을 설교한다고 할 때 말씀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말씀을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에 관한 것만 설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씀의 능력과 말씀의 임재 없이 설교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씀이 실재가 되는 역사를 위해 전적으로 성령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박사님들이 설교 신학적 측면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말씀하시네요. 조금 구체적으로, 한국교회 설교자들의 설교 내용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말씀인가요?

김 박사: 설교 신학이 설교 내용을 결정합니다. 설교신학이 부재하고 잘못된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설교 내용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설교를 위해 성령님을 언급하지만 립 서비스 차원의 언급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허 박사: 한국교회 설교자들의 설교 내용 문제는 설교신학에 대한 이해 부족뿐만 아니라 역사성의 부재로 인해 방향성 상실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문제들에만 잠식되어서 설교의 본질이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청중들로 하여금 당장 눈앞에 닥쳐 있는 난관에서만 벗어나기를 강조하고, 그것에 매여 있으니 그 이면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깊은 음성과 말씀하심을 설교자가 밝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곤 합니다. 지금 우리가 이 시대에 겪는 일들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성경을 성경적으로 읽지 못하니 시대를 읽어낼 수 없는 것이지요.

설교신학의 부재와 설교 역사성의 부재로 인해 나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설교 표절이라고 생각하는 데, 표절 설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박사: 각종 설교 세미나가 설교표절을 부추기는 듯 한 느낌을 받습니다. 성경 본문이 설교자를 읽어 내는 시간이 필요한데 설교의 완제품을 줘버리는 세미나가 문제입니다. 본문이 말을 걸어오는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본문읽기와 본문 선포는 연속성이 있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설교된 본문에만관심을 갖는 것이 문제입니다.

허 박사: 표절 설교는 성경 없는 설교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 이지만,  매체를 통해 요즈음 설교를 들으면서 성경이 말씀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청중이 원하는 답을 시대의 기호에 따라 설교하는 듯 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오랜 시간을 통해 연구되고, 설교자의 깊은 묵상과 본문을 향한 통찰 그리고 시대를 바라보는 애끓는 마음에서 나온 설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깊은 맛을 느끼는 숙성된 음식이 아니라, 인스턴트 식품 같은 설교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짧은 시간 느낀 점 가운데 하나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청중들은 오히려 더욱 성경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설교자들이 청중들의 취향과 바람을 성급히 판단하여서 단순하고 얄팍한 설교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청중은 성경 속의 진리에 목말라 하는데 그것을 말하지 않는 설교자는 사람들과 하나님 앞에 큰 죄인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 설교의 희망은 없습니까?

김 박사: 한국교회 설교의 희망은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설교자들이 설교할 때 성령님의 역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동의한다는 점은 강점입니다. 이런 좋은 신학적 유산들을 박물관에 둘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의 현장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예를 들어, 2년 전에 작성한 전세 계약서도 지금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의 자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보증된 하나님의 언약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겠습니까? 설교 내용은 그 언약이 가지고 있는 신학적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약이 실행하고 있는 영향력에 대한 구체적인 반응 그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실행하신 언약이 가지고 있는 그 분의 언어행위의 운동력은 지금도 여전히 실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문제는 최근에 개봉된 암살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광복이 올 줄 몰랐다.”고 믿는 자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실한 설교자는 빛() 되신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광복이 올 줄 믿고 신실하게 반응하는 자입니다.

최근 관심 갖고 있는 설교학적 주제는 무엇입니까?

김 박사: 설교에 있어 성령의 역할에 대한 언어철학적 접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되어서 저의 논문이 올해 The Journal of the Evangelical Homiletics Society (JEHS)에 실렸습니다. 이 저널의 편집장이면서 미국의 고든 코넬 신학교의 설교학 교수인 Scott M. Gibson은 저의 성경해석학적 접근과 설교시연에 대해서 성경본문에 있는 하나님의 총체적인 언어행위(the totality of God's speech act in Scripture)를 주해하는 도구(a tool for exegesis)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허 박사: 저는 설교학 뿐만 아니라 현대 교회론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즈음 전통적 교회론이 와해되고 이 시대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교회의 기능과 역할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설교는 궁극적으로 교회를 위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역사적이며 전통적으로 바른 교회를 확립하는 설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의 모든 요구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성도의 관심에 응답할 수 있는 설교가 이 시대에 필요한 참된 설교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설교는 교회를 세우고 성도를 세우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 모두 설교학자이기 전에 설교자입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설교자는 누구입니까?

김 박사: 설교의 신학과 관련 되서는 저의 논문 지도 교수님이신 뮬러 교수님입니다. 뮬러 교수님은 설교자는 항상 성령의 언어행위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때 설교를 돕는 개혁주의 설교신학은 신학은 성령의 언어행위에 대한 인식론 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물러 교수님은 성령의 언어행위와 개혁주의 설교 신학은 구별될 수 없는 것 이라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심상법 교수님께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설교의 시연의 원동력은 말씀 안에서 설교자의 울림과 떨림을 통한 공동체의 성숙이며 이 과정은 철저하게 성령을 통한 설교자의 자기부인의 길이라 말씀하셨습니다.

허 박사: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이미 고인이 되신 성약교회 김홍전 목사님과 현재 신반포중앙교회의 담임목사이신 김성봉 목사님 이십니다. 대학원 시절 김홍전 목사님의 설교집을 읽으며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설교자에게 설교가 무엇이고 어떤 자세로 강단에 임하여야 하는지 그 분의 방대하고 깊이 있는 설교문들을 읽으며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김성봉 목사님은 신대원 시절부터 은사이시고, 제가 섬기던 교회에서 담임목사님으로 모셨던 분이십니다. 저의 신학이 형성되고 자라던 시기에 가까이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귀한 스승께 신학과 목회를 동시에 배울 수 있어서 큰 복을 받은 것이었지요.

신대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데 끝으로 여러분의 제자들이 어떤 설교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김 박사: 설교에 대한 거룩한 부담감을 가지고 말씀 때문에 자기 부인하고 ‘master of text’가 아니라 ‘minister of text’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본문의 주인이 아니라 종이 되는 그런 설교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허 박사: 개교회의 부흥과 양적 성장에만 집중하는 목회자가 아니라 좀 더 넓고 큰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는 목회자로 서기를 소망합니다.

허찬 chance72@hanmail.net

김덕현 dh76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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